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일기 2018년65월2일
진밭일기 2018년6월2일
저녁나절 진밭으로 올랐다. 핑화가 시원한 나무그늘아래서 뻐드려져 누웠다. 내 손에 쥔 봉지를 보더니 폴짝폴짝 반기는 핑화앞에서 나는 좀 뻐겼다.
먹을 것 앞에선 한없이 얌전하게 양반다리 하고 앉은 핑화, 빵조각을 통째로 주면 물지 않고 뱉어버린다. 맛이 없어서 안 먹으려나 싶어서 잘게 잘라서 주면 그제서야 입에 넣고 꼭꼭 씹어서 먹는다. 고상하기로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핑화의 목줄을 풀었다. 풀려서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쇠목줄을 본 핑화는 멈칫 “이게 무슨 상황이지?” 생각하는 듯 보였다. 이내 마을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한다. “아니야.. 그리로 가지말고 저리로 가” 하며 내가 천주교 피정의 집 ‘평화계곡’ 방향을 가리키자 마치 말귀를 알아들었다는 듯이 핑화는 평화계곡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실컷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야 해.. 핑화 알았지” 하며 핑화의 등뒤로 소리를 질러보지만, 그때부터 핑화는 자신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듯 네 다리로 맘껏 달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혹시나, 내가 강장로님이나 형선교무님처럼 핑화에게 정말 엄마아빠같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서 걱정도 되고, 핑화가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서 핑화 뒤를 살살 걸었다.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산으로 마구 뛰어갈 거 같던 핑화는 내가 뒤에서 걸어오는 것을 느꼈는지, 내 앞으로 뛰다가도 마음껏 냄새 맡으면서 탐구활동을 하며 내가 뛰따라오는 시간을 맞춰주는 듯 했다. 냄새를 맡고 오줌을 싸고, 똥을 싸질러 대는 순간에도 산을 향해 코를 벌렁거리면서 길을 가늠해 보는 듯 했지만 곧장 산으로 뛰어오르지는 않았다.
나도 이왕 걷게 되니 저녁의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겼다. 평화계곡까지 얼마나 될지 차타고 다녀봐서 가늠하기 힘들지만 아주 먼 거리는 아닐 듯 했다. 걸었다. 천천히 산들산들 핑화의 뒤를 따라 걸었다.
평화계곡이 나오자 핑화는 고즈넉한 천주교 피정의집 ‘평화계곡’의 잘 가꿔진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들어갔고, 나는 화장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다시 진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핑화야 집으로 가자’ 하고 목청을 둗우자 말발굽소리를 내면서 핑화는 내게로 달려왔다. 이제 조금 긴장이 풀렸던지 핑화가 뛰기 시작했다.
나는 조급하지 않았다. 핑화를 믿고 따라가기로 했다. 그러다 건너편 외딴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고 닦아놓은 길이 나왔다. 핑화는 조심스럽게 그 길로 걸어가려고 했다. 순간 나는
“아야.. 아이고 다리야 ” 하면서 헐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다리를 절뚝 거렸다. 내 목소리에 찔끔 놀란 핑화는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내게로 왔다. 내 가까이에 오지 않았지만, 내 앞으로 길잡이가 되었다. 그 순간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핑화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저리도 이쁠 수가 있을지, 정말 아들아이가 엄마를 걱정하듯이,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등잔을 밝혀 길을 걷게 해주는 듯 했다.
또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핑화는 여전히 어디로 오를 것인가를 탐색했다. 마치 산으로 오를 적당한 길을 찾은 듯 풀숲을 헤치고 산을 향해 달렸다. “잘 다녀와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 나는 아무걱정 없다는 듯이 핑화에게 타일렀다. 계속 진빝을 향해 걸었다.
곧 핑화는 말발굽소리를 내면서 내게 달렸다. 시원하게 달려왔다. 진밭교로 도착하자마자 ‘헥헥’거리는 핑화의 혓바닥은 땅바닥으로 길게 늘어졌다.
나는 광철교무님께 핑화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했지만, 광철교무님은 핑화에게 목줄을 걸기 바빴다. 핑화는 물로 목을 축이고는 쭉 뻗었다. 나는 뻗은 핑화가 이뻐서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핑화옆에서 ‘바윗돌 오르기’ 운동을 했다. (바윗돌은 평화계곡 방향으로 도로 화장공사가 한창이다. 포크레인으로 깨어놓은 돌덩이를 옮기는 작업을 한참동안 했었다. 기사님께 부탁해성 납작하고 평평환 바윗돌을 하나 얻었다. 오르락 내리락 하면 계단오르기 운동효과를 볼 수 있을 거 같다. 진밭을 지키는 동안 나만의 다이어트 방법을 찾은 거다. 사드반대투쟁하면서 고갈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운동할거다. )
매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아침 공사저지 피켓팅에 참여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침에는 진밭에 가지 않는다. 내 집필실을 가거나, 가는 길에 광철교무님이 지키고 있을 진밭에 들러 보게 된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공사인부들의 출퇴근 시간대에 피켓팅이 감정을 많이 소진시키고 있다. 쉼이 필요할 때 다시 진밭을 찾는 이유가 핑화이기도 하다. 진밭의 핑화가 있어서 즐거움을 나누고,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사람의 언어에 반응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감동이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핑화가 만약에 경찰을 물거나, 경찰에게 어떤 해를 입혀도, 그건 핑화의 잘못이 아닐거다. 분명 경찰이 핑화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일거다.
경찰들에게 경고했다. “우리 핑화가 아무리 순하고 개 좋은 인상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지 장담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핑화를 경찰들 땀내나는 엉덩이로 가두지 마세요.. 만약 핑화한테 물리더라도, 우리는 핑화를 탕집에 보내지 않을겁니다. 물린 사람이 백퍼 잘못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우리 핑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개장수에게 보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분명히 경고합니다. 경찰은 개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