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보나 교과서를 보나 성적은 마찬가지였죠.
학교 근처 서점에 가면, 종종 소년 잡지의 내용보다도, 이번 달 부록이 무엇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생들 호주머니 사정이야 뻔하고, 단돈 1500원 하는 잡지라도 두세 권씩 살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종종 어머니께 조르는 동창들을 목격했는데요. 대부분은 어머니의 강스파이크가 등짝에 찰진 사운드와 함께 꽂히면서 상황이 종료되곤 했었습니다.
오늘은 어렸을 때부터 곁에 가까이 두고 읽어왔던 친구 같은 잡지들을 소개합니다. 아마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지들이 있으실 텐데요. 오늘 소개하지 못한 부분은 나중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982년 10월에 창간되어, 일곱 살 소년의 동반자이자 밤에는 머리에 베고 잘 정도로 좋아했던 만화잡지입니다. 그림체만 보셔도 떠오르는 만화가들이 있으실 텐데요, 저는 특히 땡땡 연재를 굉장히 즐겨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창간호 커버에 사진으로 소개된 영화 E.T. 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2년이나 지난 1984년에 한국에서 개봉했고, 서울에서만 60만 관객을 넘기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각종 소년잡지입니다. 만화도 있고 여러 친구들끼리 수다 떨기 좋은 가십거리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소년들의 로망, SF영화 소개에다가 풍성한 부록까지, 다음 달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던 종합선물세트였죠. 지금은 사라진 지하철 상가 안의 대형 서점에 가면, 어머니 옷자락에 매달려 떼를 쓰는 또래 학생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친구들끼리 너는 경향 나는 중앙 너는 새 소년 이런 식으로 겹치지 않게 사서는 돌려보곤 했는데요. 별책 부록은 엄연히 먼저 산 친구의 소유였죠. 역시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추억의 화백님들 성함이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격주간 만화잡지 만화왕국입니다. 보물섬 이후에 나와서 나름의 독자층이 있었죠. 둘 다 보는 친구도 많았습니다. 보물섬이 보다 저학년 시장에 가까웠다면, 만화왕국은 조금은 고학년을 타깃으로 한 느낌이었죠.
별책부록을 보니, 여학생이나 남학생이나 밤잠을 설치면서 (선물이) 서점에 도착하는 날을 기다렸을 듯합니다.
이건 기독교계 잡지인 '새벗'입니다. 만화의 분량은 적은 편이었고 흥미로운 소설이나 동화가 대부분을 차지해서, 찬찬히 읽기에 좋았죠. 괜찮은 이야기를 선별해서 새벗 문고로 발행했던 기억도 납니다.
아이큐점프가 주간 만화잡지로 처음 발간되었는데요. 소년지라기보단 중고생 이상들이 좋아하던 잡지로 기억됩니다. 무엇보다도 정식으로 수입된 '드래곤 볼'의 엄청난 인기로 판매량도 무시무시했었죠.(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500원 해적판으로 이미 전교생 중 볼 친구들은 다 보았지만..)
후발주자 소년 챔프는 아이큐점프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뒤를 이어 발간한 만화잡지로, 부록 만화인 "슬램덩크"의 폭발적 인기는 당시 NBA 리그의 인기와 더불어 아주 뜨거웠었죠.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웃픈 일화마저 전해집니다.
일본 발매판을 한국 발매판이 따라잡아서 다음 단행본이 발매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자, 수많은 소년 독자들이 소년챔프사에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독자: "거기 슬램덩크죠?"
소년챔프사 직원: "네?"
독자: "슬램덩크 2X권 언제 나와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소년챔프사 직원: "..."
이런 식으로 말이죠. 여하튼 이 두 주간지가 잘 나갈 때에는 기본 수십만 부를 깔고 갔던 출판계의 최고 호황기 시절이었습니다.
*분량이 길어서, 오늘의 글은 2부로 나눠서 발행할 예정입니다. 저녁 9시에 선보일 2부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