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를 걷는 자
이 끝도 없는 공허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눈을 감으면 존재하지 않는 빛은 어디에서 막혀 사라진 걸까?
왜 세상에는 눈꺼풀을 넘지 못하는 것들이 그리 많은 걸까.
관자놀이가 지끈거리자 두통이 제법 큰 반구를 그리며 불쑥 찾아온다. 통증은 머리를 짓누르다가, 또 쑤셨다가, 못 이기는 척 망치로 머리를 턱 내려치며 진행된다. 이렇듯 통증을 가하는 일은 꼭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만 같다. 무의식의 항의가 통증으로 펼쳐져 전개되는 것이다. 큰 반구를 그리며 관자놀이를 기점으로.
그러고보니 나는 꿈에서도 망치로 살해당했었다.
지금의 두통은 꿈속 살해의 연장선이 아닐까. 나는 피살자였다. 머리를 아주 세게 맞은 불운의 피살자.
그러므로 나는 두통이 찾아오는 밤마다 이 모든 통증은 꿈의 연장선이 아닐까 생각하고 만다.
잠은 너무나도 달콤하지만 잠에 빠져드는 순간은 매일 두렵다. 나는 매일을, 오늘의 무의식이 날 살해하지 않기를, 불을 질러 마을을 태우지 않기를, 총으로 나의 뇌간을 관통시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들 뿐이다.
눈을 감는다. 눈꺼풀을 넘어오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이 눈꺼풀 하나로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구분된다. 그리고 그들은 늘 그렇듯이 맞닿아 있다.
다시 눈을 떴다 감는다. 이 끝도 없는 공허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피곤이 축적되고 몸에 긴장이 풀리면 동공을 찌르는 통증이 찾아온다. 공허를 걸을 시간이다. 오늘은 그저 평화롭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