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일기 2018년5월21일
진밭일기 2018년5월21일
낯선 전화번호가 부재중 표시가 떴다. 핸드폰번호도 아닌 일반전화번호인데 경북지역번호 054가 찍혀있다. 고령경찰서란다. 살짝 당황스럽다. 고령경찰서에서 내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는데 받았냐고 묻는다. 받은 적 없다고 했더니, 성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이 나를 폭행으로 고소했단다. 조사를 받으러 나와 달란다.
순간 ‘픽’ 웃음이 터졌다. 내가 오키나와로 떠나기 전의 사건이었다.
나는 성주경찰서의 경비교통과장을 때리지 않았다. 공사인부들의 출근시간에 피켓팅을 하던 중에 여경들에게 떠밀려 갓길로 밀려났는데도, 남자경찰들이 나를 옭아매듯이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 속에는 나와 원불교 대경교구장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백명의 경찰이 에워싸고 있었다. 밀려나던 중에 한 남자경찰이 팔꿈치로 내 가슴팍을 쳤었다. 아수라장이 되어 밀리고 엉겨붙어서 벌어진 우연한 일이라고 볼 수 없는, 의도적으로 내게 감정을 쏟는 폭행이었다. 그 놈 팔을 붙들고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한참동안 내가 폭행당했다는 것을 알렸지만, 나를 둘러싼 남자경찰이건 여자경찰들 모두가 외면했다. 다른 남자경찰은 내 두 손을 움켜쥐고 옴짝달싹을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내 가슴을 가격한 남자경찰을 내게서 격리시켜 숨겨줬다.
나는 경비과장에게 폭행당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알렸지만, 그는 내가 도움을 청하는데도 외면했다. 폭행한 경찰을 잡아달라고 사정하고 부탁했지만 고개를 돌려 내 말을 애써 피하려는 것을 나는 경비과장을 붙잡았다. 그에게 내가 어떻게 폭행당했는지 재현했던 거다. 그의 가슴팍에 팔꿈치로 찍는 시늉을 했다. 내 팔꿈치가 그의 가슴팍에 닿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때리지 않았다.
그는 내 민원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내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고소한 거다.
성주경찰서장의 명을 받고 공무를 수행하는 자신을 폭행한 것은 성주경찰서장을 폭행한 것과 같다고 했다더니, 정말 나는 성주경찰서장을 폭행한 피의자신분으로 경찰서에서 출석요구를 한 것이다.
나는 내 가슴을 가격한 경찰을 고소할 생각은 없다. 내 가슴을 가격한 경찰을 잡아달라고 한 것은 형벌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쥐고 있는 위치에서 가하는 물리력이 어떤 폭력성을 가지는지 되새기게 하기 위함이요. 직권을 남용하는 그릇된 행위는 하지말라는 충고를 하기 위함이다. 사실 사과를 하면 될 일이었다. 내가 앞날이 창창한 젊은 경찰에게 무슨 원한이 사무쳐서 그를 죽일려고 덤벼들겠는가?
그런데 성주경찰서 경비과장은 나를 엄청 힘이 센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성주경찰서장을 폭행한 무서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리하면 경비과장 부끄럽지 않은가? 수백명의 경찰들에게 호위를 받으면서 한낱 동네아낙에게 쥐어터졌다고 하면 어디 가서 얼굴 들고 다닐 수 있단 말인지? 성주경찰서의 권위에 도전했기에 가만두지 않겠다는 괘씸죄가 적용했다고 한다면 쪼잔하고 치졸한 자신의 행각이 하급직원들 앞에서 고개나 들고 다닐 체면인가? 성주경찰서 서장이 쥐어터지도록 호위도 못하는 경찰이 무슨 자격으로 경비과장을 한다는건지, 그 옷 벗어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한다.
너무 어이없고, 기가 차도록 재미있는 코미디 한 프로 본 거 같아 헛한 웃음만 난다. 고령경찰서는 25일에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한다. 나는 고령까지 갈 이유도 없고, 진밭에 매일 있으니 체포해 가라고 했다.
수백명의 부하직원 경찰들의 든든한 배경 속에서도 나한테 얻어터지고 질질 짜고 다니는 꼬락서니로 같잖은 권위에 허세까지 겸비한 경비과장은 명예로울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