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목격한 12.3 사태 기억들의 총합
먼저, 이 작품은 넓게 보아서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장르로 표현할 수가 없는데요. 그 안에 스릴러도, 호러도, 코미디도, 심지어 액션 활극까지 다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온 지금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블랙 코미디에 가장 가까웠다 하겠네요.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밤 열 시 반, 대부분의 국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단란한 시간을 가지던 그 시간에 일어난 사태는, 아무리 시사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지상파 TV로라도 알지 못할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으며,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도 알고 있죠. 그렇지만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이유는 이 작품 감상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각자에게 12.3의 기억은 다들 다르게 남아 있을 텐데요. 티브이로 보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인터넷을 보다가 안 분도 있을 것이고, 친지들의 문자로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심지어 현장으로 바로 달려가신 분들도 계시겠죠. 그 모두 다른 경험들을 한 작품으로 탄탄히 묶어놓으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입체적으로 목격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만듭니다.
다큐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굉장히 긴박하게 전개되므로, 영화 도중에 시간을 체크할 틈 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날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울고, 웃고, 분노하고, 하나가 된 느낌을 받으며 현재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데요. 개인적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엄청 좋아하고 OTT의 다큐들을 즐겨 보는 편이지만, 검증된 사실들만을 가지고 이렇게 제대로 뽑은 작품은 처음인 듯합니다.
실관람객은 저를 포함 두 명이었지만, 마음으로 참석하신 관객분이 네 분이 더 계셨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요일 개봉일 첫날 첫회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아실 텐데요. 아무 생각 없이 좌석 미리 보기를 보다가, A열 1,2번에 예매를 하신 분을 발견했습니다. B열에도 말이죠. 아마도 화제작이 개봉하면, '명당' 자리부터 차게 마련이지만, 업무 때문에 몸은 가지 못하더라도 응원의 의미로 예매를 하시고, 또 혹시나 실관람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A열 1,2번이나 B열의 자리를 예매해 주신 분들의 마음씨를 보면서 인류애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시간을 내어 보실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이므로, 꼭 큰 관이 아니더라도 그냥 가까운 플랫 비율의 상영관을 찾으시면 됩니다.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답게 실제로 촬영된 부분들 뿐만 아니라 재연 장면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하는데요. 거기에 과하지 않게 입혀진 음악도 좋아서, 이왕이면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초등학생은 몰라도 중학생 이상의 자녀가 있다면 가족끼리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예매하고 처음 상상했던 마무리는 많은 분들의 예상하셨을 듯한 헌법 재판소의 인용 판결로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이명세 감독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제대로 마무리를 짓는데요. 우리가 목격하지 못한, 아니 목격하지 않아야 했을 가상의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확 주의를 환기시키고 끝을 맺습니다. 그러니 헌법 재판소 장면에서 나오지 마시고, 영화 다 끝나고 불이 켜지면 그때 나오셨으면 좋겠네요.
점심시간을 통으로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 많은 민주 시민들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