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사드기지 공사는 척척 진행중

진밭일기 2018년5월22일

by 시야

진밭일기 2018년5월22일

어제였다. 성주사드기지에서 하루공사를 마치고 퇴근하는 건설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할매들은 대낮에도 시도때도 없이 골재를 실은 덤프트럭이 진밭을 통과하여 부대로 들어간 것이 괘씸했을테다. 화가 안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조크’처럼 입술이 귀에 걸릴 것처럼 생긴 정보계장이 경임엄니를 보더니 하는 말

“ 할매도 핸드폰있네” 한다.

경임엄니는 혼잣말처럼 허스키한 목소리로 되뇌인다.

“ 개도 다 차고 다니는 핸드폰을 와 할매들이 없겠노?” 하는거다.

어제는 그냥 스쳐 지나쳤던 짧은 대화였다.

오늘 진밭을 지키고 있노라니, 내 앞뒤로 보초서는 직업경찰들은 하나같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말 개도 다 차고 있는 걸 할매라고 못 들고 다닐 이유가 없다.

경찰들은 오며가며 평화에게 손을 내밀고, 친근감을 표시한다. 이제 덩치좋은 평화가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란 뜻이겠지. 그러나 평화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걸로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평화앞을 가로막고 선 시커먼 정복을 입은 경찰들의 엉덩이를 마주해야 하는 평화가 편할리는 없을거다. 그러다보니 제일 만만한 나에게 온갖 투정을 부린다.

그러나 평화에게 핸드폰이 없다.

내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있다. 지난 4월23일 공사장비는 경찰들의 손에 쥔 칼로 그물을 다 찢어서라도 필사적으로 반입되었고, 다음날부터 공사인부들의 출근이 시작되었다. 경찰들은 천명도 넘게 이천명도 상주하는 듯 보였다. 하루 세끼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던 경찰들은 소성리 마을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었다. 악취와 소음과 매연으로 공기를 더렵혔다. 매일같이 우리는 경찰들로부터 감금당하고 고착당해서 옴짝달싹을 하지 못하도록 해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실은 트럭과 건설노동자들은 출퇴근시켰다. 악다구니를 쓰고 싸우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찰들은 조금씩 개선해나가기도 하였다.

어제만 하더라도 경비과장은 아주 친절한 목소리와 섬세한 배려심으로 소성리엄니들을 끌어내지 않고싶다는 의사를 표했고, 엄니들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제스쳐를 취했다. 보고 있자면 참으로 눈물겨운 신파극이 따로 없을 듯 하다. 그리고 실제로 경찰들의 수는 상당히 많이 빠졌다. 그렇게 빠진 이유가 순수하게 주민들을 걱정한 것인지, 다른 곳에서 데모를 워낙 많이 해서 인력순환이 필요한 것인지 확인할 도리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건

경찰들이 제 아무리 주민들의 편의를 생각해주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지금 매일같이 공기를 맞춰 척척 진행되고 있는 성주사드기지 시설증축공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다. 그야말로 공사는 척척 잘도 진행되고 있을게 뻔하지 않은가?

이미 우리측의 최소한의 요구조차도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들의 시계가 가는 대로 일을 추진시키고 있는 국방부가 아쉬울 것은 없어보인다.

벌써 공사를 시작한 지 한달이 되었다.

우리는 사드가 들어오는 날에도 체념하지 않고 나와서 싸웠던 것은 소성리마을앞으로 미군들이 통행하는 꼴을 볼 수 없다는 주민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었다. 미군의 종노릇 하는 경찰들의 통행도 막았다. 유류와 사드장비를 운영하는 것이면 무조건 막겠다고 했다. 사드를 운영하기 위한 공사는 무조건 막는다는 것이 성주투쟁위시절부터 6주체에서 합의된 원칙이었다. 얼마전까지 김천촛불에서 이 4가지 원칙을 누군가가 나와서 상기시켰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4월12일과 23일에 두 번에 걸쳐서 공사장비가 들어오는 것을 날을 꼬박 새워 막아섰다. 비록 힘이 부족해 막아내지 못했지만, 우리로선 최선을 다한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공사장비가 들어간다고 사안이 끝날 것이 아니었다. 그 다음날부터 실제적인 공사가 시작되었고, 한달이란 시간동안 공사는 아무런 차질 없이 척척 진척되어가고 있다.

진밭은 매우 팽팽한 긴장속에 놓여지게 되었다. 물론 공사를 막지 않으면 긴장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은, 진밭은 설사 막지 못해도 접전지역이 되어버렸고, 온갖 일들을 경험하게 되고, 부조리한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진밭은 그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반대했던 ‘한반도의 전쟁위협하는 사드배치 무효’라는 주장과 실천이 동시병행되어야 할 전선이다.

우리 사드운영장비를 막고, 미군통행을 막고, 유류차를 막고, 사드기지 건설을 위한 공사를 막는다는 4가지 원칙을 폐기한 적 없고, 지금이 바로 매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공사를 막는다는 선언과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석달을 예상한다는 공사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공사를 단 한번도 지연시키지 못했다.

진밭의 소수가 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하기 어렵다. 진밭의 소수는 엄청난 수의 경찰에 의해 손발이 묶인 거나 매한가지다.

진밭은 이미 예민한 곳이 되었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치열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리적 특성과 위치가 치열할 수 밖에 없는, 평화라는 말은 참 허무하다.

한낮은 노곤한 평화스런 진밭의 풍경은 과연 평화스러운가? 성주사드기지에는 건설노동자들이 매일같이 군인들의 시설을 증죽시켜 영구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데, 정작 이곳 성주사드기지가 떠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촛불은 무슨의미일까?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다.

진밭에서 바라본 촛불은 허하다. 공사를 한번 지연시켜보지 못한 채 외치는 구호, 결의, 주장, 손짓과 몸짓, 이 모든 것이 부질없어보인다.

우리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는 일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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