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07] 소득주도성장론은
착한 성장론?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특별연재

by 한빛비즈


소득주도성장론은 착한 성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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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경제적 불평등 논의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덩달아 임금주도성장론(소득주도성장론)이 주목 받았다.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 경제성장을 이끈다.”

노동생산성이 올라야 임금이 오른다는 것이 기존에 우리가 알던 상식이라면,

임금주도성장론은 선후 관계를 뒤엎는 주장이다.

단순히 분배를 위한 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노동계 뿐 아니라 각계에서 크게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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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높이면 이윤도 증가한다니, 더이상 임금 올려달라고 싸울 필요도 없고

임금주도성장론은 자본가에게나 노동자에게나 ‘행복한’ 결론이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공존은 공상에 불과하다.


임금이 오르면 어떻게 경제가 성장한다는 걸까?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가 된 임금주도성장론은 두 가지 선순환을 주장한다.
첫 번째는 수요의 선순환이다.

<수요의 선순환>
임금 상승 → 소비(판매) 증가 → 설비가동률 상승 → 설비투자 확대 → 고용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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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수요의 순환은 고용이 증가할 수 없는 상황(완전고용)이 오면 물가 상승을 일으킨다.
그래서 두 번째 순환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생산성의 선순환이다.
임금 상승으로부터 유도되는 노동생산성 상승은 국민경제를 장기적 성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생산성의 선순환>
임금 상승 → 노동절약적 투자 증가 → 자본집약도 상승 → 노동생산성 상승



FarnPD5p_pYYASEroh2KDKqPLgpC2roDC8ux5lyYSFWfETexW_myTCKeCq1DvUG3gbiWHjFyYEXVE3kYN9lxBgPGLjnnaKtA-t1wqrAzll1zHV9BUxfMw8qUZMHr_F4Ug04TlQQy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KT


임금주도성장론은 현실을 모르는 낙관론


하지만 자본생산성은 기술과 제도가 혁명적으로 혁신된 산업혁명 시기를 제외하면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자본생산성이 낮아지는데도 임금이 오르게 되면 기업 이윤율이 떨어지고,

그러면 임금은 다시 낮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

임금주도성장론은 자본투자만큼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낙관주의를 전제한다.

임금이 오르면 자본가가 이윤율을 보존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고,

그 투자 의욕이 낮아진 이윤율을 다시 높인다.

즉, 임금 인상이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낙관주의는 현실과 상당히 다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에게 오히려 불리해

한국의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 사례다.
저성장 속에 이뤄진 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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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효과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나 임금 격차 완화에

생각만큼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다.

왜일까?
간단하게 말해 최저임금이 시장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이후 최저임금 미만율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수용하고 있을까?

당연히 일자리가 부족해서다.
일자리 경쟁이 격해질수록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임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 경쟁이 이전보다 치열해졌다는 사실은

최저임금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인구집단에서 실업률이 증가했다는 점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임금주도성장론을 근거로 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본 포스팅은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한지원 저) 11장 ‘임금주도성장론은 착한 성장론인가?’에서

인용, 발췌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