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찬란했던 2D 황금기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다
오늘은 지난 1995년을 수놓은 오락실 게임들의 시간입니다. 1994년 말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의 새턴이 본격 3d 시대를 외치며 출시되었는데요. 차세대기 다운 성능을 뽐내며 오락실에 머물러있던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따라서 게임 시장은 콘솔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아케이드(오락실) 게임들은 체험형 게임들과 대전 격투 장르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데요. 90년대 중후반에 절정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잘 아시다시피 오락실 산업은 천천히 쇠퇴기를 걸었는데요. 1990년대 후반에서 00년대 초반에 콘솔과 휴대용, 그리고 PC 게임 시장에 역전당합니다. 자구책으로 댄스댄스 레볼루션이나 펌프 잇 업 같은 화려한 댄스 기기들로 마지막 불꽃을 지폈지만, 결국 아케이드 오락실은 다수가 아닌 틈새시장으로 줄어들게 되었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오락실이 남아있고 놀이동산이나 극장 등에서 볼 수 있지만, 90년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1995년의 이야기를 끝으로, 아케이드 게임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하는데요. 앞으로 게임의 역사에 관한 더 다양한 이야기들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사이버 보츠, 캡콤
횡스크롤 게임이었든 전작과 달리, 대전 액션으로 장르를 바꾸어 1995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캡콤의 게임답게 기본기에 충실하고 완성도도 높은 편이었지만, CPS2 기판의 한계로 캐릭터가 조금 빈약한 느낌을 주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전작 못지않은 수작임에도 흥행 성적은 차이가 좀 났다고 합니다.
돈파치, 케이브
도돈파치 같은 탄막 게임에 비하면 멀쩡한(?) 종스크롤 슈팅 게임인데요. 다만 적들의 탄막이 적다 뿐이지 난이도는 무시 못할 수준이라서, 3 스테이지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경지에 도달해야만 끝판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뉴타입들이 생겨난 시초가 아닐까 싶네요.
건블레이드 NY, 세가
학교 앞 오락실에서 200원을 넣고 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체험형 아케이드 게임이었는데요. 플레이어는 헬기에 탑승해서 뉴욕을 점거한 테러리스트들을 중화기로 섬멸하는 내용입니다. 체험형 기기라서 기관포의 손맛이 상당히 좋았는데요. 난이도는 스테이지 별로 시점의 변환 때문에 널뛰는 편이었습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한계도 분명했기에, 3D 슈팅의 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네요.
마블 슈퍼 히어로즈, 캡콤
마블의 인기 히어로들과 엑스맨의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서 닥터 둠과 타노스의 야망을 분쇄한다는 스토리로, 인기 캐릭터들 말고도 뜻밖의 캐릭터들도 등장하는데요. 마블 측에서도 잘 모르던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덕분에, 캡콤 제작진의 덕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는 실화가 존재합니다.
뱀파이어 헌터, 캡콤
캡콤의 대전 액션 게임 뱀파이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킹오파 95가 워낙 독보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이 쪽이 다른 격투 게임들보다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전작보다 난이도가 하향되어, 혼자서도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했던 몇 안 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95, 타이토
아케이드 게임사에 길이 남을 역작 인베이더 시리즈의 5번째 작품입니다. 타이토의 인베이더와 인베이더 95와의 관계는 코나미의 그라디우스와 파로디우스의 관계와 같은데요. 다소 과장되고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 심지어 보스전도 등장합니다.
난이도 조정이 잘 되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데요. 격투 게임이 판을 치던 시기 한 구석에서 여전히 사랑받던 테트리스와 함께, 격투게임에 취미가 없는 게이머들을 위한 좋은 선물로 기억되네요.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캡콤
제로라는 이름답게 스파 2의 프리퀄이라는 설정으로 나온 게임인데요. 부족한 성능의 기판과 무식하게 짧았던 개발 기간을 제작진을 갈아 넣어서 완성했다고 합니다. 거의 3개월 만에 급조된 작품 치고는 상당한 기본기를 선보인 덕에, 스트리트 파이터 3을 기다리던 유저들에게도 상당한 반응을 얻었는데요.
캐릭터들도 기존 작들 뿐만 아니라 인기 벨트 스크롤 액션 파이널 파이트의 인기 캐릭터까지 등장시키면서 시리즈의 접점을 창조했습니다. 그리하여 당시 고수들의 증언에 의하면, 최강캐는 파이널 파이트의 주인공중 하나인 가이였다고 하더군요.
킹 오브 파이터즈 95, SNK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장수 시리즈 킹오파의 두 번째 작품으로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는데요. 이 게임의 팬들은 직접 노트에 자신의 팀을 구상해 보는 놀이(?)를 즐기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타임 크라이시스, 남코
영상 썸네일에 표시되었듯이 최소 300원 정도는 넣어야 플레이가 가능했던 오락실 효자상품인데요. 고수가 한번 총을 잡으면 구름처럼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다음 적이 나오는 위치를 다 외워서 귀신같이 원샷 원킬로 잡아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직접 발판을 밟아서 진행하고, 발판을 떼면 엄폐한다는 설정은 실제로 게임 속에 들어가서 플레이하는듯한 몰입감을 주었는데요. 총 한 자루로 쏟아지는 적들과 보스까지 해결한다는 스토리는,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작이었습니다.
제비우스 3d, 남코
1983년 등장하여 아케이드 게임의 역사를 쓴 전설의 작품 제비우스가 3D로 재탄생했습니다. 3D를 도입한 덕분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는데요. 기존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2D 스테이지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시점이 바뀌면서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들었던 장면도 기억나네요.
애초에 전작과 비교하기에는 역사적 의미가 다르기에 평가가 갈립니다만, 제비우스를 해본 추억이 있는 유저들에게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슈팅게임이었습니다.
오래 연재해 온 오락실 시리즈가 첫 회에서 썸네일로 썼던 제비우스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1회를 보니 감개무량한데요. 비록 오락실 게임 시리즈는 끝을 맺지만, 앞으로도 콘솔. 휴대기기, 피씨 게임들의 역사와 관련 이야기는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오락실 시리즈를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