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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선생 Feb 12. 2021

취준생 커플의 최후, 결말




제목만 들어도 참 슬프네요


<취준생 커플의 최후> <취준생 연애의 결말>


취준생 시절을 과거에 겪었던 분들은

예전의 찌질한 추억을 몰래 꺼내보는 마음으로,

현재 둘 다 취준생, 또는 한 사람이라도 취준이라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커플이라면

미리 예습하고 대비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준,

정말 말 그대로 자소서 쓰고, 면접 보러 갈 준비하는 시기

취업을 위해 필요한 각종 자격증이나 외국어를 독하게 공부하는 시기

공무원 시험부터 해서 각종 고시, 로스쿨, 의전 같은 진학을 준비하는 시기


이 모든 걸 통틀어서 취업 준비, 취준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이 취준생 커플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각자의 타이밍이 다르다거나

같이 준비는 했는데 한 사람만 먼저 탈출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은 여전히 취준의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엇박자의 시기를 보내야 하는 커플들이 진짜 많죠.


근데 문제는 이 엇박자 시기 때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는 거죠.

공무원 합격하자마자 자기가 무슨 과거급제라도 한 줄 알고

아직도 노량진에서 컵밥 먹고 있는 상대를 거지처럼 대하는,

꼴랑 대기업 하나 들어갔다고 ‘이제 난 대한민국 상위 1%야’

전 여친 갈아치우고 내 급에 맞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처음부터 이런 쌍팔년도 드라마 같은 일은 잘 없어요.

간혹 있더라도 그건 사람이 아니고 그냥 쓰레기니깐 제외시키겠습니다.


지금부터 언급하는 3단계를 하나씩 거치며

이별이라는 최후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 일 겁니다.

 

보통 여자들이 남자보다 먼저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장인 여자&취준생 남자' 커플을 가정하고 말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취준생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직장인의 세계


고3들이 보통 그러죠?

대학생 언니 오빠들 너무 부럽다고?

그런 고3들이 대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싸매고 있는지 이해하겠습니까? 절대 못해요.

사람은 원래 본인이 직접 겪기 전에는 절대 모르니깐요.

 

먼저 취업한 선배들이 가끔 찾아와서 고기 사주면서

‘직장생활 만만치 않다’라고 말할 때, 여러분 가슴속 깊이 새겨 들었나요?

 

'아 저 형은 왜 멀쩡한 대기업 다니면서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지?'


이런 남자가 자기 여자 친구가 직장인 되었다고 해서 쉽게 이해가 되겠냐고요?


“아니 하루 종일 연락이 너무 없는 거 아냐?”

“하다못해 화장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은 있을 거 아냐? 그때 전화 한 통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네! 화장실 가죠. 직장인도 똥은 싸고 오줌도 싸고 할 거 다 합니다.

근데 그 와중에 전화는커녕 웃으며 카톡으로 이모티콘 하나 주고받을

정신적 여유조차 없는 직장인들의 메마른 그 심정을 어찌 알겠습니까?

물론 신입사원 때라면 더 심하겠죠?

 

이런 남친이랑 혹시나 퇴근 후에 약속이라도 잡는다? 더 미칩니다.

물론 요즘 직장 문화가 많이 좋아지긴 해서, 퇴근시간 눈치 보고 갑작스레 야근하고

이런 게 많이 없어졌기는 한데


급하게 들어온 일 처리하다 보면?

선배나 팀장님들 눈치보다 보면 10-20분은 기본이죠?

심하면 30분 ~ 1시간까지도 퇴근 시간이 늦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때 밖에서 남친이 묵묵히 기다리면서


“괜찮아? 일은 잘 마무리했고? 괜히 나 신경 쓰느라 자기 마음이 더 불편했겠다”


이런 남친이 흔하냐고?


보통 이런 그림이 나오죠.


‘아니 일하는 시간이 6시까진데, 야근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고 네가 왜 눈치를 보는데?’

‘아~~ 선배 눈치만 보고 밖에서 기다리는 남자친구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네?’


끔찍하죠?

근데 여자 친구의 상황을 이해 못하는 취준생 남친을 마냥 욕할 수도 없어요.

