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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맘 Aug 09. 2016

운동의 시작

장비마련

퇴직 후 집에만 있으니 체력저하에 박차가 가해짐을 느끼던 차에 종합검진결과가 골다공증으로 나오니 더이상은 안되겠던 모양이다.

앞 베란다에 모셔 두었던 자전거를 꺼내오더니

오후 4시즈음이 되면 소리없이 들고 나가 두어시간씩 타고 들어오기를 이제 석달 째.


예전에 사서 입던 나름 쫄쫄이 자전거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_

그래도 반바지는 쫄쫄이가 아니라 민망하지는 않다_

헬멧 아래는 두건 비스므리한거 쓰고 미세먼지니 햇볕이니 기타등등을 차단한다고 온 얼굴을 가리는 뭔가도 뒤집어쓰고_한번은 달리는데 장수풍뎅이의 공격을 받았다나 뭐라나_장갑끼고 스포츠고글이라는 상당히 원색인 UV차단용(?) 플라스틱 안경도 하나 장착하신다.


혼자 다니기 심심치 않냐고 물으니 잠시 뜸들이다가 하는 말이 나이들어서까지 할수있는 운동을 생각해보니 자전거가 좋겠다 싶어 시작한거란다. 그리고는 이어서 나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살살타면 괜찮다. 요즘은 늦게 달린다고 옆에서 때르릉대며 뭐라 안한다. 달리다보면 재미나다... 생각해보겠다고는 해두었다.


3년전 즈음에 함께 타고 나갔다가 내 앞에 갑자기 끼어든 헤드폰 처자를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고는 붕 날아가서 패대기쳐졌던 낙하의 추억때문에 더이상 자전거는 손도 안댄다. 그때 다친 발목이 지금도 시리다.


생일을 1주일 앞두고 갖고싶은거 없냐니까_

해마다 의례적으로 물으면 됐어 다 있는데 뭘 이라고 답해왔다_

잠시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으응...타는 자전거가 경사에서는 힘들고 속도도 안나고 옆에서는 휘휙 지나가는데 나혼자 열심히 패달밟아도 뒤쳐지더라구. 그래서 자전거를 검색하고 있어. 좋은건 천만원도 더하네_

여기까지 듣고 뭐지 싶었다_

그 정도까진 아니고 그래도 자전거족들에게는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앨파마 레ㅇㅇ 라는 걸로 보고 있는데 한 170여만원정도면 사겠어.


흠...본격적으로 하시겠다 이거지.

거기에 신발, 클립패달, 옷들, 기타 장작될 악세사리들을 생각하면 300까지는 들어갈텐데

그렇게 해놓고 관두는거 아냐? 이런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바로 털어버리고 그래그래 좋으네 마음 먹은김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장 가서 사요.


보니까 늘 다니는 자전거 코스길 근처의 자전거샵에서 이미 다 봐두고 거기 사장의 반제자가 다 되어 있었는지 이 더운 날 한낮에 새 자전거 받아온다고 맨몸에 전철타고 간다.


한 세 시간 후 귀가하는 모습에 신나함이 아주 현관부터 온 집에 퍼진다.

좋아좋아? 어때 속도는? 편해? 가벼워?

따발총 쏘아대는 내게 목소리 깔아재끼고는

단 한 마디. 들어 올려봐.

최대한 호들갑스럽게 어머나~~~정말 가볍다~~~


저녁차려놓고 드시라 불러도 베란다에서 안나온다.

보고 또보고 만지작대고 받아온 악세사리들 달아주시고.


앞으로의 일들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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