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거울삼아 가장 빠르게 발전한 도시
이전 이야기에서 심천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먼저 자가용이나 버스를 타고 록마차우로 들어가는 방법인데요. 이민국을 거치지 않고 즉석에서 여권 검사와 짐 검사를 하고 들여보내므로 입국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또한 황강 터미널에 내릴 경우 바로 근처의 황강 코안 7호선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만약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심천 1호선과의 환승역인 화강베이 역에 내리셔서 엄청난 심천의 전자상가를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관광 목적으로 심천으로 들어가시는 분들은, 로우 역을 이용하여 대중교통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오늘은 이 방법을 위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로우 역엑서 내려 역 안으로 진입하면, 홍콩 영주권자나 비자를 가진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나뉘게 되는데요. 중국 비자를 미리 받아서 오신 분들은 이민국에서 방문객 줄에 서면 됩니다. 그러나 비자를 미리 받지 않으셨다 해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로우 역 내에 도착 비자를 발급하는 사무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리 위안화(인민폐)를 1000위안 정도 바꿔서 가셔야 하는데요. 심천에서 하루종일 쓸 돈도 필요하고, 비자 발급을 위해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긴 하지만 로우 이민국의 공무원들은 동작이 빠른 편인데요. 어느 정도 처리할 여권이 모이면 바로 발급해 주므로 길어야 30분 정도면 비자 발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심천을 벗어날 수 없고 1박 2일 정도만 허용되니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로우 역의 출구로 나오면, 국경 하나를 지났을 뿐인데 공기가 확 달라지는데요. 날씨는 비슷하지만 공기를 포함해서 완전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나마 로우 역 근처에서는 홍콩달러를 받는 곳이 더러 있고, 광둥어를 좀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영어로 소통한다는 것은 상인들을 제외하면 거의 힘들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미리 언어 번역 앱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고, 아니면 홍콩 현지의 지인과 함께 간다면 가장 좋겠죠.
그리고 팁을 하나 드리는데요. 홍콩에 오기 전에 심천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공항에서 미리 옥토퍼스 차이나 교통카드를 구입하시면 좋습니다. 홍콩의 MTR뿐 아니라 심천의 전철까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홍콩에서는 사통팔달로 쓰이지만, 심천에서는 버스와 전철 등의 교통카드 용도로만 제한된다는 점이 안타깝네요. 그러나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도 쓸 수 있다는 점은 여행을 좋아하시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분이라면 메리트가 있겠습니다.
심천 1호선 로우 역에서 티-유니언 카드를 사용하여 탑승한 후,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쇼핑 파크 역에서 내리면, 도보 3분 정도 거리에 심천에서 가장 높은 핑안 파이낸스 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상층인 115층에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공식 티켓은 200위안이지만, 인터넷에서 미리 예약하고 가시면 프로모션에 따라 150~180 위안 정도에 가능합니다.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인데요. 남산 타워의 전망대 높이가 남산의 높이를 더해도 380미터 부근인데 비해, 핑안 파이낸스 센터의 전망대는 최소 541미터이므로 높이만 따져도 상당한 차이가 있네요. 게다가 심천에는 서울처럼 시내에 높은 산이 없으니, 맑은 날에는 남중국해와 홍콩까지 탁 트인 뷰를 자랑합니다.
심천의 풍광을 맘껏 즐기신 후에는, 같은 심천 1호선을 타고 화교성(Overseas Chinese Town, OCT) 역에서 내리시면, 심천의 금수중화 민속촌에 도착합니다.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홍콩 디즈니랜드의 4배가 넘는 넓이이므로, 도보로 천천히 구경하기에는 체력과 시간이 간당간당한 상당한 규모인데요. 인당 30위안 정도로 이용가능한 셔틀버스를 타고(손목에 티켓을 묶어줍니다) 괜찮은 곳에 내려서 천천히 구경한 후, 다시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음 볼만한 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중국의 대표적인 82개 명소를 미니어처로 만든 구역에서 천천히 돌아보며 사진을 찍는 데만도 한 시간은 걸리는데요. 버스를 탔던 곳으로 돌아와 다음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소수민족의 퍼레이드와 공연 시간에 맞춰서 해당 정류장에 내려 관광을 이어가시면 됩니다. 따라서 입구와 민속촌 곳곳에 비치된 영문 가이드 맵을 꼭 지참하시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주요 볼거리가 모여있는 구역마다 QR 코드가 존재하는데요. 상세한 영문 설명을 볼 수 있으니, 함께 이용하면 좋습니다.
