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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Apr 25. 2018

참된 평화

어제 늦은 토요일 밤에 애들 잠들고 조용히 밀린 회사일 챙기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우두둑 소리가나서 귀를 기울이니, 생각지도 않은 소나기가 내렸다.
아내는 부랴부랴 애들 현관 밖에 놓인 신발 들여 놓고, 열려진 방문들 닫고...
우리 집 작은 뜰에 낮은 향나무가 있어 잎이 촘촘히 있어서 비를 피하기 쉬워서인지 그곳에 새가 집을 짖고 새끼들을 품고 있는데 이 녀석들도 이 소낙비에 잘 있을까?

여기선 "라빈"이라 부르는데 우리말로는 종달새쯤 되나?? 매년 우리집 앞뒤로 둥지를 틀고 네 개의 파란 알을 낳는 이 녀석들을 좀 면밀히 관찰해 보면 재미있다.

우선 역시 예민해서 인지 애들이 달리는 소리라도 들으면 본능적으로 새알을 품다가도 둥지를 날아가 버린다. 그러나, 부화를 시작하면 왠만큼 다가가도 어린 새끼들을 보호 할려고 눈을 부아리고는 덤빌테면 덤벼봐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그리고 새끼들이 커지면 날개를 더 펴서 따뜻하게 보호하고, 부화한 껍질이 몸에 걸리니 치우고, 새끼들 먹이 주려고 부지런히 두 부모새가 움직이고...

중학생 때 학교앞 부산 시민회관에 전시된 중학생 사생대회 입상전을 단체로 보러 간 적이 있었다.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대회가 있었는데, 주제에 맞게 아주 다양한 그림이 전시 되어 있었다.

핵 없는 미-소 두나라
삼팔선의 비무장 지대
푸른 초원을 달리는 사슴떼
파아란 하늘 아래의 노랗게 물들은 해바라기 밭
등등 그야말로 첫 눈에 봐도 평화스러운 그림들...

그런데, 그 날 최우수상을 받은 그림은 의외의 것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흑 같은 밤에, 격랑이 이는 바닷가 암벽의 좁은 틈에서 천둥 번개와 비바람을 막으려고 어미새가 애기새들을 온 몸으로 감싸안고 새 둥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영예의 최우수상이었다는 것.

우리의 삶의 최고 목표로 여기는 "행복"한 삶.
모두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분주히도 살아가지만 우리가 잊어 버리기 쉽고 찾기 어려워 보이는 평화.

그건 어렵고 굴곡진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려고 할 때 참된 평화가 오는것이라 생각하면  건강문제, 혹은 자녀 문제로, 아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삶의 무게 속에 우리가 지쳐 쓰러질 때, 조금이나마 내 마음 속에서 만들어 내는 이런 평화가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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