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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Apr 24. 2018

충신(忠臣)의 초심(初心)

작은  일에 지극히 정성을 다하자...

기원후 79년에 이탈리아 남부 베수비오 산에서 용암을 내뿜고 삽시간에 산 아래의 폼베이 시내 전체를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 "봄베이의 최후"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면 얼마나 아비규환의 급박한 상황인지 가늠할 수 있는데, 그 후 고고학자들이 폼베이 시가지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한 가슴뭉클하게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다름 아닌, 폼베이성의 문을 지키는 보초병의 모습으로 성문 앞에 자신의 무기를 그대로 손에 들고 부동자세를 취한 채 죽은 모습이 발견되었다는 것. 고고학자들의 이런 발견에 유래되어 유럽에서는 충성을 다하는 신하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이 초병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왕이 신하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새로 뽑은 대통령의 사소한 일과가 뉴스가 되어 태평양을 건너 전해 오면서 문득 이 그림이 연상되는 것은 작금의 한국이 처한 북핵문제, 중국과의 사드문제, 미국과의 FTA문제 등의 외교문제뿐만 아니라, 정규와 비정규직의 격차, 청년 실업, 저출산 문제 등등 산재한 많은 나라 안의 문제들을 이 폼베이의 초병처럼 어떤 고난이 와도 자신과 주위의 안위를 챙기기 보다, 이 나라의 이름없는 초병이 되어 앞으로 5년간 강건히 국민을 지켜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새 대통령이 뽑혀서 그래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 세상이 다 바꿔지지는 않는다. 많은 재벌 권력, 언론 권력, 시민 권력, 지역 패권 등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이 여전히 더 많다. 하지만, 한사람이 꿈을 꾸면 그져 꿈이지만 여러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어느 저명인사가 남긴 말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어 본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군림하는 상왕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충신들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조금이나마 충신의 도리를 제대로 못해 상처받은 자들이 치유받고, 사람이 자기 도리만 제대로 해도 살만한 세상을 더불어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은 초심(初心만 잊지 않는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닌 듯 하다. 

영화 "역린"에서 나와 너무나도 유명해진 중용 23장의 말처럼,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되고,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베어나며, 겉으로 베어나면 이내 밝아지고 남을 감동시키며 남을 감동시키면 생육된다는, 그래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자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했으니, 이참에 지극히 작은 나부터 변화되자, 그리고 나의 지극히 작은 것부터 변화되어 보자.

그러니, 지극히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자. 
내 스스로가 내 인생의 또 다른 충신(忠臣)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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