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꽃미남 록커 이야기(15): 스키드 로우

글램 메탈의 화려한 껍데기를 찢고 나온, 거친 청년들의 포효

by 동물의삽


오늘은 그 시절 꽃미남 록커 이야기 마지막 순서인, 세바스찬 바흐와 스키드 로우의 이야기입니다. 1990년 즈음, 음악은 집에서 '인켈 전축'이나 워크맨, 혹은 디스크맨으로 듣던 시절, 워너뮤직의 하얀 속지가 돋보이던 스키드 로우의 데뷔앨범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네요.


일렉기타를 연주하는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던 앰프에는, 화이트로 대충 흉내 내서 그린거지만 메탈리카나 메가데스, 핼로윈 등의 밴드 로고와 함께 신생 밴드였던 스키드 로우의 이름이 있을 만큼 데뷔 때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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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부터 스카티 힐(리드기타), 롭 어퓨소(드럼), 세바스찬 바흐(보컬), 데이브 '더 스네이크' 세이보(리듬기타), 레이철 볼란(베이스)의 순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세바스찬 바흐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인물이 훤칠하죠?)


멤버들 가운데 베이스를 맡은 레이철 볼란의 코 피어싱이 인상적인데요. 자신들의 데뷔앨범이 성공하면 코를 뚫겠다는 공약을 지킨 것이라 합니다. 지금처럼 피어싱 기구가 보편화되지 않은 때여서, 레이철은 작업을 손수 했다는데요(...) 고통에 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고 합니다.


bon-jovi-skid-row.jpg 존 본조비와 데이브의 다정했던 한 때

원래 본 조비의 멤버였던 스네이크는, 메이저 데뷔 직전에 권고사직(?)을 당했는데요. 이후로 자신의 밴드 멤버를 모으면서 절치부심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보컬리스트로 맷 펠론을 데리고 있었으나, 록스타들의 사진작가로 유명했던 마크 바이스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그야말로 괴물처럼 날뛰는 세바스찬 바흐를 목격하고 한눈에 반해버렸다는군요.


원래 스키드로우는 게리 무어의 밴드 이름이었는데요. 세바스찬 바흐가 가입하기 이전부터 같은 이름으로 점찍고 있었고, 데뷔 전에 35,000 달러를 주고 네이밍 권리를 사들였다고 하네요. 게다가 본 조비와 스네이크는 헤어지긴 했지만 서로의 성공을 돕기로 약속한 만큼, 신인 밴드인 스키드로우를 본 조비의 투어에 데리고 다니면서 열심히 홍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0이 넘는 키에 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꽃미남인 세바스찬 바흐의 존재는, 그들의 공연장마다 구름관중을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는데요. 그들의 데뷔앨범은 평론가들로부터 '쥬다스 프리스트와 에어로스미스를 합친 것 같은 밴드다'라는 극찬과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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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유명 음악잡지들의 커버를 올킬하던 시절의 세바스찬 바흐입니다. 참으로 이기적인 미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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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당시 스키드로우의 인기에 힘입어, 그들의 데뷔앨범 카세트를 사서는 워크맨에 넣고 처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던 때가 기억나는데요. 첫곡 'Big Guns'부터 바로 느낌이 오더군요. 압구정동 레코드 가게의 사장님을 졸라서 그들의 첫 공식 비디오인 <Oh say can you scream>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첫곡부터 세바스찬 바흐의 라이브 실력에 질려버리고(?) 말았지만 말이죠. 스튜디오에서는 어마어마한데 라이브에서는 들쭉날쭉한 그의 보컬은 그래도 신은 공평하다는 방증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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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앨범의 성공에 이어 2집 'slave to the grind'는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는 대박을 터트렸는데요. 사실상 스키드로우의 절정기도 여기까지였습니다. 본 조비와의 수익배분 문제로 세바스찬 바흐의 불만이 커졌고, 결국은 3집 'subhaman race'의 실패 이후 멤버들과 갈라서게 되는데요.


