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미의 상징은 바로 헤어라지요?
학창 시절에 빽판을 들은 적이 있고, 워크맨 이어폰을 항상 귀에 꽂고 다니셨던 분들은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자신만의 최애 가수나 밴드들이 있을 텐데요. 이 글은 제 인생에서 록/메탈 음악에 푹 빠져 살았던 다시 올 수 없는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당시 최애 밴드들과 꽃미남 멤버들을 되새겨보는 글입니다.
미리 주인공을 밝힐 수는 없지만, 10회 연재분의 주인공들이 누구일지를 기다리며, 기대하는 분들께 가슴 설레는 시간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88년 강남역 길보드 리어카에서 우연히 뽑아 들었던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한 십 대 소년의 인생에 어마어마한 울림을 주었는데요, 그 테이프의 제목은 '헤비메탈 팝'이었습니다. 제목은 촌스럽지만 수록곡들이 역대급이었는데요, 지금 기억나는 곡들만 꼽아봐도 스콜피온스의 'holiday', 메탈리카의 'blackened', 씬 리지의 'still in love with you', 킹 크림슨의 'epitaph', 킹 다이아몬드의 'sleepless night', 데프 레파드의 'love bites', 오지 오스본의 'bark at the moon', 화이트 라이온의 'broken home' 게리 무어 버전의 'messiah will come again' , 스키드 로우의 'I remember you' , 본 조비의 'I'll be there for you' 등이었으니 지금 생각해 봐도 하드록부터 프록 락, 팝메탈부터 스래시 메탈까지 총망라하는 어마어마한 선곡이었지요?
부모님이 비틀스나 이글스를 좋아하셔서 록 음악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생전 처음 들어본 귀청을 찢어버릴 듯이 질주하는 헤비메탈 리프는 사춘기 소년을 완전히 홀려 버리고 말았죠. 그 이후로 학교 근처 레코드점을 뒤지고 다니면서 사장님이나 알바 누나의 추천을 받아가며 차곡차곡 자신만의 컬렉션을 쌓아가는 것은 더할 수 없는 큰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핫뮤직이나 지영음(GMV)을 열심히 수집했고, 특히 핫뮤직 앨범 리뷰란을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으며 용돈을 쪼개서 산 앨범들을 등하교 내내, 쉬는 시간 내내 들었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는군요.
오늘의 주인공 밴드 윙어입니다. 왼쪽부터 렙 비치(리드기타)- 킵 윙어(보컬&베이스)- 폴 테일러(키보드, 리듬기타)- 로드 모겐스타인(드럼) 순입니다.
일단 그들의 대표곡부터 올립니다.
seventeen
1988년 데뷔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1989년에 발매되어 빌보드 싱글차트 26위까지 오르면서, 신인 록밴드로써는 인상적인 결과였는데요. 지금 들어봐도 시대를 앞서간 깔끔하고 멋진 리프와 완벽한 완급조절을 자랑하는 기타 솔로가 세련된 느낌을 더하는 팝메탈 곡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형님은 참 헤어 노출을 즐기셨던것 같아요)
윙어는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와 섹시미로 여성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킵 윙어의 존재로 인해 크게 인기를 끌었던 밴드인데요. 대부분의 곡을 만들고 프런트맨 역할을 도맡은 킵 윙어는, 베이시스트이면서 보컬을 겸하는 흔치 않은 멀티 플레이어였습니다.
그렇다고 록계에 베이스와 보컬을 겸하는 뮤지션이 아주 드문 것은 아니었는데요. 비틀스의 폴 경이나,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 마운틴의 펠릭스 파팔라디, 러시의 게디 리, 슬레이어의 톰 아라야, 모터헤드의 레미 킬미스터, 폴리스의 스팅,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그렉 레이크.. 찾아보니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이신 분들이 많으시네요.
윙어는 보컬인 킵 윙어의 인기만으로 먹고사는 밴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쟁쟁했는데요, 당장 위에 소개한 세븐틴을 들어보면 느끼시겠지만 연주력도 탄탄합니다. 렙 비치는 이미 세션계에서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였고(도켄, 딥 퍼플, 화이트스네이크에서 활동), 로드 모겐스타인은 역시 특급 세션으로써 거물들과 협연했고 드럼 전문학교의 교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킵 윙어는 정식으로 작곡을 배웠으며 어렸을 때는 클래식 작법을 공부했고, 앨리스 쿠퍼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를 맡았던 경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윙어 활동을 하면서 작곡과 보컬, 베이스 연주 외에도 키보드와 퍼포먼스를 맡으며 큰 인기를 끌었죠.
(이런 사진이라던가... 얼굴보다 수북한 털에 주목!)
(배우 발 킬머의 리즈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
위의 사진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연주 실력뿐만 아니라 팬들을 몰고 다니는 프런트맨으로써 킵 윙어는 확실한 외모적 이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음반이 가장 잘 팔리던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데뷔앨범부터 1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죠.
headed for a heartbreak
데뷔앨범에서의 또 하나의 히트곡 'headed for a heartbreak'에서는 키보드와 어우러지는 프로그레시브적인 접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데뷔앨범의 성공 이후 두 번째 앨범도 제법 성공했지만, 데뷔앨범 때의 찬사에 비하면 좀 아쉬운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래도 윙어 최고의 팝 발라드로 유명한 곡을 싣고 있습니다.
miles away
이 곡은 빌보드 12위까지 오르며 윙어의 싱글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까지 올랐는데요. 원래 미스터 빅의 에릭 마틴에게 먼저 제의가 갔다고 합니다. 에릭은 성공하리라는 느낌을 받았으면서도 거절했다고 하네요.
2집의 뜨뜻 미지근한 반응에 윙어는 좀 더 하드 한 음악으로 변신하여 3집을 내놓게 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존 팬들에게는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말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91년 너바나의 네버마인드가 터져 나온 이후 팝메탈은 그야말로 씨가 말라버린 상태라서 윙어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쓸쓸하게 잊히나 싶었는데 윙어는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고 특히 핵심 3 멤버는 2014년에도 앨범을 내는 등 예전만큼의 인기는 누리지 못하지만 아직도 활동해 주는 것만으로도 살짝 뭉클해집니다.
한참 동안 소식이 없던 밴드는, 2023년에 스튜디오 앨범 <seven>으로 다시 돌아왔는데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윙어였기에 세븐의 의미는 단지 일곱 번째 앨범이라는 뜻입니다. 비록 오랜 세월을 돌아온 느낌이지만,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는 윙어에게 진심을 담아 박수를 전하고 싶네요.
proud desperado
오늘 글의 마지막 곡으로 세븐 앨범의 첫 곡을 골랐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데뷔 시절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괜히 눈가가 시큰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