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진밭까지

진밭일기2018년5월15일

by 시야

진밭일기

2018년5월15일(화)

아침일찍 진밭으로 가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소성리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소야의 하얀방으로 향했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청소기로 바닥을 싹싹 닦았다. 청소기 사고 처음으로 청소기 안에 가득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씻었다. 그 일은 늘 남편의 일이었기에 나는 처음이다. 살짝 고민했다. 나의 집필실에서 오랜만에 오키나와 여행담을 쓰면 어떨까? 진밭은 어쩌고 있을까? 진밭의 평화를 보고싶은 마음도 컸다. 진밭을 버려두고 내 방에 있는 게 맘은 편할 리가 없었다. 진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차에서 내리면 평화가 미친 듯이 좋아해 줄거라 기대했다. 평화는 반가운 마음에 꼬리를 한 두번 정도 흔들어줬지만, 그늘진 자리에 가만히 누워서 나를 반겼다. 진밭의 한낮은 더웠다. 햇볕도 좋아서 살을 태우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은 가련했다. 반팔셔츠를 입었지만, 길다란 머플러를 뒤집어쓰고 있자니 온몸은 찐득한 땀이 베었다. 그래도 올해는 살 태우지 않는 원년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리라. 마음먹고 열렬히 애쓰고 있다. 매일 썬크림을 바르고, 얼굴에 분도 쳐대고 있다.

그래도 사진에 비친 내 모습은 늘 시커먼스다.

진밭교당에서 울리는 목탁소리가 은은하다. 선명교무님의 기도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노랫소리도 들린다. 교당에 여러사람이 함께 기도를 드리는 시간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선명교무님 홀로 기도드리고 평화의 노래를 부른거다.

나홀로 진밭을 지키고 있던 선명교무님의 평화를 깬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책상을 차지하고 앉았다. 글 한 두줄이라도 써볼까 싶어서 노트북을 싸들고 왔다. 내 등 뒤에 경찰들이 몇이라도 기웃거리고 있는 게 신경쓰여 도무지 글이 쓰여지지는 않았다. 결국 노트북은 덮었다. 아주 두꺼운 책이긴 한데, 인디언연설집을 꺼내들었다. 언제나 읽어보아도 인디언들의 철학이 녹여져있는 연설문을 기도문처럼 소리내어 읽었다. 소리내어 읽다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몸도 마음도 경건해지는 듯 했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인디언의 연설문이 내게 하나의 기도가 되어 자연의 일부인 내가 자연과 어떻게 조화있게 살아갈지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선명교무님은 책상을 내게 뺏겨서 불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고, 노트에 뭔가를 적고, 또 진밭의 주변을 돌아본다. 시간대별로 기도를 올린다. 뭔가 외롭지 않아보인다.

진밭도 더위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스럽게 울창한 나무덕에 뜨거운 볕은 피할 수 있었다.

며칠 오지 못한 사이 진밭의 풍경은 달라져있었다. 경찰버스는 이전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다. 마을에는 경찰버스가 보이지 않는 조건인가보다. 햇볕을 가리겠다고 천막을 군데 군데 쳐놓았다. 그리고 진밭교를 가득 메웠던 경찰들은 많이 빠져서 한산해졌다.

주로 어린 의경들이 아닌 직업경찰들이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나보다. 이제 꽤 시간이 흘렀으니까, 매일 처음입니다라고 말을 하기도 머슥할 정도로 얼굴이 익은 경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구, 경북의 각 시군 뿐 아니라 다른 시도까지 오고 있으니, 경찰들은 입버릇처럼 오늘 처음이라고 하거나, 이제 왔다고 하면서 책임을 면피하려고 했다. 이젠 그렇게 하기도 어려울 듯한다.

경찰은 확실히 줄었다. 경찰버스는 어디서 뭘하다가 시간되면 쫓아오는걸까?

그래도 시간이 되면 공사를 진척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은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노동자들의 출퇴근시간대에는 경찰들이 시커멓게 진밭을 메운다. 경찰이 어찌되었든 간에 공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은 척척 잘도 지켜내고 있으니, 공사는 아무 타격을 받을 일이 없을거다. 별탈없이 공사가 마무리된다면 경찰입장에서 더 바랄 건 없을테니까.

진밭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내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 편할려고 하는 행동일 뿐이다. 내 맘 편할려고 말이다.

그런데 앞으론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괜찮은건지

그러나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니라고 내게 말해주고 싶다.

분명 그 시간만큼 나는 성장할테고, 역사는 기억할거니까.

아.. 글이라도 좀 쓸 수 있기를 바래보지만, 쉽지가 않다.

구술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사드문제는 아니라 노동문제로, 근데 이게 또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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