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팔 할, 전자오락실 이야기(1)

도시락통을 잊을 만큼 뜨거웠던 제비우스의 유혹

by 동물의삽

"너 이 놈 자식, 가지 말라는 오락실도 모자라 새 도시락통을 잊어먹고 와? 넌 앞으로 도시락 없어!"


부모님이 큰맘 먹고 새로 장만해 주신 보온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처음 갔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비록 귀한 음식들은 아닐지 몰라도, 정성으로 꽉꽉 눌러 담으신 밥과 반찬을 뚜껑을 열면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만 사건이 터졌습니다. 평소처럼 전자오락실 앞을 지나치지 못한 저는, 그만 게임에 정신이 팔려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놀라서 도망치듯 오락실을 나왔는데, 도시락통을 두고 나온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실을 깨닫고 발길을 돌렸지만, 이미 도시락통은 사라지고 없었는데요. 사실대로 아버지께 말하자,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고 한 달 정도를 도시락 없이 등교하는 시간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는 항상 자리를 뜨기 전에 간단히 점검을 하는 버릇을 들이게 되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덕분에 쉬이 잊히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그만큼 1980년대를 살았던 소년소녀들에게 전자오락실은 희비가 엇갈리는 애증의 장소이자, 결코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한편을 차지하는 존재였음은 분명합니다.


오늘은 그 시절의 게임들을 다시 돌아보며, 같은 장소를 경험한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게 되는 다른 추억들을 되살려 보려 합니다. 11회까지 기획되어 있으니, 아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추억의 게임이 있었다면 찬찬히 다음 회차를 기다려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랠리 X: NAMCO,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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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4 kyuiw4 fkxk? si=VOdeU-o_HwogUbwF

전설의 게임입니다. 레이싱 요소 + 길 찾기 요소 + 액션 요소를 잘 버무린 수작 게임인데요. 국내에서는 '방구차'라는 제목으로 큰 인기를 끌었죠. 게다가 저 연료게이지는 스릴러 요소도 담고 있었는데요. 연막(방귀)을 쓰면 연료도 막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만든 게임이네요.




갤러그: NAMCO,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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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luw73 RAtnE? si=itXwXXZ7 o6 BEZ3 QH

오락실 세대가 아닌 사람이라도 다 알고 있는 그 게임 맞습니다. 갤러그의 백미는 유도광선에 끌려간 우리 전투기를 적 기체만 죽여서 두대를 합체시키는 순간이었죠. 잘하는 친구들은 100 스테이지 단위로 즐겼던 것 같네요. 물론 오래 하면 오락실 사장님이 스위치를 내렸죠.



PONPOKO(너구리): SIGMA,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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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nWAbxLQY5 c? si=CcEpuiW7 FaM5 mFQr

항상 오락실 한편에서 빰 빰 빰빰빰~ 빰빰빰빰빠~ 소리가 들리던 기억이 납니다. 물음표 항아리 먹다가 뱀 나오면 골치가 아파졌던 기억이 나네요. 진~짜 오래된 게임이지만 마성의 BGM 만으로도 길이 남을 게임입니다.




디그 더그: NAMCO,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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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8 jX85 rOlX0? si=gb2 XxtwsdcrZ0 KAK

역시 남코의 초 인기 게임이었죠. 열심히 파면서 바위랑 적을 조심하면 제법 오래 붙잡고 있는 게 가능했습니다. 제목은 디그 더그인데(땅 파는 내용이니까) 대부분의 오락실에선 '지그 자그'라고 붙어있었죠. 게임이 익숙해지면 한판 한판 클리어보다도, 적들을 일렬로 세워서 바위를 떨어뜨려 올킬하는 순간을 어찌 설계하는지가 관건이 되었습니다.




문 패트롤: IREM,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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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39 EsNumG3 Fc? si=bwq88 qgtgWMBpCNt

대부분 비행기가 나오는 슈팅게임 일색이었던 그 시절, 첨 보는 월면차의 액션을 그린 게임입니다. 물론 난이도가 어마어마해서 직접 하지는 못하고 잘하는 형들이 플레이하는 걸 구경만 했었죠.




미스터 두!: UNIVERSAL,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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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dntdO3 YsRs? si=hHBl1-hI4 OoAv0 w2

남코의 디그더그를 완전히 베낀 모습이긴 합니다만, 나름 오락실에서 인기가 있던 게임입니다. 게임 클리어 조건이 아주 명확한데요. 앵두를 다 먹든가, 화면상의 적을 다 죽이든가, EXTRA의 알파벳 몬스터를 모두 죽이든가 하는 방법이 있었답니다. 대부분의 오락실에서 미스타 '도'라고 붙어있었죠.




