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투수(선동렬)의 효율성 대 무쇠팔(최동원)의 희생
*주말에 연재될 새 시리즈 제목은 '프로는 비즈니스다'입니다. 오늘 글은 서론이고, 앞으로 KBO 감독 이야기와 MLB 단장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인데요. 주말 중에 하루를 정해서 연재할 계획입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그곳은 기록과 돈, 효율이 지배하는 공간이죠. 그러나 프로가 몸담고 있는 경기라는 세계 속에는 언제나 정의와 투혼, 그리고 희생이라는 뜨거운 인간의 서사가 개입합니다. 프로란 과연 이 두 가지 가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요?
한국 프로야구는 이 질문의 답을 선동렬 선수와 최동원 선수라는 두 명의 위대한 투수를 통해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선동렬 선수가 이룬 것은 '완벽한 성과 모델'이었고, 최동원 선수가 남긴 것은 '가장 존경받는 윤리 모델'이었죠.
선동렬 선수는 프로 야구에서 '압도적인 성과와 효율성'이 곧 시장을 지배하는 비즈니스 모델임을 입증한 투수인데요. 그의 기록은 그야말로 냉정한 계산과 완벽한 퍼포먼스 그 자체였습니다.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그의 KBO 통산 기록: 평균자책점 1.20 ERA, 28개의 피홈런 개수, 78.5%의 승률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의 경이적인 기록인데요. 선동렬 선수가 마운드에 서는 순간, 경기의 승패는 그의 압도적인 기량과 '해태 타이거즈의 '승리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었습니다.
그의 공은 당대 최고의 타자들에게도 공포 그 자체였는데요. 삼성 라이온즈의 포수였던 이만수 선수조차 "도저히 공이 안 보여서 눈을 감고 냅다 휘둘렀는데 맞았다"는 전설적인 자신의 홈런 일화를 남길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 말을 전해 들었다면, 선동렬 선수의 가슴에는 멍이 살짝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선동렬 선수는 감정의 개입 없이 완벽한 성과를 창출해 내는, 프로 비즈니스의 가장 이상적인 효율 모델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불펜에서 선동렬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하면, 상대팀 선수들이 스스로 전의를 잃기 시작했다는 증언도 있을 정도니까요.
반면, 최동원 선수는 '프로페셔널의 책임과 윤리적 가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함으로써 가장 존경받는 선수로 기억되는데요. 그의 가치는 기록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되었습니다.
1984년 한국시리즈 4승 투혼: 단순한 투구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시리즈 돌입 전, 강병철 감독이 1, 3, 5, 7차전 선발 등판이라는 초인적인 투구 계획을 알리자, 너무한 것 아니냐는 최동원 선수에게 감독은 "동원아,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라고 애원했습니다. 이에 최동원 선수는 "알겠심더. 마, 함 해 보입시더"라고 답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는 '팀의 승리'와 '부산 팬들의 열망'이라는 대의에 자신의 선수 생명까지 걸었던 인간적인 투혼과 희생의 상징입니다.
선수협 추진: 1980년대 구단의 횡포와 열악한 처우에 맞서 선수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선수협의회'를 주도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안락한 선수 생활(시장 가치) 보다 조직 구성원 전체의 정의(윤리)를 선택한, 리더로서의 고결한 희생에 가까웠죠.
최동원 선수는 이 투쟁의 결과로 트레이드라는 보복성 처분을 받았지만, 그 희생을 통해 프로 스포츠 조직이 가야 할 도덕적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별명 '무쇠팔'은 그의 강인한 어깨뿐 아니라 꺾이지 않는 정의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이 두 거인이 투수로 맞대결한 공식 선발 기록은 놀랍게도 1승 1무 1패였습니다.
이 대결의 절정은 1987년 5월 16일에 펼쳐진 연장 15회 무승부 경기였는데요. 최동원 선수가 209구, 선동열 선수가 232구를 던진 이 경기는, '경기의 제한 시간'이라는 비즈니스 규정이 없었다면 끝없이 이어졌을, 두 위대한 가치의 승부를 가를 수 없었던 임계점을 상징합니다. 워낙 유명한 일화라서, 훗날 퍼펙트 게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죠.
1승 1패는 '효율'과 '투혼'이 서로를 꺾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면, 1무는 이 두 가치가 정면충돌했을 때,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대등하게 맞설 수밖에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프로의 세계에서 선동열 선수는 '가장 완벽한 성과 모델'이었고, 최동원 선수는 '가장 완벽한 윤리 모델'이었습니다. 독자님의 조직은, 이 두 가지 가치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계시나요? 물론 정답은 없으며, 두 투수는 서로를 존경했던 역대 최고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투수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일화를 통해, 비즈니스가 지배하는 프로의 세계에서도 효율과 낭만이 공존하는 숫자 이상의 가치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연재할 이번 시리즈의 방향이며, 선택은 독자분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겠죠. 바로 그 선택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영역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