images.jpg 록스타도 세월을 빗겨갈순 없는 법

바흐는 바흐대로 지금까지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있고, 스키드로우도 멤버 교체를 거듭해 가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시절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근황 사진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던데요. 그래도 그들의 앞날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Big Guns

https://youtu.be/RB87GpBmDl0

그들의 역사적인 데뷔앨범 첫머리를 장식하는 곡입니다. 사실 그들의 첫 뮤비에 실린 이 곡의 라이브는 처참했는데요. 모스크바 공연의 라이브는 뮤비 버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괜찮네요. 원래 절제와는 거리가 있던 바흐가 다행히 긁히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Breakin' Down

https://youtu.be/jyCU7CrFg4E

1995년에 스네이크가 작곡한 곡인데요. 3집 앨범 수록곡입니다. 그리고 훗날 그들의 베스트 앨범에도 실리게 되는데요. 동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워큰과 버지니아 매드슨, 비고 모텐슨이 출연한 영화 <the prophecy>에 삽입곡으로 쓰였습니다. 곡 자체는 앨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프트한 발라드에 가깝습니다. 그런지 열풍에 헤비 한 곡들이 방송을 타지 못할 때, 그나마 뮤비로 제작된 곡이기도 하네요.



Delivering The Goods

https://youtu.be/KXzz8LkVEHs

스키드 로우의 커버곡 모음집인 <B side ourselves>의 삽입곡입니다. 밴드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선배들의 곡을 커버한 버전인데요. 쥬다스 프리스트의 히트곡이기도 합니다. 이 영상은 밴드와 원곡자인 롭 핼포드가 협연한 버전이네요. (핼포드 형님은 가죽옷을 입으실 때 제일 힙한 것 같습니다)



18 & Life

https://youtu.be/Ghd2bkIadG4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데뷔앨범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입니다. 빌보드 4위까지 오르면서 데뷔앨범 최고의 히트곡이자 밴드의 곡 중에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Forever

https://youtu.be/tvQaYcb7zRY

괜찮은 곡이지만,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못하고 훗날 그들의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스카티 힐과 레이철 볼란, 스네이크의 곡인데요. 1988년 당시에는 앨범에 들어갈 발라드가 충분히 많다는 이유로 빠졌답니다. 그 이후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못하다가 결국 베스트 앨범에서 빛을 보게 되었네요.



I Remember You

https://youtu.be/qjuEXKwnkLE

스키드 로우의 메인 송라이터였던 스네이크와 볼란의 곡입니다. 앨범의 세 번째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6위까지 오르는 큰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후문이지만 신성우의 노래 '서시'의 코드 진행은 이 곡과 거의 흡사합니다.



Monkey Business

https://youtu.be/2pkpsxEyi-k

오히려 데뷔앨범보다도 훨씬 헤비한 사운드를 들고 나타난 2집 'slave to the grind'의 첫 곡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곡이 2집의 최고 히트곡이 되었는데요. 데뷔앨범과는 많이 다른 사운드 때문인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는 4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1991년을 빛낸 앨범 중에는 충분히 꼽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uicksand Jesus

https://youtu.be/K2vWwKqYwko

2집의 숨겨진 명곡입니다. 혹자는 그들의 최고 발라드라고도 하는데요. 데뷔앨범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진 가사와 멜로디는 밴드의 정점을 찍는데 부족함이 없게 느껴집니다.



Wasted Time

https://youtu.be/lYAbzJNXiJY

2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발라드 곡입니다. 스네이크와 볼란의 작곡 듀오에 바흐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데요. 이 곡의 주인공은 마약 때문에 인생이 망가져버린 자신의 친구, 건즈 앤 로지스의 드러머였던 스티븐 애들러라고 합니다. 그러나 레이철 볼란은 이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데요. 공연 때 이 노래가 연주되면 그냥 앉아서 연주만 했다는군요.



Youth Gone Wild

https://youtu.be/9RIeycixkK8

데뷔 앨범의 가장 상징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싱글 차트에서는 99위에 머물렀지만, 앨범의 히트와 MTV에서의 인기로 인해 젊음의 찬가로 일컬어진 곡이기도 하네요. 그래서인지 현재까지도 많은 스포츠 방송의 BGM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아마 스키드 로우를 모르는 사람도 이 곡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물론 스키드 로우의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을 때, 이미 마지막 곡으로 제 안에서 정해진 곡이기도 하죠.




오늘로써 이렇게 그 시절 꽃미남 록커 이야기가 열다섯 번째 순서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열여섯 번째 이야기는 그동안 나왔던 밴드들의 베스트 곡 모음집으로 선보일 예정인데요. 해를 넘기면서까지 들어주신 여러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들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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