심천 민속촌의 하이라이트는 시즌과 요일에 따라 조금씩 시작하는 시간이 달라지지만, 보통 19:30분에 시작하여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용봉무중화 공연인데요. 장예모 감독이 연출하였으며, 엄청난 인원과 물량을 쏟아부어 적어도 인생에 한 번은 볼만한 공연을 눈앞에서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20:30분 정도 되는데요. 인파가 워낙 많으니 전철역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정도입니다. 따라서 심천을 좀 더 여러가지로 즐기고 싶으신 분은, 저녁 전까지 민속촌 관광을 마무리하고 로우 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그럴 경우에도 매력적인 코스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첫 번째는 로우 역에 자리한 로우 상업성을 방문하는 건데요. 상당한 규모의 건물 안에는 액세서리 옷 가죽제품 백 시계 기념품 등등 물품의 진위는 의심스럽지만 고개가 살짝 돌아갈만한 아이템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습니다.
친지에게 선물하는 용도라면 운명에 맞기겠으나, 자신이 막 쓸 거라면 찬찬히 뜯어보기 이전에는 바로 구별이 되지 않는 퀄리티의 상품들이 즐비한데요. 옷이나 백, 지갑 등등 마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들은 약간의 흥정을 더하여 구입하셔도 무방합니다. 이곳의 상인들은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므로 광둥어는 기본이고 영어도 잘하는 편인데요. 가끔은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인이라고 하면 간단한 인사 정도는 할 줄 아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홍콩달러나 미국 달러도 받으니 편한 방법으로 결제할 수 있죠.
다만 전자제품이나 특히 명품시계를 구입하는 건 말리고 싶은데요. 복불복을 넘어 언제 멎을지 모르는 상품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상당한 가격을 부르기도 하고, 자신들의 물건은 다르다는 상인들도 있는데, 케바케죠. 당신의 시간과 기회비용은 소중합니다.
만약 쇼핑에도 별로 관심이 없으시다면, 권하고 싶은 코스가 있는데요. 홍콩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발마사지 숍입니다. 심천 시내와 달리 이곳은 거의 관광객 위주라서 어느 정도 언어가 통용이 되고, 특히 한국 관광객도 많이 다녀갔는지 한국어도 조금은 하는 곳이 있는데요.
하루 종일 핑안 파이낸스 센터와 민속촌을 보느라 고생한 발과, 발마사지로 얻어지는 오장육부의 피로해소를 즐겨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홍콩보다 저렴하고, 일단 맛사지사 분들의 악력이 차이가 나거든요. 서비스가 좋았다면, 팁을 두둑히 주시면 되는데요. 계산서에 금액이 나와 있으니 주고 싶은 만큼 체크하시면 됩니다.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큼 하루 만에 많은 곳을 보았는데요. 이제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왔을 때의 역순으로 홍콩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침동이 나 오스틴 역에 내려서, 숙소로 가는 길에 어느덧 고향처럼 친숙해진 홍콩의 밤을 맥주 한잔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겠네요.
홍콩과 심천은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붙어있지만, 국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중국인이라도 많은 차이가 존재합니다. 특히 제가 있었던 2010년대 초중반에는 스마트폰의 언어 앱이란 게 없었기에, 벽이 상당했는데요. 그래도 지금은 심천 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간단한 지리를 물을 때도 편히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기술의 발전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다이소를 비롯한 알리, 테무 등의 온라인 마켓에서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파는 물건들이 대부분 심천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한때 우리나라도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네요.
*다음 시간에는 마카오 여행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다음 편에 반영하도록 할 테니 댓글로 남겨주시면 성심성의껏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