제비우스: NAMCO,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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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fSbTxbH94 I? si=uLk_iPrtqLj9 ihKk&t=8

아직도 오래된 놀이동산에 가면 존재하는 전설의 슈팅게임입니다. 갤러그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지상유닛과 지상용 폭탄이 따로 있었죠. 역시 한번 잡기만 하면 사장님이 스위치 내릴 때까지 하던 고수들이 존재했습니다. 훗날 제비우스 3d라는 이름으로 후속작이 나왔는데요. 나름 눈은 즐거웠지만, 원작을 넘어설만한 속편은 아니었던 느낌입니다.




엑스리온: JALECO,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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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z01 PtzruMw? si=LF4 wLsgtntH_4LU1

국딩들에게 처음으로 무중력 우주공간의 움직임을 일깨워준 문제작이었죠. 사진에 나오는 총알 말고 일명 '따발총'으로 불렸던 연사가능한 무기를 제때 사용하는 게 관건이었던 기억입니다.




쿵후 마스터: IREM,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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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8_8 KpzYPQHY? si=9 D8 rvN7 R8 ZA3 drZc

보통 '이소룡'으로 알려진 멋진 액션 게임인데요. 아마도 이소룡의 '사망유희'를 토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일본판 제목은 스파르탄 X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이었네요. 보기보다 난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투자를 아끼지 않고 패턴을 암기하면 보스전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이퍼 올림픽'84: KONAMI,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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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OsLEq3 DP4 as? si=ZRmaXOxee5_7 mpEo

이 게임을 하기 위한 필수품이 있었으니, 문방구 앞 뽑기(쎄서미) 볼의 커버였습니다. 그걸 손가락에 끼우고 죽어라고 버튼을 긁었던 기억이 눈에 선하네요. 당시 우리나라가 무려 세계 10위를 했기에(공산권은 불참했으니 가능했던 성적) 덩달아 인기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고득점을 위해서 쎄서미 볼 정도가 아니라 금속재질로 된 자, 자동차 와이퍼 등등의 필살기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훗날 등장하실 오락실 사장님께서 버튼 다 망가진다고 금지령을 내리셔서,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손: CAPCOM.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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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_ATgO8 TB2 U? si=1 DJgo941 qwoA_r9i

아직도 화면만 보면 이 게임의 BGM을 흥얼거릴 수 있습니다. 수많은 스테이지와 함께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기억으로 남았는데요.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난이도가 무지 높았습니다. 그래서 속도감 있고 그래픽도 깔끔하며 2인용의 이점도 있는 야심작이었지만, 한정된 용돈으로 게임을 선택해야 했던 그 시절 학생들에겐 난이도가 문제가 되었죠. 그래도 오락실 한편에서 신나는 bgm 역할로 나름의 가치를 증명하던 게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봄 잭: TECMO.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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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xggRLxoBpA? si=2 Gr70 NNh3 kecUDsT

아케이드버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사진입니다만, 그때 해보신 분들은 느낌이 오실 겁니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적들을 피해서 열심히 폭탄을 수거하는 봄 잭(대부분 오락실 기계에는 봄 '짹'이라고 붙어있었지만^^;;;)의 활약을 그린 게임이었습니다.




테라 크레스타(독수리 오 형제): NISHIBUTSU,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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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dsBZgBdxNw? si=my4_dWcTXAFFKEzD

게임이 시작되면 나오는 조그만 1호기에서 시작해서, 스테이지를 계속하면 나오는 형제기들을 모아서 사진에 나오는 불새로 변신하는 순간이 절정이었죠. 테라 크레스타란 제목은 몰라도 독수리 오 형제라면 기억나는 분들이 계실 걸로 믿습니다.




이얼 쿵후: KONAMI,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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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4 MQqwW1 dJSk? si=Lck37 h8_Z7X4 paUv

그 당시엔 흔치 않았던 대전 액션 게임입니다. 물론 패턴만 외우면 그리 어려울 것은 없었지만, 깔끔한 그래픽과 타격감 때문에 인기가 많았죠. 특히 MSX를 비롯한 다른 기종으로 이식되었는데요. 재믹스를 가지고 계셨던 분들은 집에서 이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브금도 좋았지만, 한번 스텝이 꼬이면 첫판에서도 계속 맞다가 게임오버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곤 했는데요.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큰 기술은 봉인하고 잔기술(?)로 상대를 요리하는 플레이까지 발전했습니다.



너클 죠: TAITO,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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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mOkOBuchYc? si=tvtspIJXSyF2 HziX

당시 일본에서 무지 인기 있었던 북두의 권이 생각나는 액션 게임입니다. 스테이지별로 여러 요소가 존재하고 중간중간 오토바이 레이싱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보스전이 백미였죠. 물론 패턴을 꿰뚫은 용자들은 몇 시간이고 즐겼는데요. 결국 사장님이 게임비 돌려주면서 스위치를 내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곤 했었죠.


인생은 한번뿐이지만, 이렇게 게임처럼 2회 차 3회 차가 가능하다면? 하는 가정에서 아마도 지금껏 많은 창작물들이 태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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