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20171105

by 시야

<소성리야간시위>

2017년11월5일

며칠 전 국회에서 영화“소성리” 상영을 위해 서울 올라갔을 때, 기자회견을 하고나서 금연엄니가 그러더란다. “소성리에 오이소. 밥은 해 줄끼요. 우리마을 창고에 쌀은 많심다”

오늘 밤 난로가에는 막걸리 한사발씩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종이언니가 갖다준 김치가 맛있다고 한다. 금연엄니는 늘 그렇듯이 나를 보면 밥먹었냐고 물어본다. 나는 먹고 왔다고 대답하면 금연엄니는 떡먹으라고 다시 권한다. 나는 떡 안 좋아한다고 대답하고, 그럼 금연엄니는 감 먹으라고 또 권한다. 그때서야 “엄니,, 나 살찌면 좋아요? 나 살 뺄라고 다이어트 준비중인데, 엄니가 하도 먹으라고 해서 소성리 오면 살만 쪄대여. 내보고는 이제 먹으라고 하지 마셈” 하면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는다. “다이어트 준비는 내일부터 하면 되지” 아마 내일 밤에 보면 또 금연엄니는 내게 밥 먹으라고 하겠지. 눈에 보이는 먹을거리가 있으면 다 내주면서 먹으라고 권하겠지. 그러면 나는 또 다이어트준비 중이라고 대답할거다.

오늘은 오전부터 임순분부녀회장님댁의 양파심기 농활을 했다. 추수철이 시작되면서 일년농사 수확 뿐 아니라 내년 농사를 위한 밭장만이 눈코뜰새 없이 바쁠 때다. 부산으로, 서울로, 대구로 쫓아다니느라 때를 놓치게 생긴 농사일 때문에 임회장 마음이 조급하다. 임회장의 못다한 농사일은 자녀분들이 채워주셨다. 아들과 딸 그리고 어린 손주들이 주말이면 밭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임회장님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들깨를 팔아드린다고 주문을 받았다. 생각지도 않게 엄청 많은 양의 주문을 받았다. 들깨가 너무 좋아서 추가주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들깨를 털고 일어서 말린다고 말려도 아직까지 다 맞추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이번주는 양파모종을 심어야 할 철이라 들깨는 뒤로 밀렸다.

넓다면 넓은 밭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큰 밭이 아닐 수도 있는 밭에 구멍이 뽕뽕 뚫린 비닐이 덮여있다. 아드님이 밭을 준비해놓으셨다. 임회장님은 아침일찍 모종심으러 나가셨다. 농활 할 사람들은 천천히 나오라고 해놓고는 정작 당신은 마음이 바빴던가 보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손주랑 나는 밭으로 갔다. 어릴때부터 아빠따라 할매따라 밭일을 거들었던 어린 두 처자는 군소리없이 할매가 일러주는 대로 양파모종을 심는다. 아빠혼자서 밭을 만들고 비닐을 깔 때 노가다지원도 척척 해낸다. 임회장님도 이런 어린 손주들이 얼마나 대견할지, 내게 손주들 칭찬을 아낌없이 보여주신다.

오랜만에 밭일을 한다. 주말농장을 십년 가까이 했던 경력자이긴 한데, 농사일 손 놓은지도 좀 되었다. 아니 농사는 안짓겠다고 포기했다.

오늘 쭈구리고 앉아서 모종심다보니 팔다리, 허리가 쑤시고 아프다.

길고 넓은 밭에 광주리 가득 담긴 저 양파모종을 언제 다 심을지 앞이 캄캄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소성리지킴이들이 밭에 등장했다. 오늘따라 소성리지킴이들이 얼마나 반갑던지, 보자마자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올 봄에 양파뽑을 때 농활했던 사람들이지만, 심는 것은 처음이니 모두다 초보자들이다. 단, 김천목사님 한분이 밭일에 일가견이 있어보인다. 마치 십수년 양파농사 지은 사람처럼 썰을 잘 푸신다. 알고보니 김천 농촌지역의 교회다보니 농부들을 전도하러 다니셨단다. 전도를 하기 위해 밭으로 들어가게 될 일이 많았다. 밭에서 말만 하긴 미안스러워서 늘 연장과 장갑을 챙겨들고 다니시면서 밭에서 일을 거들었단다. 양파모종 심을 때도 농부의 곁에서 모종을 심으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도하셨다고 한다. 정말 입이 아닌 발로 예수님의 말씀을 전파하셨던 거다. 상상만 해도 웃음이난다. 밭주인 입장에선 전도를 하던 안 하던 밭일을 거들어준다니 고마울 따름일거다.

소성리지킴이들의 면면을 보니 개성이 넘치고 성격도 참 다양하다. 어리한 모종도 버리지 않고 “그래 한번 잘 살아봐” 하며 심자고 했다. 어리한 모종이라니, 모든 생명은 존엄한데 어리하다니, 작고 힘이 없는 모종일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고 보면 생명존중 평화를 실현하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어리하다고 말하겠지만, 세상에 어리한 생명은 없다. 작고 힘이 없어서도 아니다. 생명의 존엄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는 것이다.

참 귀하디 귀한 사람들이 모였구나. 소성리는 충만하다.

임회장님이 어렵고 힘들어도 주변사람들을 둘러보시면서 힘내시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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