여러분도 그랬으니깐. 회사 들어오기 전에는 회사가 이렇게 까지나 거지 같은 곳일 줄 아무도 몰랐잖아요?


두 번째, 결국 더 외로워지는 건 직장인.


남자들이 태생적으로 여자들과 대화법 자체가 다른 건 다 알고 계시죠?

좋게 말하면 실리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공감이란 걸 못하는 게 남자들입니다.


“원래 상사한테 보고 할 때는 말이야…”

“군대에서도 보통 업무를 지시받으면…”

“네가 사회생활 처음이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좀 들어주고 위로해주면 안 될까?

남친이 아니라 밤마다 통화하는 직장상사 한 명 더 생긴 거 같아요.

 

때론 먼저 취업한 여친도 위로라는 게 필요하거든요. 아주 절실히.

취업 준비하는 기간보다 한편으론 더 힘든 시기가

바로 이제 막 입사해서 현업을 시작하는 신입사원 시기입니다.

 

나름 동기들끼리 경쟁도 해야 되고,

직장 상사 부하직원 이런 시스템 자체도 아예 처음이니깐.

 

근데 이걸 엄마 아빠한테는 말 못 하죠?

우리 딸 취업했다고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친구들한테 얘기하기도 뭐 합니다.

혹시나 나보다 못한 상황, 취업을 못했거나,

연봉 같은 조건이 좀 더 안 좋은 회사생활하는 친구라도 있으면 그것 역시 그 친구한테 실례일 수 있으니깐.


‘쟤 또 배부른 소리 한다’ '너는 그래도 연봉이라도 많이 주잖아.'

 

그래서 결국 이런저런 얘기를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 남친밖에 없습니다.

근데 남자 친구 상황도 마찬가지잖아요?

어떻게든 취업해 보겠다고, 심지어 여친이 먼저 취업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더 후달리고 있을 그 사람한테

어떻게 '회사생활 힘들다.. 나 죽겠다.' 이런 얘길 하냐고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여자 친구의 마음은 점점 더 외로워져만 갑니다.


세 번째, 수컷들의 자존감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태생적인 부담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가족들 먹일 먹잇감을 사냥해 와야 한다는 수컷으로서의 부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돈을 벌어 와야 된다는 건데.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남자 친구는 사냥 능력 없는 수컷인 거예요.

비참하지만 최소한 그 시기만큼은 '제 구실 못하는, 생존의 이유가 없는' 존재가 된 기분이죠.


기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잔뜩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거죠.

 

근데 거기에 여자 친구까지 먼저 취업을 했다?

자기를 대신해 여자 친구가 사냥을 해오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근데 그 여자 친구가 직장 상사들 때문에 힘들다고 합니다.


내가 해결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든 옆에서 도움을 주고 싶은데!

여자 친구를 괴롭게 하는 사람들은 알고 봤더니

전부 다 나보다 돈 잘 버는 수컷들입니다.

붙어 보기도 전에 꼬리가 절로 내려집니다.


사람 미치죠? 웬만한 멘탈갑이 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자격지심이란 게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요.


자격지심이 심해지면 사람이 히스테리컬 해 집니다.

물론 그 히스테리란 녀석은 '마음껏 부려도 괜찮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향해지기 마련입니다.

 

“왜 아까 전화 안 받았어?”

“뭐 그 대리랑 외근 다녀왔다고? 지난번에 그 대리 때문에 짜증 난다더니 다시 화해했나 보네?”

“좋겠다 야. 그 대리 월급도 많이 받으니깐 비싼 커피도 잘 사줄 거 아냐?”


진짜 대사만 들어도 짜증이..


결론 내 보겠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말한 이 3단계 과정이,

어느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쉽지 않습니다.


개인의 상황이나 성격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가 됐든 피해 갈 수 없을 겁니다.


근데 여러분은 오늘 미리 알았잖아요.

꼭 이걸 두고두고 머릿속에 깊이 새길 순 없겠지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마주하는 그 위기의 순간에

불현듯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지금쯤 내 남친은 이런 마음이겠구나.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야. 먼저 취업한 여친도 나한테 말도 못 하고... 분명 외로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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