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세르파' 란 산악인들의 히말라야의 고봉 등반을 돕는 네팔 현지의 길잡이겸 짐꾼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들어보니, 고대 텐산 산맥에서 넘어 온 티베트 민족의 후손들로 히말라야 동부 고산 지대에 사는 부족민의 이름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8천미터 이상의 고봉은 세계에서 14개로 모두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해 있고, 그중 8개가 네팔에 있습니다. 이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알아보니 무려 아파트 2,400층 높이와 맞먹을 정도의 고도입니다.
산소의 양은 지상의 약 30%, 기온은 영하 30도로 이 정상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죽음으로 직결되는 극한의 환경입니다.
고산병을 앓아본 사람들의 말로는 자신의 머리를 떼어내 버리고 싶을 정도의 엄청난 두통과 역겨움, 그리고 어지러움을 호소한다고 하는데 게다가 혹한 속에 칼날처럼 매서운 강풍까지 생각하면 이것은 도저히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실제 통계로 이런 고봉에서 살아 돌아올 확률은 65%라고 하니, 죽을 각오로 오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 이런 환경에서 생환해 역사적 기록을 남긴 많은 등반가들의 이름은 메스컴이나 역사적 기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성공 뒤에 빛도 이름도 없이 선발대로 없는 길을 한발 한발 만들어가며 정상을 향해 죽음을 넘나드는 길을 먼저 앞장서서 헤쳐나갔던 사람들이 바로 이 세르파들입니다.
이 세르파들은 대부분 가장들로 오로지 가난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등반대의 일원이 되었고, 이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서양 등반가들의 성공은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경사 60도가 넘는 숨가픈 비탈진 트레킹길. 낮 27도에서 밤 3도를 넘나드는 기온 속에서 아들 예준이는 저에게 세르파와 같은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자신이 왜 이 낮설은 산을 오르는지도 모르고, 지구 반대편으로 와 눈덮힌 산만을 향해 자신을 앞세워 오르기를 재촉하는 아버지가 야속했을 것이고, 표현은 못하지만 이기적인 아버지인 저를 미워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 장애 부모님들의 인생길에도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세르파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것을 깨닭는 것만으로 이번 트래킹에 위안이 되고, 장애 아들을 잘 키워야 할 명분이 생기며, 스스로에게 더더욱 겸손해야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