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일기2018년5월7일
진밭일기
2018년 5월7일
경찰의 팔꿈치가 내 가슴을 가격했다. 순식간에 나를 안으로 밀어넣으면서 여경 네 명에게 이끌려 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남자경찰들이 순식간에 나를 안으로 밀어넣으면서 팔꿈치로 내 가슴을 가격한거다. 무방비에서 당한 일이라 깜짝 놀랐다. 순발력 좋게 그놈의 팔뚝을 잡았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내가 폭행당했다고 소리쳤다. 내 주변으로 채증카메라는 4대나 돌아가고 있었다. 수십명의 경찰들 사이에 나 혼자였고, 나는 악착같이 나를 폭행한 그 놈을 잡고 경찰들에게 내가 폭행당했음을 알렸지만, 어느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폭행한 놈을 어디론가 숨겨주었다. 나는 미친 듯이 그 놈을 찾아내라고 소리쳤다. 성주경찰서 경비과장이 나의 가까이 왔을 때 적극 항변했지만, 그는 나를 외면했고, 나는 그에게 나의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 장면을 재현해보였다.내 팔꿈치로 경비과장의 가슴팍을 내리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경비과장은 내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기분나빠하면서 오히려 나를 폭행범으로 몰았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많이 흥분된 상태였다. 경비과장이 나를 폭행한 놈을 잡을 생각은 않고, 나를 폭행범으로 모는 바람에 더욱 미쳐날뛰었다. “너도 폭행당하니까 기분더럽지. 내 기분이 너처럼 그렇다고.. 그러니까 그 자식 잡아내. 나를 폭행한 그 놈을 숨기지 말고 이리로 데리고 오란 말야” 나는 악을 써댔고 경비과장은 나를 엄청 별난 여자로 취급하면서 옹졸하게 자리를 피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를 말리는 우리편 조차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나를 말리는 모든 행위는 적으로 보였다. . 저들에게 항의하지 않고, 나를 주저앉히려는 모든 행위가 용서되지 않았다. 머리끝에서 분화구가 분출해서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내 방으로 돌아가 잠시 쉬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사드기지에 공사는 쉬지 않고 진행되고 매일 경찰들에게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괴감이 나를 갉아먹는지도 모른다.
짐을 싸들고 다시 진밭교로 향했다. 비는 그칠 생각을 않고 추슬추슬 내렸다. 많은 양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경찰들은 많이 빠져나갔다. 흐리고 비오는 날 야광벌레 같은 형광색우의를 입은 경찰들이 진밭교를 지키고 있다. 나는 의자를 길 한가운데 갖다놓고 앉았다. 경찰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치를 살피는 듯이 보였지만 내게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나는 말없이 앉아서 흐르는 비를 맞았다. 꽃분홍 비옷을 입고 모자를 쓴 상태라 비에 젖지는 않았다. 며칠 전 교무님께 배운 단전호흡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호흡도 불안정했다. 호흡을 가다듬느라 한참동안 앉아있었다. 잠이 사르르 밀려와 졸기도 하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 생각을 바닥으로 내려놓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잡념은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만 했다.
비가 조금 잦아들었을 때 사드반대투쟁 하면서 읽겠다고 내지른 토지1권을 빼들었다. 등뒤로 경찰들의 수다소리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 번씩 목을 돌려 잡담은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할 때면 그들의 수다도 잠시 멈춘다. 비가 내려도 춥지 않을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빗물이 꽃가루를 싹 쓸어갔다. 하늘은 청아한 느낌이었다. 공기는 상쾌했다.
진밭의 평화는 염소뼈다구를 어제 밤새도록 뜯어서 이쑤시개를 만들었다. 하루종일 비를 맞고 있지만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지나가는 경찰들을 경계하지도 않는다.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를 피해서 뒤편 흙바닥에서 낮잠을 잔다.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책상위로 올려서 책을 가릴 수 있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토지1권을 다 읽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들꽃, 공단에 피다’를 처음부터 또 읽어봤다. 읽을 때마다 처음 그 느낌이다.
한낮의 진밭은 한가로웠다. 미군 통역관 차량이 내 앞에 멈춰섰다. 경찰들은 내게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달라고 했지만, 나는 내 가슴을 가격한 경찰관의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내가 일어설 필요도 없었다. 경찰들이 나를 에워싸 옆길로 차는 지나갔다. 그 이후로 일반 승용차는 지나다닐 수 있었다. 나는 차량을 막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그 경찰놈이 내게 와서 사과할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 자리가 편안했다. 책읽기도 좋았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맞는 것도 상쾌했다.
겉으로 친절한 척 하는 경찰들이 한 두 사람을 에워싸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폭행은 사사로이 취급된다.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해서 말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할거다. 여경들에게 들려나올 때 꼬집히는 경우도 많고, 손목이 비틀려 힘을 못 쓰게 제압당할 때도 많다. 눈에 띄지 않는 부위만 멍이 들도록 잘 훈련된 집단답게 야무지게 사람을 폭행하는 집단이 바로 경찰이다. 경찰들이 마을에서 많이 벗어났다지만, 여전히 공사차량과 건설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대단한 숫자의 경찰병력이 배치되고 마을은 창살없는 감옥이 된다.
엄청난 물리력을 동원해서 성주사드기지의 공사는 착착 진행되고 있을거다.
우리는 아무것도 막지 못한다. 그들, 국가공권력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무력 앞에 막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사람이라도 많으면 모를까, 열에서 열다섯을 웃도는 사람들이 치열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안 막기로 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막아도 저들은 충분히 들여놓을거다. 다만, 막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분명 에너지 절감의 효과는 있을테지. 그러나 지금은 사드기지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공사를 한다. 우리가 힘이 없어 공사를 막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할 때다. 막는다는 것은 우리 저항의 또다른 표현일테니까. 우리가 설사 막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사드를 반대하고 이 땅을 미군기지로 군사시설로, 전쟁연습장으로 만드는 것에 저항해 의사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미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공사가 하루하루 진척되어가고 있는 진밭이 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