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폭행

진밭일기2018년5월9일

by 시야

진밭일기 2018년5월9일

저녁시간이 되어 손등이 쓰라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경찰이 내 의자와 책상을 뺏으려고 달려드는 바람에 오른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왼 손등에 쏟아버렸다. 화상을 입을까봐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다.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다행히 손등이 아프지 않았다. 기분이 그래서일까 진밭을 벗어나 운전하는 내내 손등에 눈길이 간다. 집에 돌아와서야 배선생님이 주신 오소리 기름을 바르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오늘은 성주경찰서장의 명을 받고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경비과장의 앙탈이 도를 지나쳤다. 아침 공사저지 피켓팅을 하고나서 경찰들의 포위없이 공사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게 하겠다고 이야기가 된 모양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나는 공사차량의 맨 뒤편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올랐고, 모든 사람들이 경찰들에 의해서 갓길로 밀려나올 때 내가 마지막 주자였었다. 나는 ‘미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 일하지 말고, 우리가 살아갈 성주땅에 사드를 알박는 공사하지 말라고’ 성토를 하는데, 여경 여럿이 나를 포위해 갓길로 몰았다. 당연히 갓길에서 지나가는 공사차량을 보면서 피켓팅을 할 줄 알았더니 경비과장은 나를 향해 여경들에게 특별한 지시를 했다.

“더 안쪽으로 밀어넣어”하니까 말 잘 듣는 여경들은 나를 끌고 안쪽으로 숭숭 들어가 감금시켰고, 그 앞에 남자경찰들로 이중 감금당했다. 한쪽에선 경찰들에 빙 둘러싸여 존재를 확인할 길 없는데, 한쪽에선 공사차량을 향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수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감금당한 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공사차량들은 출근하고 상황이 해제되어 경찰들이 다 빠져나갈 때 나도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서 내려갔다. 내 앞에 걷던 경비과장이 도로에 서있는 내차를 발견한 모양이다. 길길이 날뛰면서 카메라채증조를 불러 찍게 하고는 렉카 불러서 견인하라고 지시한다. 불법주차로 인해서 교통의 방해를 일으키고 손해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를 하라고 지들끼리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대고 있다. 나는 뒷 트렁크를 열어서 물건을 전해달라고 고시인께 부탁을 하는데, 경비과장 똘마니 경찰은 나를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여댄다. 차를 이동하려고 내려온 나로서는 왜 이렇게 앞을 가로막고 난리북새통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그들에게 물어보면 화를 내고 차 빼라고 하고, 차를 뺄려고 하는데도 채증카메라는 차 앞에 들이대면서 찍어대고 있으니 그들이 뭘 원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차를 빼기도 어려워보여 멍 때리면서 한참을 서있었다.

성주경찰서장의 명을 받아 공무를 집행하는데 내가 경비과장을 때렸다고, 자신을 때린 것은 성주경찰서장을 때린것과 마찬가지라고, 나는 결코 때린 적이 없지만, 그들이 기어이 때렸다고 우긴다면, 경찰서장이 맞도록 옆에서 보위도 못한 것들은 모두 경찰제복을 벗어마땅하지 않은가?

내가 여럿 거닐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 혼자서 수십명의 경찰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내가 폭행당한 장면을 재현한다고 한 것인데, 그걸 맞았다고 징징거리면서 온갖 횡포를 다 부리고 있다. 경찰서장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경찰들 제복을 벗으라.

아침부터 경찰들과의 마찰이 두시간 가량 이어진 거 같다. 조용해진 진밭교에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책상을 들고 나오자마자 장승같은 남자경찰들이 내 앞을 가로막고 책상을 뺏아버렸다. 교통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경찰들이 도로를 다 점거해서 늘 교통에 불편을 끼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내게 억지를 쓴다. 그 때 내 오른손에 커피가 들려있었다. 경찰들이 내 왼손에 잡힌 책상을 뺏는 바람에 커피를 쏟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내 왼손등에 뜨거운 커피를 쏟았다. 순간 깜짝 놀랐다. 책상을 뺏던 경찰은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내 손등이 화상입을까, 걱정보다는 내가 도로로 못 나가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집중이었던 거 같고, 나는 경찰의 막무가내 행동에 화가 나서 뜨거운 물을 퍼부으려고 물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단새 경찰들 사이에 숨어들어갔다. 그러다 그가 나와서 내게 한 말은 “내가 언제 당신을 쳤냐? 가만히 있는데 당신이 나한테 부딪혀서 커피를 쏟은 거 아니냐”면서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책상을 뺏지 않았다면 쏟지 않았을 커피가 아니던가?

