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진 것에 만족함
요즈음 오하이오주 콜롬부스에 사는 엘리자벳이라는 여자아이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5살 난 딸을 둔 이 이태리계 부모는 어느 날 딸이 저녁에 밖에 나가면 사물을 잘 볼 수 없다고 애기를 하자 혹시나 싶어 안과에 데리고 갔더니, 정밀 진단 결과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안과 의사에게 듣는다.
바로 유전적 희귀병인 "Usher Syndrome Type II"을 자기 딸이 앓고 있다는 것.
인구 2만 3천 명 당 한 명꼴로 발병하는 이 병으로 인해, 결국 딸 엘리자벳은 앞으로 5년에서 7년 사이의 시력뿐만 아니라 청력마저도 잃고 만다는 의사의 진단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슬픔에 잠기고 만다.
지금까지 이 사실을 딸에게는 아직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서, 딸이 시력이 살아 있는 한 최대한 이 세상에 아름답고 고운 것들을 보여 주려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랜드캐년, 요새 미트, 보스턴 해변가, 엘로스톤 등등 미대륙을 데리고 다니며 보여 주고 있고,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소식과 함께 이 가슴 아픈 뉴스가 세상에 알려지자, 터어키 항공에서는 항공권을 제공하는 등, 다른 자선 단체에서도 딸 엘리자벳이 최대한 이 세상 여행에 어려움이 없게끔 경비 부담에 협조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 방에서 인형을 가지고 철 없이 놀고 있는 딸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생명보다 귀한 딸이, 7년 후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부모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태생부터 못 보고 태어나는 것보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아무쪼록 주어진 그 7년이라는 시간에 그녀가 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최대한 만끽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참아 꿈에서조차 눈과 귀가 있어 행복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였기에 오늘 내가 눈이 있어 볼 수 있음에, 그리고 귀가 있어 들을 수 있음에 감사, 또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시카고의 심리 클리닉을 운영하는 마르얀 트로이나 박사에 의하면, 자신이 "감사"할 제목들을 일기장이나 공책에 적어보고, 극한 스트레스나 불안이 엄습해 올 때마다 꺼내 다시 읽어보면 우리의 뇌가 리셋(Re-set)이 되어 치유의 도구가 되고,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 사랑과 공감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뇌 좌측의 전전두피질이 활성화가 된다고 한다.
그 아무리 극악의 불행한 사람이라도 적어도 10가지 아니, 100가지라도 감사의 리스트를 적을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숨 쉴 수 있어 감사.
손이 있어 밥 먹을 수 있어 감사.
씹을 수 있는 입이 있어 감사.
코 골고 자는 아들 볼 수 있어 감사.
딸에게 가려운 등 긁어 주는 등이 있어 감사.
아내의 바가지라 긁는 소리 들을 수 있어 감사.
잘 수 있는 집이 있어 감사.
감사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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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훗날 "나에게도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때가 있었음에 감사합니다"라는 글이 그녀의 감사 리스트에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