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일기2018년5월22일 새벽
진밭일기 2018년5월22일 새벽
‘한반도의 평화’ 같은 거창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
소성리의 할매들의 눈물을 타고 사드레이더가 얼마나 멀리까지 쏘여질지 모를 일이다.
내가 지금 이곳 진밭에 머무는 이유는 한반도의 평화도, 할매들의 눈물도,
나는 내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할매들이 평생을 일궈온 땅을 지켜야 하듯이.
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찾아들어온 땅.
나의 남은 생을 맡길 이 땅.
나는 내가 살아온 날 만큼 살아갈 테지. 삶이고, 인생이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무엇을 하든, 하지 못하든,
내가 살아갈 땅을 지켜야한다.
내게는 소중한 삶이니까.
그러나
내가 이곳 진밭에서 하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성주사드기지로 오르는 공사차량을 하염없이 쳐다볼 뿐이다.
내가 무엇을 하건 성주사드기지에는 공사가 차질없이 진척되고 있을테다.
내가 있건 없건 그것이 뭐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래도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미군기지가 다 지어지는 것을 내 눈 속에 꼬옥 담아두어야겠다.
내 머릿속에 꼭꼭 새겨두어야겠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테니까.
내가 무슨 힘이 있어 저 거대한 제국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싸우다보니 이기는 날을 만나게 될거라 기대하는 것이지. 그런 날을 만나게 될거라 꿈꾸는 것이지.
그 꿈마저 없다면 내가 이 땅에 발을 부치고 서 있을 이유가 없을테니
나는 꿈을 포기할 수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