구룡반도의 심박수를 따라 걷는 황금비의 여정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홍콩의 가장 활기찬 심장부, 구룡반도를 걸어보려 합니다. 홍콩은 사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얼굴들이 마주 보고 있는 묘한 도시지요. 특히 조던에서 침사초이로 이어지는 이 길은, 제가 개인적으로 황금비적인 동선으로 생각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천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홍콩 공항에 내리면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반 남짓일 텐데요.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철도인 AEL을 이용해 구룡역에 도착하면 어느덧 오후 1시에 가까워집니다. 구룡반도에서 숙소를 잡는다면 1순위로 조던 MTR역 주변의 호텔을 추천하는데요. 침사초이의 호텔들 보다는 저렴하고, MTR과 공항버스 정류장의 근처에 있어서 이동이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역 출구 바로 근처에는 택시 터미널이 있어 밖으로 나가자마자 거의 대기 없이 택시를 탈 수 있는데요. 시스템은 무척 편리하지만, 조던이나 침사초이처럼 근처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타는 건 사실 여행자로서 조금 망설여집니다. 장거리 손님을 기다려온 기사님들께 살짝 실례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럴 때는 천천히 엘레먼츠 몰을 구경하면서 조던 로드 쪽의 출구로 나와서 육교를 통해 진입하면 됩니다.
조던의 숙소들은 대부분 네이던 로드 근처라 구룡역에서 충분히 도보로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니, 홍콩의 활기찬 공기를 마주하며 천천히 걸어 숙소에 짐을 맡겨보시길 권합니다. 공항버스 A21을 탄다 하더라도 네이던 로드에서 MTR 조던 역 근처에서 내리면 되므로, 귀국할 때도 선택지가 많은 유리한 곳입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다시 문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우리의 진짜 여정은 시작됩니다. 조던(Jordan) 인근의 좁은 골목들 사이에는 홍콩 사람들의 진짜 삶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10만 원대의 가성비 좋은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서면, 붉은 이층 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가는 네이던 로드(Nathan Road)의 활기가 여러분을 반겨줄 겁니다.
네이던 로드를 지나 침사초이 이스트 방향으로 걷다 보면, 세련된 외관의 홍콩 역사박물관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편전쟁부터 반환까지의 시간을 훑고 나면 홍콩이라는 도시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하죠. 그리고 매주 수요일은 무료입장이니 일정을 잘 맞추면 뜻밖의 보너스를 챙길 수도 있겠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DFS 갤러리아 침동점으로 향하는 길은, 방금 본 역사의 기록과 화려한 현대의 자본주의가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묘한 지점인데요. 백화점 명품관에나 가야 볼 수 있던 브랜드들을 적당한 크기의 건물에 다 모아두었으니, 그리 피곤하지 않게 쇼핑을 즐기거나 최신 트렌드를 살피기에도 좋죠. 관광객 차림이라고 해서 절대 눈치 주는 일 없으니 맘껏 즐기시면 됩니다.
이제 탁 트인 바다를 향해 걸음을 옮겨봅니다.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를 걷다 홍콩의 습한 기운에 조금 지치신다면, 잠시 근처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차 한잔 하며 쉬어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기운을 내어 걷다 마주하는 이소룡(브루스 리) 동상 앞에서 포즈를 따라 하며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건, 홍콩을 찾은 여행자들 사이의 '국룰'과도 같은 즐거움이지요.
아직 해가 지기 전의 멋진 풍광을 보며, 스타의 거리 근처에 있는 홍콩 문화 센터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문화 센터에서 나오면 바로 근처에 헤리티지 1881과 스타 페리 부두가 보일 겁니다.
하버 시티의 규모에 압도당하기 전, 바로 건너편 헤리티지 1881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세요. 과거 해양경찰 본부였던 이곳은 고풍스러운 빅토리아풍 건축물이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현대적인 빌딩 숲 사이에서 홀로 시간을 비껴간 듯한 정원을 거닐며 클래식한 홍콩의 품격을 눈에 담아두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반 클리프 앤 아펠스가 헤리티지 몰에 입점해 있으니 주얼리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하버 시티는 입구에 내부 안내도가 그려진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으니 챙기시기 바랍니다. 워낙 규모가 커서 잘못하면 헤맬 가능성이 있어요.
홍콩 최대의 쇼핑몰인 하버 시티와 그 앞을 지나는 광동도(Canton Road)를 거닐 차례입니다. 영화 <첨밀밀>의 두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누볐던 이 길의 활기를 느껴본 뒤, 바로 옆 구룡 공원의 울창한 숲 사이를 거닐며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참 좋습니다. 이때 공원 근처 비첸향에 들러 밤에 즐길 육포를 미리 사두는 센스를 잊지 마세요.
구룡 공원은 침사초이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데요. 아열대 기후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조류와 함께, 구룡반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가 자리 잡은 곳입니다. 근처를 걷다 보면 한국인인 줄 귀신같이 알아보고 롤렉스, 짝퉁! 이러면서 붙잡는데, 웃으며 지나치면 충분하죠.
해 저문 스타의 거리 스탠드에는 이미 전 세계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을 텐데요. 함께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 자체로 설렙니다. 화려한 레이저와 음악이 어우러진 10분간의 짧은 공연은 홍콩의 밤이 왜 세계적인지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에 섞이기보다는, 살짝 끝나기 전에 미리 걸음을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요. 끝난 이후에는 어디를 가든지 인파로 밀리기 때문입니다. 만약 너무 좋았다면 다음날 한번 더 보러 오셔도 되고 말이죠.
여정의 진짜 마지막은 숙소 근처 미우까이(Temple Street) 야시장입니다. 야시장의 활기찬 노천 식당에서 사람 냄새 가득한 소란함을 즐기거나, 혹은 길거리 음식들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와도 좋습니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크랩 요리는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조리에 시간이 좀 걸리고 생각보다 저렴하지는 않으니 참고하시길 바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타이 음식이 입맛에 잘 맞더군요.
오늘 밤의 피날레는 미리 사둔 비첸향의 동그란 돼지고기 육포와 편의점에서 고른 칭다오 오리지널 '흰 캔'입니다. 단짠하고 쫄깃한 육포를 베어 물고 차가운 칭다오 한 모금을 들이켜면, 손에 묻은 양념조차 여행의 흥으로 느껴질 만큼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죠. 그렇게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잔을 기울이며, 구룡반도에서의 첫날밤을 기분 좋게 갈무리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