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담은 구단마다 월드시리즈 반지를 선물한 명 단장
전통의 명문이자 최고 인기팀인 뉴욕 양키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같은 선상에 두기는 어렵다. 양키스의 에드 배로우가 이미 견고한 제국의 뼈대를 지키고 확장한 설계자였다면, 존 슈어홀츠는 변방의 약체를 14년 연속 정상으로 이끌며 스스로 왕국을 일궈낸 ‘완전무결한 정비사’에 가깝다.
그의 이름에서 풍기는 독일계 특유의 정밀함처럼, 슈어홀츠가 재건한 브레이브스는 단 하나의 나사못도, 톱니바퀴도 어긋나지 않게 조율된 거대한 기계와 같았다.
슈어홀츠의 정교한 손길은 리그를 가리지 않았다. 1985년, 그는 아메리칸 리그의 변방이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첫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안겼다. 당시 야구계는 그가 정비한 로열스를 두고 "야구계의 IBM"이라 불렀다. 그만큼 시스템에 의해 오차 없이 돌아가는 팀이었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5년, 그는 내셔널 리그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양대 리그 모두에서 단장으로서 우승 반지를 낀 역사상 최초의 인물. 이는 그가 설계한 시스템이 특정 팀의 운이 아닌, 어디서든 통용되는 보편적인 성공의 법칙임을 입증하는 증거였다.
슈어홀츠에게 '의리'는 시스템의 효율 뒤에 배치되는 사치였다. 그는 구단의 미래와 영속성만을 생각했다. 1995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데이비드 저스티스와 마퀴스 그리솜을 1997년 동시에 내보낸 것은 그의 냉정함을 상징하는 백미다.
놀라운 점은 그가 내미는 트레이드 카드가 언제나 상대 단장들에게 매혹적인 독배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브레이브스 팜의 화려한 유망주라는 '미래'를 담보로 상대의 갈증을 해결해 주며 도장을 찍게 만들었다. 하지만 슈어홀츠가 떠나보낸 선수들은 다시는 브레이브스 시절의 위용을 되찾지 못했다. 그는 선수의 현재 성적이 아니라, 그들의 몸속에 남은 전성기의 잔여 유통기한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내는 무서운 감별사였다.
슈어홀츠가 설계한 브레이브스의 토대는 "투수력은 결코 과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 위에 세워졌다. 그는 단순히 좋은 투수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의 권위를 완벽하게 예우함으로써 투수 왕국을 공고히 했다.
바비 콕스 감독에게 선수 운용의 전권을 맡기고, '마법사' 레오 마조니 코치에게 마운드 정비의 자율성을 부여한 삼각편대는 14년 연속 지구 우승이라는 금자탑의 엔진이 되었다. 단장은 최고의 부품을 조달하고, 현장의 장인들은 이를 조립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는 분업 체계의 정점을 보여준 것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선발진이 가장 빛났던 90년대 중반, 매덕스-글래빈-스몰츠-니글-에이버리로 이어지는 선발 5인방은 무려 67승을 기록했는데, 이는 파업으로 인한 단축 시즌으로 144 경기만에 이룩한 업적이었다. 매덕스는 사이영 상을, 글래빈은 월드시리즈 MVP를 받으며 투수 왕국 애틀랜타는 리그를 호령했다.
그는 타선을 정비할 때 팜에서 길러낸 치퍼 존스, 앤드류 존스 같은 '성골' 코어를 중심에 세웠다. 그리고 그 위에 개리 셰필드나 프레드 맥그리프 같은 검증된 화력을 덧입혔다.
특히 다저스에서 사고뭉치로 낙인찍혔던 셰필드를 영입한 사례는 그의 혜안을 보여준다. 슈어홀츠는 세간의 편견 대신 셰필드의 무시무시한 배트 스피드와 프로의식을 봤고, 그를 시스템의 핵심 엔진으로 활용해 팀의 화력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슈어홀츠의 성취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애틀랜타가 '우승 결핍'의 도시였기 때문이다. NBA의 호크스는 세인트루이스 시절의 해묵은 트로피 하나에 의지하고 있었고, NFL의 팰컨스는 슈퍼볼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지는 잔혹사를 써왔다.
그러나 이 무기력한 프랜차이즈에 첫 우승의 영광을 가져다준 인물이 바로 존 슈어홀츠와 브레이브스였다. 비록 더 이상의 우승 반지가 추가되진 못했지만, 14년 연속 지구 우승을 통해 애틀랜타 시민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었고, 위너의 이미지를 새로 입힌 역사를 쓴 것이다.
슈어홀츠의 진정한 위대함은 구단 가치를 부임 초기 대비 40배나 끌어올린 비즈니스 설계에 있다. 그는 모기업인 CNN(테드 터너)의 낭만적인 지원이 끊기고 냉철한 리버티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자, 구단 스스로가 '현금 인출기'가 되는 자산 순환 구조를 설계했다.
구장 주변을 리조트화(The Battery)하여 365일 수익이 발생하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는 현재의 단장 알렉스 안토풀로스가 아쿠냐 주니어 등 유망주들을 초장기 계약으로 묶어버리는 '뉴 머니볼'을 실행할 수 있는 든든한 화력 자원이 되었다.
현재 브레이브스의 투수진이 부상 잔혹사에 시달리며 위기를 겪고 있지만, 슈어홀츠가 닦아놓은 자산의 순환과 승리의 DNA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팜 랭킹은 낮아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이미 그 토양에서 자란 인재들이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점령했음을 의미하는 역설적인 증거다.
존 슈어홀츠는 야구라는 캔버스 위에 '영속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새긴 단장이었다. 거장은 부회장으로 물러나 뒷선에 머물고 있지만, 그가 설계한 시스템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애틀랜타의 마운드와 경제적 영토 위에서 거대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