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ic Apr 24. 2018

참된 평화

폭풍우 속에서도 감사함..

어제는 지난여름 동안 정원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무성히 자라 버린 잡초를 뽑다 향나무 아래에 떨어진 새집을 발견했다.  어른 어깨 크기만 한 이 향나무에 매년 초봄이면 부화기를 맞아 어김없이 둥지를 틀는데 같은 새가 기억해 두었다 찾아오는지 아니면 다른 새가 우연히 찾아서 날아들어  왔는지는 알 수는 없다.

이미 만들어 놓은 새집에 짚푸라기만 새로 더 얹어 새로이 둥지를 트는지라 지난번의 허리케인 때 강한 비바람이 분 데다 새집을 붙게 하는 진흙이 그 찰기를 잃은 탓에 자연스레 떨어진 듯하다.  

향나무 잎이 촘촘히 있어서 비를 피하기 쉽고, 잎끝이 뾰족하여 다른 천적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서 이 녀석들이 본능적으로 이런 이점을 파악하고 새집을 짓는 것 같은데 여기선 "라빈"이라 부르니 우리말로는 종달새쯤에 해당되는 것 같은데 서너 개의 파란 알을 며칠에 걸쳐 낳는 이 녀석들을 좀 면밀히 관찰해 보면 재미있다.

우선 역시 예민해서 인지 애들이 달리는 소리라도 들으면 본능적으로 새알을 품다가도 둥지를 날아가 버린다. 그러나, 부화를 시작하면 웬만큼 다다가도 어린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눈을 부아리고는 덤빌 테면 덤벼봐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그리고 새끼들이 커지면 날개를 더 펴서 따뜻하게 보호하고, 부화한 껍질이 몸에 걸리니 치우고, 새끼들 먹이 주려고 부지런히 두 부모 새가 움직이고...

중학생 때 학교 앞 부산 시민회관에 전시된 중학생 사생대회 입상전을 단체로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는데, 주제에 맞게 아주 다양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핵 없는 미-소 두나라
삼팔선의 비무장 지대
푸른 초원을 달리는 사슴 떼
파아란 하늘 아래의 노랗게 물든 해바라기 밭
등등 그야말로 첫눈에 봐도 평화스러운 그림들...

그런데, 그 날 최우수상을 받은 그림은 의외의 것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흑 같은 밤에, 격량이 이는 바닷가 암벽의 좁은 틈에서 천둥 번개와 비바람을 막으려고 어미새가 애기새들을 온몸으로 감싸 앉고 새 둥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영예의 최우수상이었다는 것.

우리의 삶의 최고 목표로 여기는 "행복"한 삶.
모두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분주히도 살아가지만 우리가 잊어버리기 쉽고 찾기 어려워 보이는 평화. 

그건 어렵고 굴곡진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할 때 참된 평화가 오는 것이라 생각하면  건강문제, 혹은 자녀 문제로, 아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삶의 무게 속에 우리가 지쳐 쓰러질 때, 조금이나마 내 마음속에서 만들어 내는 이런 평화가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충신(忠臣)의 초심(初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