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본인이 직접 증명한 DTD의 잔혹한 인과응보
오늘은 한국 야구사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비즈니스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던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바로 '그라운드의 여우'라 불린 김재박 감독님의 이야기인데요. 감성을 지우고 이성적인 눈으로 바라본 그는, 거대한 자본을 승리로 치환할 줄 아는 냉혹한 천재였습니다.
막강한 선수단에 절묘한 수비 시프트, 고비 때면 경기 흐름을 돌려놓는 항의와 1점 차 번트와 허를 찌르는 도루도 거리낌 없이 지시했던 김재박 감독. 상대팀 팬으로서는 얄미울 만큼 강했던 팀을 이끈 김재박이라는 이름은, 한국 야구사에 애증이 교차하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죠.
우리가 김재박을 이야기할 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는데요. 그는 MBC 청룡 시절부터 서울을 상징하는 최고의 슈퍼스타였다는 점입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미 전국구 스타였던 그는 대한민국 유격수 계보의 맨 앞줄에 서서 '유격수란 어떻게 공을 잡고 어떻게 던져야 하는가'를 정의한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잠실에 새로 지어진 거대한 구장에서,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 최고의 하이라이트 필름인 개구리 번트는 아마도 영원히 남을 장면 중 하나일 텐데요.
그런 이유로 서울 연고의 MBC 청룡이 LG 트윈스로 옷을 갈아입던 시절 이전부터, 그는 서울 야구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리고 연고지 최고의 스타로써 우승까지 이끌었으니, 이 자부심은 훗날 그가 리더로서 보여준 확신의 뿌리가 되었겠죠.
이대호의 7관왕 이전, 1977년 실업야구 시절 김재박은 이미 타율, 홈런, 타점, 안타, 득점, 도루, 장타율까지 싹쓸이하며 7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유격수라는 핵심 수비 보직에서 공격 전 부문을 독식했다는 건, 비즈니스 세계로 치면 최고의 엔지니어가 영업과 마케팅까지 혼자서 평정해 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 '성공의 독점' 경험은 그에게 "나만큼 하면 이긴다"는 타협 없는 무결점 시스템을 구축하게 만든 동력이었습니다.
김재박 감독이 구축한 현대 제국의 힘은 안방과 타선의 파괴적 배치에서 나왔습니다. 2000년 40 홈런을 때려낸 포수 박경완은 리스크 관리와 매출 증대를 동시에 해내는 사기적인 유닛이었고, 1996년 신인 박재홍을 파격적으로 1번 타자로 기용해 사상 최초의 30 홈런-30 도루를 끌어낸 것은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는 공격적 마케팅 그 자체였죠.
김재박 감독의 야구가 불패였던 이유는 수치가 증명합니다. 현대 왕조 시절, 특히 91승을 거둔 2000년의 경우 1점 차 승부 승률이 7할을 넘었는데요. 3점 차 이내의 접전 상황에서 현대는 리그에서 가장 차갑고 정교하게 승리를 수확했습니다. 이는 아마야구 최강의 투수였던 정민태, 문동환, 임선동을 싹쓸이한 구단의 전폭적인 투자로 이루어진 부분이 크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경이적인 승률임은 분명합니다.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그는 대박을 노리는 투기꾼이 아니라 안정적인 확정 이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펀드 매니저였습니다. 조용준이라는 마구급 마무리와 박경완이라는 영리한 안방마님을 믿고, 1점만 앞서면 그대로 셔터를 내려버리는 그의 방식은 경쟁사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에게 3점의 리드는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절대 깨지지 않는 '철옹성'과 같았습니다.
그는 수비로 정평이 나 있던 박종호를 영입해 박진만과 짝을 지우며 '이중 보안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또한 40세이브의 마무리 정명원을 선발로 전환해 14승을 뽑아낸 '보직 변경'의 묘수는 인적 자원을 재배치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한 경영의 정점이었습니다.
선발 뒤에는 안병원과 최창호라는 우완·좌완 계투진이 허리를 든든히 받쳤고, 뒷문은 선발 에이스에서 마무리로 전직해 39세이브(방어율 2.09)를 기록한 위재영과 훗날 방어율 1.90을 찍은 조용준이 완벽하게 잠갔습니다.
김재박 감독의 리더십 철학을 관통하는 가장 유명한 한마디는 바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TD)"입니다. 2005년, 전력이 약한 팀이 시즌 초반 반짝 선전하는 것을 보며 그가 던진 이 말은 단순한 독설이 아니었습니다. "탄탄한 자본과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은 성과는 일시적인 거품일 뿐이며, 결국 실력(전력)이라는 본질적 가치로 수렴한다"는 냉혹한 시장 논리였죠. 그는 시스템의 힘을 맹신했고, 그 오만한 확신은 현대 왕조의 4회 우승으로 증명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제국이 해체된 후, 김 감독은 친정팀 LG 트윈스로 돌아옵니다. 당시 구단은 2007년과 2008년 리그 연봉 총액 1위를 기록할 만큼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리그 최상위권의 고액 연봉자들을 데리고도 성적은 꼴찌를 기록하며 자본의 비효율성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고액 연봉을 안겨준 FA 선수의 부진과 부상 이슈는 감독 혼자만의 책임은 아닐 수 있으나, 팀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뼈아픈 성적이었겠죠. 그러나 그가 받은 비난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때 그가 남겼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은 잔인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본인이 리그에서 가장 비싼 선수단을 이끌면서도 성적이 내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적이 부진하자 그는 "LG 선수들은 모래알 같다", "개개인의 기록에만 집착한다"며 자신이 맡은 팀을 대놓고 비판했습니다.
현대 시절의 풍요로운 인프라 위에서 관리만 하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자, 그는 그 책임을 구성원들의 '태도' 탓으로 돌리며 리더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비록 퇴장은 아쉬웠으나, 우리는 김재박이라는 이름을 지우지 못합니다. 그가 남긴 7관왕의 기록과 네 번의 우승 반지는 그 자체로 '실력'의 증거이기 때문인데요. 트윈스 팬들에게 그는 찬란한 90년의 영웅이자 동시에 큰 실망을 안긴 애증의 대상일 것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실력은 시스템의 풍요 속에서만 빛나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환경에서도 승리를 일궈낼 수 있는 진짜 무기인가." 프로는 실력으로 증명하고 결과로 말하지만, 진정한 리더의 가치는 그 성취를 대하는 태도와 위기 시의 책임감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곱씹어 봅니다.
비즈니스 리더는 자본이 풍부할 때가 아니라, 그 자본이 비효율을 낳기 시작할 때 진짜 실력이 드러납니다. 김재박 감독이 현대에서 보여준 '시스템의 승리'는 위대했지만, LG에서 보여준 '자본의 역설'은 우리에게 더 큰 교훈을 줍니다.
리더가 자기 팀을 '모래알'이라 부르는 순간, 그 조직의 시스템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죠. 당신의 조직은 지금 탄탄한 시스템 위에 있습니까, 아니면 리더의 남 탓 뒤에 숨은 모래알입니까? 내려갈 팀을 내려가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리더십을 공부하는 단 하나의 이유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