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을 함께 한 국내 대중 소설들 모음

책 냄새가 피어오르는 도서관에서, 한 장씩 책장을 넘기던 시절

by 동물의삽

저의 학창 시절 무렵, 집 책장에 꽂혀있었던 책들이 기억나는데요. 보고 싶은 책은 많고 주머니 사정은 뻔한 학생이었지만, 집에다가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말하고는 밤 아홉 시까지 국기원 도서관에서 신나게 소설책만 파다가 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보니 90년대 초반의 책들이 많은데요. 대중성에 방점을 둔 만큼, 작품성과는 큰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은 소설들을 골라보았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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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른 제목으로 나왔다가 조금 손을 봐서는 지금의 제목으로 1993년 발간했는데요. 작가의 데뷔작인데도 수백만 부가 팔리면서, 일약 인기 작가로 발돋움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소설 이후의 처절한 자기 복제와 고리타분한 주제는, 자연스레 저자의 명성을 알아서 깎아먹었죠. 그렇지만 이 당시만 해도 엄청난 인기였고, 영화화도 되었습니다.



밤의 대통령(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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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의 이문열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오로지 재미 하나만으로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했던 통속작가 이원호의 대표작입니다. '황제의 꿈' 같은 소설을 보면 자신의 중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외의 디테일을 보여주는데요. 학생들보다는 아무래도 386 아재들의 인기를 많이 끌었던 소설입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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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 출신이며 무역회사를 다녔던 작가가 한 장의 그림을 모티브로 펴낸 소설인데요. 판타지 장르에 가깝긴 합니다. 그렇지만 숨 돌릴만하면 몰아치는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탁월하게 교차되는 상황을 그려내는데요. 때문에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히는 몰입감을 자랑합니다.



빙벽(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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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제법 되는데도 불구, 이쪽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퐁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고등학생시절 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다음 권이 있는지 확인을 하곤 했는데요. 그런 식으로 약 두 달에 걸쳐서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훗날 작가 고원정은 이 소설의 인기를 바탕으로 방송에도 진출했었죠.



사람의 아들(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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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소름 돋게 읽은 때라서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가, 중간중간 외계어가 나오는 부분에서 절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삼국지(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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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들이 삼국지를 편역 하여 출간했지만, 저의 어린 시절에 함께했던 삼국지는 월난(?) 선생의 버전이었습니다.(그 시절 이런 개그 유행했었죠. 말당 서정주, 토관과 신토.. 이런 거 말입니다) 훗날 황석영 삼국지까지는 어찌 읽어보았지만, 이문열 삼국지까지는 읽을 엄두가 안나더군요.



손자병법(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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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와 함께 중국 고전을 재미있게 읽게 해 주었던 책입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고우영 화백의 만화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작품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간행물이기도 하네요.



인간시장(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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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작가의 출세작이며,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이라고 합니다. 1부에선 활극 비슷하게 무협지처럼 술술 읽히다가, 점점 스케일이 커져가는데요. 소설의 높은 인기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 김홍신 작가는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다 결국 국회의원까지 출마하게 됩니다.



제5열(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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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시절 누군가의 추천으로 시큰둥하게 시작했다가 푹 빠져든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보고 나서 '최후의 증인'과 '여명의 눈동자'까지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훗날 최후의 증인은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으로 영화화되었고, 여명의 눈동자는 다들 아시다시피 드라마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제5열도 드라마화 되었는데요. 나중에 이야기 뼈대만 살려서 영화로 제대로 만들었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다만 수위가 아슬아슬해서, 각색을 잘해야 하겠더군요.



혼자 뜨는 달(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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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시절 친구들끼리 돌려서 보던 책이었는데요. 제 차례가 되어 먼저 두 권을 받아서는 가방에 잘 숨겨서 오던 그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첫권을 펴자마자 생전 처음 보는 언어유희에 감탄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3권까지 내내 즐겁게 보다가 4권에서 그만...(이하 설명은 생략합니다)




맺으며

2000년대 후반 이후 전자책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손 안의 화면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만나죠. 하지만 가끔, 도서관 책상에 앉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오래된 책에서 피어오르는 냄새, 종이의 감촉, 고요한 집중의 시간. 20세기 한국 대중소설들은 그런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왔어요. 시대와 매체는 바뀌어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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