다음 타자는 여경들이었다. 여럿이 몰려와 나를 갓길로 몰아세워서 꼼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책상을 도로에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듯 했다. 책상도 의자도 내 힘으로는 도저히 가져나올 수 없을만큼 수십명의 경찰을 나 혼자서 상대해야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맨바닥에 주저앉는 수밖에 없었다. 경찰버스가 줄줄이 들어오려는데, 여경들이 나를 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나보다. 지휘관이 내게 협상을 걸어왔다. 경찰버스 회차를 마치고 나면 책상과 의자를 내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일단락 되는가 싶었다.

버스가 여러 대 왔다리 갔다리 하는 동안 틈사이 시간간격이 벌어지고 한참을 기다려야 할 거 같아 책상과 의자를 놔두겠다고 하자 다시 여경들로 하여금 나를 감금시켰다.

이번엔 여경들이 신경질을 내면서 나를 밀치고 손목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려 한다. 거기다 말문이 트였는지 따박따박 말대답을 해댄다. 결국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트럭이 올때여경 하나를 확 밀 듯 한 제스츄어를 취하자, 여경들은 내게 ‘살인미수’라면서 악을 썼고, 나는 ‘살인미수범 안 만들려면 저 년은 내 앞에 세우지 말라’고 경고했다. 시커먼 정복을 입은 깡마른 여경의 표독스런 언행에 경고했다.

결국 의자와 책상을 놓고 앉았다. 그런데 차량이 들어오는거다. 내 발로 일어나 비켜달라고 하지만, 나는 어제처럼 하라고 했다. 의자에 앉은 나를 여경 네명이 가마태우듯 들고는 진밭창고까지 이동하는거다. 나는 그만 빵 터졌다. 바로 옆으로 조금만 옮기면 될 것을 사선거리로 쭈욱 내려왔으니 말이다. 갑자기 여경들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코미디같은 경찰들과 실랑이는 한판 웃고 일단락이 되었다. 여경들은 진밭을 떠났다. 내가 도로 한가운데 앉아있는데, 가마태워 줄 생각은 안하고 어딜 간 걸까? 남자경찰들은 차가 지나갈 때마다 내게 조금만 옆으로 비켜달라고 이야기 했고, 나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고 격려했더니, 정말 승용차들은 내가 비켜나지 않아도 지나갈 수 있었다. 여경들이 없으니, 나를 가마태워 줄 사람들이 없다. 자연스럽게 내가 알아서 비키게 된다.

아침부터 진밭교에서 경찰들에게 시달리고 기운이 쑥 빠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에너지를 공급받은 듯 했다. 뭔가 여경을 상대하는데 숙련되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나서 평온하고 느긋하게 책상을 두고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진밭의 아침은 쌀쌀해서 아직도 파카를 입기도 한다. 햇볕이 들 때면 따스한 햇살이 노곤해진다.

성주주민대책위와 주민들은 버스를 맞춰 서울로 향했다. 서대문구 경찰청 항의집회를 하기 위해서다. 소성리에 주둔하는 경찰병력을 빼라는 항의집회다. 나는 서울 대신 진밭을 택했고, 오후까지 책을 읽다가, 평화와 놀다가, 평화장터 주문물량 택배를 보내러 나갔다가, 화장실도 다녀왔다가, 그리고 진밭으로 올라온 은점과 오랜만에 마주보고 수다를 떨 수 있었다.

헬기는 무엇을 옮기는지 이고 지고 수시로 날라다닌다. 시누크가 아닌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잠자리헬기다. 호바에 매달린 물건은 기름통일까?

서울 경찰청 앞에서한 집회가 효험이 있을까? 오늘밤 용봉삼거리부터 소성리마을까지 주둔해있던 경찰들이 싸악 빠졌다. 그 많은 경찰들은 다 어디갔을까? 진밭에 몰려있을까?

오늘도 성주사드기지에서 미군기지건설이 척척 이뤄지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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