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일기 2018년5월8일
진밭일기 2018년5월8일
매일 만나는 형광벌레, 아침일찍 진밭으로 가는 길에 끝도 없이 줄을 선 경찰들의 대열은 놀랍다.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숨소리는 더 가빠진다.
내 가슴을 가격한 경찰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경비과장에게 그 놈을 잡았냐고 물었다. 경비과장은 내게 반말하냐고 따진다. 경비과장에게 경비과장이라고 한 말이 반말인가? 직책을 잘못 불렀나? 부장인가? 계장인가? 순간 나는 혼란스러웠다.
옹졸하고 치사한 성주경찰서 경비과장은 자신의 기분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아침출근 공사저지피켓팅을 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의자에 앉으려 하자 곧바로 경찰병력들로 에워싸버렸다. 모인 사람들은 경찰들이 약속을 어겼다고 항의하는데 나는 웃음이 났다. 국가라는 최고의 조직폭력집단 답게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주는 경찰의 진실된 모습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오늘은 어제와 달랐다. 비가 오지 않아서 우산은 필요하지 않았다. 날씨가 흐리지는 않았지만 진밭은 여전히 추웠다. 나는 쇼올을 감고 있어야 했다. 의자 앞에 탁자를 두고, 탁자 안에 작은의자를 두어 발받침대로 썼다. 어제에 이어 토지2권을 꺼내들었다. 등 뒤로 경찰들의 잡담소리는 어제보다 더 심했지만, 어제만큼 지적질은 하지 않았다. 한번씩 조용하라고 경고했다.
승용차정도는 요령껏 진밭교를 통과할 수 있을거라 여겼는데, 오늘따라 여경들이 한사코 가마를 태워준다. 한번 타기 시작하니 차가 와도 내발로 일어서기가 귀찮다. 가만히 있으면 여경들이 알아서 다 해준다. 탁자를 먼저 옮겨주고, 그리고 여경 네명이 내가 앉은 의자를 들어서 옆으로 옮겨주었다. 그리고 차가 지나가면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경찰들이 옮긴 탁자는 제자리에 옮겨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점잖은 경찰은 미안하다며 공손하게 탁자를 옮겨준다. 그런데 대부분 나몰라라 한다. 오늘 얼굴은 잘 보지 못했지만, 그런 공손하고 깍뜻한 경찰을 만나서 내심 기분은 괜찮았다.
책 읽는다고 앉았지만, 글이 눈에 쏙쏙 잘 들어오는건 아니었다. 수면부족으로 눈은 몹시 피로했다. 그래도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 이때에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할 거 같다. 사드기지 공사하는 동안 진밭에서 박경리작가의 토지 한질은 다 읽어내야지.
조정래작가의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다시한번 더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화산도라는 장편소설도 추천을 많이 하던데 도전해보고 싶다. 긴 싸움을 버텨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중에 장편소설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내 가슴을 가격한 경찰놈의 사과를 받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다. 그놈의 사과가 진심이라 믿어지지 않을 거다. 오히려 잘 되었다.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가라고, 그 놈을 핑계삼고 싶지 않다.
사드기지를 완성시키는 공사가 척척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도 막을 수 없다. 우리의 힘으로는 수천의 경찰공권력을 대항해 이겨낼 수 없을거다. 그러나 분명한건 그렇더라도 우리가 저항을 멈출 수 없는 건 우리가 옳기 때문이다. 우리가 옳고 저들이 틀렸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 줄거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사드기지공사를 막아야 한다.
진밭에서 머무는 시간이 오히려 평화롭다.
책읽고 사색하고, 좋은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내게 가장 좋은 쉼터가 지금으로서는 진밭이다. 이 곳을 떠나서 어디서도 행복할 수 없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