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밭일기 2018년6월4일
진밭일기 2018년 6월4일
성주군청앞에서 한반도 평화위협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촛불을 들었던 때, 발언자로 섭외되어 처음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했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염소와 늑대의 이솝우화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사드반대 투쟁을 마지막까지 할거라고 했다.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로 투쟁하겠다고,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려 했다. 시간은 흘러 벌써 2여년 전의 일이 되었다.
이 곳 진밭에는 몇몇 되지 않는 사람들만 남았다. 지금 하는 공사는 장병들의 숙소 리모델링 공사라고 한다. 지붕개량하고, 오폐수처리시설 만들고, 식당시설을 증축하는 공사라고 들었다. 그리고 또 어떻게 돌아가는 지 상세히 알 수는 없지만, 매일같이 아침이면 공사인부들이 출근하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가 실려들어간다. 경찰들의 철통같은 호위를 받으면서 들어간다. 아직은 사드패드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북미회담이 곧 개최되면 한반도 정세는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사드는 그야말로 고철덩어리가 되었고, 그런 쓸모없는 고철덩어리는 언젠가 밖으로 나갈거라고 소소한 희망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미군기지는? 그 안에 사드 말고 다른 무엇이?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는 예측할 능력이 없다.
나는 나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약속이다. 나의 양심이 손짓하는 약속이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또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지키지 않으면 또 어떠랴?
매일 생각한다. 약속을 지키는 내 모습은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사드는 철거될 거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듯 하다. 북미회담 이후에 급변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그래서 나도 희망을 가진다.
그러나 지금 내 마음은 우울하다. 쉽게 회복될 거 같지 않다.
사람들은 소성리로 모이지 않는다. 선거에 뛰어들었다. 진밭은 비었고, 세상은 요란스럽다.
사드배치를 결사반대한다는 촛불은 공사를 막지 못한다. 아니 공사를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진밭은 매일 공사저지 피켓팅을 한다. 사진만 올라올 뿐이다. 매일 똑같은 피켓과 똑같은 의자와 똑같은 구도의 경찰배치와 진밭의 풍경들이 지겹도록 올라온다. 지겨워서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구호가 진밭의 허공을 찌른다.
소수가 되어버린 진밭은 경찰들마저 감축된 듯 썰렁하다. 핑화만 아침시간이면 분주하다.
우리는 힘이 없어 반복되고 되풀이되는 매일을 살면서 공사차량을 보내고, 공사인부를 보낸다. 국방부의 시계는 아무탈없이 잘도 돌아가고, 우리의 시계는 멈춰 선 듯 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 나면 공사는 마무리될거다. 더 이상 진밭은 찾지 않아도 될거다.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얄팍한 마음이 매일 이곳 진밭을 오르는 시간이면 내 속에서 꿈틀 거린다.
그 날은 곧 올테니 조금만 더 하면 끝이리라. 아니 다시 무엇을 시작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테다. 나는 힘이 없고,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어, 그러나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매일 매일 갈팡질팡 거린다.
나는 내가 원했던 대로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갈테다. 사드가 느닷없이 들어온 날, 내가 꿈꾸던 것들을 포기했지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고백했다. 좋은 글을 쓰겠다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좋은 글을 읽겠다고 했다. 사색하고, 글을 쓰자고.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현장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그것은 사드가 아니어도 좋고, 노동이면 더 좋겠다.
소설을 쓸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당장 내가 그렇게 할 재능도 노력도 부족한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쓰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사드를 뽑는 날을 기다리면서 내가 마음먹었던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가자.
소성리 창작소를 만들면 좋겠다. 단체를 원하지 않느다. 글을 쓰는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꼭 글 쓰는 이들의 공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창작자들의 공간이면 된다. 나도 그곳에서 창작활동을 하면 좋겠다. 나는 속세와 인연을 맺지 않을거다.
나는 나로 족하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싸움은 끝이 나지 않는다.
나는 계속 살아갈 것이고, 글을 써나갈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싸움은 계속 되겠지.
나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거다. 그러나 나는 누구를 위해서 살지도 않을거다. 나는 더 이상 쓸데없이 시간낭비를 하지 않을거다. 내가 글쓰는 시간을 뺏기지 않을거다. 내가 글 읽는 시간을 뺏기지 않을거다.
나는 그렇게 이곳에 머물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이제 약속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