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비즈니스다(15): 제국의 설계자, 에드 배로우

누구나 기억하는 베이브 루스의 이름 곁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

by 동물의삽


https://youtu.be/jH-zAWa-k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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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라는 이름 곁에는 언제나 베이브 루스라는 거대한 상징이 자리합니다. 하지만 9조 원 가치를 지닌 이 거대한 스포츠 제국의 실질적인 기틀을 닦은 인물은 따로 있는데요. 바로 에드 배로우 단장입니다.


topicbox_86337_20260214135836_b515f34fc0a09a4d_thumb.jpg 거구인 루스에게도 밀리지 않는 배로우 감독의 풍채

그는 단순히 선수를 사고파는 매니저가 아니었으며, 자본과 재능, 그리고 규율을 엮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한 현실적인 설계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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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감독이었던 배로우는 당시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였던 베이브 루스를 타석에 세우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립니다. 루스는 투수로서의 명성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거세게 반발했는데요. 하지만 배로스의 시선은 철저히 비즈니스적 효율에 닿아 있었습니다.


배로스는 루스의 배트가 5일 중 4일 동안 벤치에 머물기엔 너무나 가치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는데요. 그는 루스에게 직접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You can't help us win from the dugout. We need your bat in the lineup every single day."


개인의 커리어보다 조직의 자산 활용 극대화를 우선시한 이 결단은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사욕이나 고집을 꺾고 시스템의 효율을 선택한 경영자의 정수가 담긴 대목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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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루스는 사생활이 무절제하기로 유명했습니다. 배로스는 그런 루스를 다루기 위해 슈퍼스타에 대한 예우를 철저히 배제했는데요. 어느 날 통금을 어긴 루스의 방을 직접 찾아간 배로스는 그의 멱살을 잡고 훗날 양키스 제국의 근간이 된 규칙을 선포했습니다. 루스가 홈런을 몇 개나 치든, 그 어떤 선수도 구단보다 클 수는 없다는 단호한 원칙이었죠.


"Ruth, as long as you are playing for me, you will play by my rules. If you break them again, I will fine you until you’re broke."


양키스의 상징인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 선수들에게 배로우가 늘 강조했던 원칙이 있습니다. 루스가 아무리 거물이라도 예외는 없었죠. 루스가 경기 전 훈련에 지각하거나 복장이 불량할 때마다 배로우는 전령을 보내는 대신 직접 필드로 내려갔습니다.


그는 루스의 가슴팍에 새겨진 로고를 가리키며 이렇게 쐐기를 박았습니다.


"The name on the front of the jersey is more important than the one on the back."


이 말은 오늘날까지도 양키스의 불문율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욕이 팀을 앞지르는 순간 제국은 무너진다는 배로우의 철학이 루스라는 거물을 통해 증명된 순간이었겠네요.



보통 사람들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루스를 양키스에 넘긴 후 86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것을 두고 ‘밤비노의 저주’라 부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실상 ‘배로우의 저주라 해도 무방한데요. 1920년 루스가 떠난 뒤, 이듬해 설계자 에드 배로우마저 양키스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topicbox_86337_20260214141003_74c79755a1f23bbe_thumb.jpg 미국이 뒤집어진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죠

보스턴은 최고의 엔진만 잃은 것이 아니라, 그 엔진을 운용할 운영 체제와 승리의 설계도 자체를 통째로 넘겨준 셈이 되었죠.



배로우 재임 기간 동안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10회, 아메리칸리그 우승 14회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이어진 월드시리즈 4연패는 배로우가 구축한 시스템이 얼마나 견고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록인데요. 그는 '우연한 승리'가 아닌 '반복되는 승리'를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켰습니다.


topicbox_86337_20260214141234_18a8524a4d3b9605.jpg 루스가 질투했다는 유일한 동료, 루 게릭과 함께

배로우는 베이브 루스라는 영입 스타에만 의존해서는 제국을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달았는데요. 그는 하부 리그(마이너리그)를 통해 인재를 직접 육성하는 팜 시스템을 고도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발굴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루 게릭인데요. 루스의 화려함 뒤에 게릭이라는 성실하고 강력한 후계자를 배치함으로써, 양키스는 루스 사후에도 흔들림 없이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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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23년, 배로우는 이른바 '루스가 지은 집(The House That Ruth Built)'이라 불리는 양키 스타디움 건설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규모의 전용 구장을 가짐으로써 양키스는 뉴욕의 다른 팀들과 격을 달리하는 권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독점적인 영토'를 확보하여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한 전략적 결단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메이저리그 최초로 정식 도입(1929년)한 인물도 배로우인데요. 처음에는 타순에 따라 번호를 부여했는데(루스가 3번, 게릭이 4번인 이유입니다), 이는 팬들이 선수를 더 쉽게 알아보도록 함으로써 스타 마케팅의 기초를 닦은 혁신적인 조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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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뉴욕 양키스가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 뉴욕의 상징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닌데요. 지배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에드 배로스의 현실적인 철학이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에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최고의 재료에만 집착하기 쉽지만 배로스가 남긴 유산은 명확한데요. 재료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며, 스타보다 위대한 것은 그를 통제하고 활용하는 설계자의 안목이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단장의 임무죠.


양키 스타디움의 별명은 루스가 세운 집인데요. 사실상 그를 영입하면서 타자로 전업시켜, 양키스를 최고의 구단 가치를 지닌 인기 구단으로 만들었고 제국으로 불리게 되는 기틀을 세운 사람이 바로 에드 배로우입니다. 루스의 이름이 야구에서 지워지지 않는 전설로 남아 있듯, 그의 이름도 메이저리그 단장의 획을 그은 인물로 영원히 남겨질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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