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8
제주에 내려와 사니 월든을 읽는다.
인생에 대한 소박하고 진지한 이야기.
우리들의 숲 속 오두막은 어디일까.
일 년을 계획하고 제주도로 내려가 살다 보니 일 년은 너무 짧아서 일 년 오 개월을 채우고 다시 서울의 아파트, 내 방 책상 앞에 앉았다.
무심히 그렸던 스케치북 여러 권과 흩날리는 기억과 토막의 일기와 아직 현상하지 않은 흑백 필름 12개가 남았다. 대단치 않은 것들이지만, 일 년 오 개월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내 안의 무엇이 사라지고 채워지고 바뀌었다.
광화문에 가려다 약속시간이 남아 보게 된 낯선 누군가의 전시회에서 어쩌면 나도 줄곳 내 그림의 궤적을 보여주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더 긴 호흡으로 그림 그리고 살아가고 싶어 졌다.
완성되지 못한 그림들과 개인적인 짧은 기록들을 쪼르륵 나열하고 그 빛깔과 모양을.
지난 일 년 오 개월의 그것을 반추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