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으로

배움에 대한 욕망

by Eric

거의 매년 8월 말이면, 미국 학부모들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타주에서 대학 다니는 자녀들을 9월 신학기에 맞춰 학교로 데려다주는 일. 1년 치 옷가지와 책, 기숙사에서 쓸 갖가지 생활용품을 챙기다 보면 웬만한 이삿짐만 하다.

나 역시 10년이 넘는 고물 미니밴이 있는 덕(?)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처조카들이 여름방학을 마치고 대학교로 복귀하는 일을 돕고 있다.

이번에는 처형의 아들이 다니는 Boston까지 데려주는 일인데, 왕복 거의 10시간의 긴 드라이브를 해야 한다. 물론 아들이 가니, 처형이 따라가지만, 동서 형님이 한국서 일하고, 허리가 안 좋은 처형으로서는 도저히 혼자 운전하기 힘든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일화가 생각난다.

몇 년 전에 뉴욕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기차역이 있는 맨해튼의 펜스테이션(Penn Station)이라는 역 앞에 한 피겠을 들고 다니며 며칠을 열심히 호소하는 한 흑인 여고생이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적어 놓았는지 궁금해했다.
내용인 즉, 자신은 뉴욕시의 할렘 지역인 브루클린(Brooklyn)에 사는 고3학년인데 이혼 후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버린 아버지와 가난하게 살면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얼마 전 하버드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후원자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내용을 읽었지만, 감히 비싼 대학 등록금을 기부할 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중년의 흑인 여인이 역 앞을 지나다 그 여고생을 보게 되었고, 차근차근 그 학생의 사정을 듣고 나서는 자신의 명함을 그녀에게 주며 나중에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 중년 여인은 다름 아닌 월스트릿에 있는 투자 회사의 중역으로 있었고, 그녀의 비서를 통해 그 여고생의 상세한 학업 성적과 가정 사정을 조사한 후에 그 여고생을 사무실로 불렸다.

그리고서는 "어떻게 너는 감히 역 앞에서 등록금을 모으려는 그런 용기 있는 일을 하였느냐?"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포기해 본 적이 없다."
"만일 이번 대학을 포기하면 나의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
라며 자신을 도와 달라고 호소를 했다고 한다.

그 여고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여인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마음이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너는 잊어서는 안 된다" 라며 4년간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약속했다고 한다.

한 어린 여고생의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삶의 대한 애착과 의욕이 결국은 자신의 삶을 성공(?)으로 이어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들으면 무슨 헛소리냐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1910년대의 뉴욕 타임스에
"인간이 30킬로 이상으로 달리는 차에 타면 내장이 파열될 것이다. 더군다나 비행기로 하늘을 30분 이상 나르면 뇌출혈이 일어나지 모르겠다. 이런 일들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어느 과학자의 기우 어린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고 한다.

해보기도 전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일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그 여성의 말을 조용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1박 2일의 다소 여유 있는 일정이라 돌아오는 길에 세계 최고 MBA 과정을 한다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도 둘러봤다. 40대 중반의 애 둘을 거느린 나도 이런 곳에서 원 없이 공부 삼매경에 빠지고 싶은데 과연 능력이나 될까? 먹여 살려야 될 처자식 집에 두고 가능이나 할까?

가지런히 학생들 명패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강의실을 나오면서, 새삼 그 흑인 여학생의 용기에 탐복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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