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세금
이스라엘 백성이 이렇듯 무섭게 불어나니 큰일이다.
잘 다스리자. 그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기원전 1300년경, 이집트에 450년간 정착 중인 히브리인들의 부와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이집트는 이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잘 다스려야 한다’는 건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당시에는 전쟁 포로, 범죄자 그리고 채무를 못 갚거나 세금을 내지 못한 자는 노예가 되었다. 역사가 항상 그렇듯 탄압은 세금으로 시작했다.
모세가 이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쯤에는 자유인이었던 히브리인들이 노예 신분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노동력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소유권이 없는 노예 상태야말로 세금으로 속박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이다. 모세는 히브리인들을 이끌고 시나이반도로 탈출하여, 역사상 최초로 세금을 피해서 탈출한 난민으로 기록되었다.
그 무렵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세금을 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등록을 하러 저마다 본고장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요셉도 유다 지방에 있는 베들레헴으로 갔다. 요셉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등록하러 갔는데 그때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에 가서 예수를 출산한 것은 세금 때문이었다. 성경의 다른 버전에는 인구조사를 위해 베들레헴에 갔다는 설도 있지만 인구조사 역시 세금을 거두기 위해 실시하므로 결국 같은 이야기다.
세금은 예수의 일생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주제다. 혁명가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는 불공정한 로마의 세금제도에 불만이 많았다. 특히 로마의 신들을 숭배하지 않는 종교에 부과되는 성전세(temple tax)에 큰 불만이 있었다. 세금 문제는 결국 예수의 추락을 초래한다. 로마 시대에 유대교는 어느 정도 인정받았지만, 로마인이 아닌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절대 용인되지 않았다. 로마의 권위와 세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군중은 예수를 본디오 빌라도 앞에 끌고 와서 “이 사람은 우리 민족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지 못하게 하고 자기가 그리스도왕이라고 주장합니다”라고 하였다.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진 이유는 세금을 내지 말라고 선동한 죄였다. 이렇듯 예수의 탄생과 죽음, 생애 전반에 걸쳐 세금이 연관되어 있다.
* 참고자료 : 책 <세금의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