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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Feb 09. 2019

무관심과 칭찬

작정하고 칭찬하기....

아이들을 교훈적인 내용을 이해시키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예로부터 이솝 우화처럼 동물들을 이용한 우화가 있다. 요즘 동화로 배우는 스페인어의 내용 중 흥미 난 이야기 중 아래의 내용이 참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내용인 즉, 생쥐가 어느 농장에 새로 이사를 왔는데 늙은 주인 부부가 눈치를 채고 쥐덫을 놓아 자신을 죽이려 하자, 이에 겁을 먹은 생쥐는 농장에서 기르는 암탉, 수탉, 돼지, 소를 차례로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두 닭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돼지는 시간이 없다고, 그리고 소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자 같은 동물로서 배신감을 느끼며 좌절한다.

이윽고, 어느 날 밤, 농장 할머니가 덫에 뭔가가 걸린 소리를 듣고 생쥐가 잡혔을 거란 기대로 덫으로 다가갔지만, 생쥐 대신에 뱀이 잡혔고 그 뱀은 그 여주인을 물어 결국 중병이 들고 만다. 이 농장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낫게 하려고 닭죽을 요리하기 위해 두 닭을 죽여버리고, 다시 돼지를 잡아 요리를 했지만 결국 그의 아내는 죽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장례 비용을 부담하기 힘들자 자신이 키우던 소마저 도살장에 팔아 버린다.

이렇게 이 짧은 이야기의 교훈은 생쥐에게 누구 하나 관심을 가졌더라면 모두가 몰살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닭게 한다. 어느 유명한 심리학 연구소의 연구 결고에 의하면 대개 세상 사람 중에서 7% 정도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낸다고 한다고 하니, 이 우화에 나오는 동물들을 탓할 수만도 없다.

지난 설날 한국의 막내 누나의 딸인 내 여조카랑 카톡으로 새해 인사를 받다가 좀 긴 이야기를 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도 자식 먹여 살리느라 거의 밖에서 일만 하다 보니 외롭게 혼자 자란 여자애라 남달리 관심을 주지 못했던 가정환경이었다. 하여, 아버지의 빈자리를 외삼촌이 내가 멀리서나마 정신적으로 챙겨주려고 애를 쓰면서 전화로 격려도 해주고 가끔 내가 적은 수필들을 그 조카에게 보내주며 힘내라고 보내곤 한다.

올해의 덕담은 "작정하고 하루에 한 명씩 칭찬하자"였다.
이런 화두를 던지자 조카는 다짜고짜 "삼촌 옆집에 사는 사람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하죠?"라고 퉁명스럽게 답을 한다. 그러자, "네가 사회생활하다, 남의 사소한 점을 칭찬하는 사람을 보거들랑 그 사람은 훌륭한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좋은 사람이니 꼭 잘 사귀도록 해라"라고 말했다.

만일의 자기의 자녀가 누군가를 칭찬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혹시 부모들이 남들을 칭찬하는데 너무나도 인색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사람의 입에서 긍정의 말이 나오면 그것이 설령 가식적일지라도 그런 거듭된 연습 속에서 긍정적인 마인드가 싹 뜨고 얼굴 표정이 한층 밝아지고 이마의 주름은 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한 명씩 칭찬하라고 한 것이다.


같은 에레베이트를 탄 어린아이에게 "애가 참 엄마 닮아 이쁘네요"라며 아이와 부모를 한 문장으로 같이 칭찬한다든지.....

발표회에서 만난 학부모에게 "애는 또리또리하고 생기발랄해 참 부모님이 행복하시겠어요" 라며 관심 어린 관찰력으로 응원을 해 준다든지....
성적을 좋게 받아 온 아이에게 " 늘 열심히 하더니 좋은 결과를 얻어 저가 다 기쁘네요." 등등..... 라며 상대의 행복을 나의 행복인양 말한다든지....

이런 말을 하는데 돈 한 푼도 안 든다. 그리고, 몇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단 5초 이내에 다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은 상대방은 기분은 좋을지라도 가식적이라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작정하고"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억지로 라도 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습관화된다. 그런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몇 초의 몇 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행복하게 해 준다.

혹자는 내가 먹고살기 바쁘고 그런 칭찬의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어떻게 차마 그런 가식적인 소리를 입에서 내뱉나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환경이 다른 미국과 비교하고 싶은 것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산책을 하거나 에레베이트를 타다 아이들을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도 "adorable", "cute"...... 이런 말을 자주 내뱉는다. 그런 환경에서 자르는 아이들 역시 부모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칭찬의 말이 나온다.

따라서, 결론은 "작정하고 하루에 한 사람 칭찬하자". 정 그 말이 안 떨어지면 먼저 만만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 연습을 하자. 당연히 가족들이야 말로 제일 칭찬해야 하고 칭찬받아야 할 대상이니....... 더더욱..

이번 주에 카톡 하면 막내 누나와 조카에게 해 줄 말은 미리 정해 놨다.
누나에게, "딸 그렇게 이쁘게 키워서 누나는 나까지 행복하게 해 줘"
조카에게, "남 시기하고 욕하기 좋아하는 세상인데, 너의 칭찬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확 뒤바꿨으면 좋겠다'. 문득, 이런 말을 듣고 좋아할 고생하는 누나와 우울해 있던 조카가 행복할 거라 생각하니 내가 행복해진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새해가 지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그동안 나는 칭찬의 말은 과연 몇 번 내뱉었고, 칭찬의 댓글은 몇 번이나 했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물질적 풍요보다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이 있을 때 더 아름답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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