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하
Frances Ha(USA, 2012)
노아 바움백의 삶의 갈등을 다루는 방식은 탁월하다. 우리 삶의 갈등을 단 두 가지 요소로 구분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갈등은 대립 혹은 적응(적응은 갈등의 해소가 아니다)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대립과 적응이라는 모습으로 타인과 갈등하는 것처럼 삶과도 끊임없이 갈등한다.
삶의 갈등을 다루는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영화적 상상력의 도움을 힘입어 대립이나 적응 둘 중 하나의 입장을 취한다. 대립을 통한 삶의 극복을 강조할 경우 어떤 인물의 위인전이나 자기개발을 교훈하는 영화가 되고,
무조건적인 적응을 강조할 경우에는 냉소주의 혹은 회의주의적인 영화가 된다.
하지만 프란시스 하는 양쪽을 모두 취하는 묘수를 부렸다. 일반적으론 대립이나 적응 하나를 택해 서사를 전개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겠지만, 감독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탁월한 해답, 명제를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Life goes on’이다.
실제로 우리 삶은 대립도 있고 적응도 있지만 어느 하나가 특별나게 강조되지 않고 정반합을 이룬다. 그것이 대립이 항상 승리한다거나 모든 일에 기꺼이 즐겁게 순응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두 요소는 어쨌든 삶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왜냐면 삶이 그렇기 때문이다.
'삶이라는게 원래 그렇다.' 라는 명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조금 힘이 빠지게 만들지는 몰라도 현실을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 명제를 영화 속에 가져왔다. 이전까지 삶의 특정 부분을 다룬 영화가 “삶은 그렇지 않다!”라며 영화적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면, 이 감독은 "아니야 삶이 원래 그래” 라며 현실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아직 삶에 있어서 '프란시스 할리데이'인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정극으로, 반대로 삶의 갈등 구조에 익숙해진 '프란시스 하'인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Bittersweet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다가왔을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