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다가오는 아날로그 필름의 질감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최근까지 5 작품을 같이 하면서, 국내에도 인지도가 높은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를 잘 아실겁니다. 네덜란드 태생이지만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북구의 서늘한 풍광을 자연스러운 필름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통하여 서서히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하얀 눈발이 휘날리는 밤의 풍경과 갑작스레 그 위에 점점이 날리는 새빨간 피의 대비, 그리고 왕따 소년과 신비한 존재임이 분명한 소녀와의 이야기를 철저한 관찰자 시점에서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일반적인 호러 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나 정중동의 미학을 물씬 느끼게 합니다.
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박평식 평론가가 자신에게는 만점이나 다름없는 별 넷을 주며 아름답다, 메이드 인 스웨덴!이라 극찬하며 영화팬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호이테마 촬영 감독은, 2010년 데이비드 오 러셀 감독의 <더 파이터>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데요. 제작비의 열 배를 벌어들이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크리스천 베일과 멜리사 레오는 각각 아카데미 남녀 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비평적으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죠.
이어서 <렛 미 인>에서 협업했던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과 만나 첫 영국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작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찍었고, 2013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로 또 한 번 평단의 화제를 모으며 호평을 받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만나면서, 2014년 <인터스텔라>가 개봉하는데요. 대한민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영국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다시 오르면서, 주목받는 촬영감독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우주를 소재로 한 재난물도 버디물도 활극도 아닌 매우 정적인 하드 SF에 가까운 작품인데요. 대신에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브래드 피트의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평범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함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다 할 스펙터클도 없고, 대사도 별로 없는, 우주라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트무비적인 성향을 생각해 보면, 성층권의 사고 장면이나 달표면에서의 액션(?)은 다소 충격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중반의 긴 호흡을 조금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상영관의 침묵 속에서,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 준 호이테마 촬영감독의 노력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놀란 감독의 12번째 작품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역사적 인물의 실화를 그린 오펜하이머였는데요.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극찬을 받으며 감독상과 작품상, 남우 주/조연상, 음악상, 무엇보다도 호이테마 촬영 감독에게는 첫 아카데미 촬영상을 안겨 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전작들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무조건 아이맥스다!라는 입소문에 힘입어 특별관에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었는데요. 거대한 아이맥스 카메라를 들고 고군분투한 호이테마 촬영 감독이 들었다면 보람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크리스토퍼 놀란 -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의 기대작입니다. 모든 장면을 100%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상업 영화라고 하는데요. 아마도 개봉 이전부터 예매 전쟁이 불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스팅도 엄청난 데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서 최대 제작비를 썼다고 하니, 오랜만에 영화적 스펙터클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네요.
1967년생으로 원숙한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 감독은, 정말로 아날로그 필름을 선호하는데요. IMDB에 따르면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I have to say I love film above all. I have the most affinity with celluloid and I feel most comfortable shooting that. But the whole thing about film versus digital, I mean the biggest mistake with it is that it's always presented as film versus digital. I don't think that one thing rules out the other and I don't think that one thing is better than the other."
"솔직히 말해서 저는 필름을 가장 좋아합니다. 셀룰로이드 필름에 가장 애착이 가고, 필름으로 촬영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필름과 디지털의 대립 구도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항상 필름과 디지털의 대립으로만 보는 것입니다. 저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배제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가 많이 경량화되었다고는 하지만, 70mm 카메라로 작업하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극장이라는 곳이 왜 필요한지 말 대신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만드는 촬영감독들의 노고는, 연출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함을 더 많은 관객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