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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근 김태현 Jan 19. 2018

퇴사여행의 이유


퇴사를 결심하고 정작 퇴사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백수 생활을 ‘잘’하기 위해선 퇴사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에 걸친 계획 끝에 마침내 퇴사를 했고 퇴직금의 일부를 털어 비행기 표를 샀다. 여행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으나, 기회가 생겼으니 떠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저마다 퇴사여행을 떠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수고한 나를 위한 힐링’보다는 그동안 잊고 지낸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이 필요했다. 그래서 휴양지를 제외했고 가까운 나라도 제외했다. 이왕이면 여러 나라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여행이길 바랐다.

illust by 최진영

결국은 유럽이었다. 서로 옹기종기 국경을 맞댄 유럽을 돈다는 것은 지구의 축소판을 도는 것과도 비슷했다. 여섯 번 국경을 넘었고, 서로 다른 언어, 음식, 통화 그리고 문화를 마주했다. 스스로가 정한 예산과 일정을 소화했으며, 정해진 시간에 귀국했다. ‘잘 쉬었다’라는 편안함은 없었지만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있었다. 졸업여행은 못 갔지만, 졸업논문을 하나 완성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해냈다’라는 쾌감과 달리, 퇴사를 하고 여행을 마쳤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무언가 내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떠났건만,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여전히 서른둘, 미혼, 백수……. 놀라울 정도로 현실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illust by 최진영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퇴사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현실이 바뀌지 않아도, 그 현실을 대하는 눈은 분명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거대한 조직 안에서 비슷한 부품들끼리 조직의 목표를 향해 함께 앞만 보며 달려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멈추어 섰을 때 비로소 보인다. 직장인의 휴가와는 달리 퇴사여행에서는 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내 인생의 좌표가 어디인지 답을 찾지는 못했어도 어디쯤 왔는지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당신에게도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 할 순간이 분명히 한 번은 온다. 그 순간이 와서 혹시 여행 생각이 난다면, 그때 이 책이 당신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by 김 군의 목소리까지 담아, 김  양


▶<퇴사하고 여행갑니다> 도서 자세히 보기 : http://bit.ly/2j29a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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