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있는 삶
어제 일요일은 뉴저지에도 올 겨울 들어 첫눈이 내렸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친구들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마쳐야 할 숙제를 못한 딸, 레이첼이 어른 예배에 들어가면 어떠냐고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 청소년 예배는 어른 예배보다 많이 걸리고 예배 후 모임이 따로 있어 늦게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말로 하는 어른 예배를 가끔씩은 접하는 게 좋을 듯해서 흔쾌히 허락을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처럼, 설교 도중에 담임 목사님이 "설악산 지게꾼" 이란 짧은 영상을 보여줬는데, 딸도 나도 너무 감동적이라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차근히 그의 행적을 찾아봤다.
벌써 첫눈이 마냥 내렸을 법한 설악산.
그 산의 중턱에 있는 상점에 물건을 배달하는 그의 이름은 바로 임기종 씨.
이 일을 40년 넘게 하면서 그간 많은 동료들은 힘들어서 떠나고, 헬기로 대부분 운송이 가능해서 점점 일거리가 없어지자 유일하게 혼자 남은 지게꾼이다. 하루 많아야 6만 원을 벌어, 환갑을 내다보는 나이지만 일반 공사판에 가면 족히 두배나 벌 수 있을 법도 한데 그의 물건 배달을 기다리는 사람과의 그간의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며 오로지 40여 년을 비탈진 험준한 바윗산을 오르내리며 족히 50kg은 넘는 짐을 어깨에 메고 산을 탄다.
지인의 소개로 지적 장애인 아내와 결혼했고, 둘 사이에 낳은 자식 역시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인이라, 자기 자신도 보호받아야 할 기초생활수급자로 되어 있지만, 얼마 되지는 않지만 자신이 벌고 받는 돈도 자신에게는 과분하다며 주변에 독거노인들을 돌보며 기부와 봉사로 돈을 사용하는 바람에 그의 통장에는 늘 고작 몇십만 원이 잔액으로 남는 있다고 하는데,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이 말이 참 나의 가슴을 망치로 크게 두드린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나눌 수 있을 만큼 많이 나누고 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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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면 애기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그러나 이천 년 전의 성탄절 전에는 당시 이스라엘 땅을 지배하던 헤롯왕에게 동방박사들로부터 유대의 왕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거라고 전해 듣자, 태어날 애기 예수가 자신의 왕위를 노리는 걸로 오해하고 2살 미만의 남자아이들을 찾아 모조리 살육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크리스찬들은 구주 예수의 오심을 기뻐하는 무엇보다 즐거운 명절이지만, 그 이면에는 2살 미만의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이 있음을 간파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거나, 일부러 기쁘고 즐거워야 할 성탄절에 그런 참담한 사건을 일부러 알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이 지구 상에는 성탄절날 가난한 부모로부터 성탄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도, 부모가 없어 그런 것을 평생 받아 보지도 못한 아이들도, 심지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여,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애들이랑 협상(?)을 잘 해서 선물로 나에게 받을 돈으로 맨해튼의 홈리스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기부하는 그런 이벤트를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우리 애들도 나누는 삶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삶의 기쁨을 진정으로 누리는 그런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휘영 찬란히 빛나는 거리의 네온사인과 Chismas illumination보다 훨씬 더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도 있음을 바라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