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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Aug 14. 2018

한 여름날의 제주 평화여정2

한 여름날의 제주 평화여정2    

강정합창단

일 년에 한번은 제주를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야제가 열렸다. 섬들의 연대 평화캠프가 끝나는 7월29일 저녁시간에 강정천 공원을 향해 걸었다. 공원은 푸른 잔디가 푹신하게 깔려서 마음껏 놀기 좋았다. 머리와 수염이 하얗고 길다란 문정현신부님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서 찾아온 사람 하나하나 정겹게 맞아서 악수를 해주는 신부님의 모습에서 우리 소성리할매들의 모습이 보였다.  할배가 맞아주는 정겨움의 또 다른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문정현신부님 어깨에 멘 가방 속에는 글씨나 그림이 그려진 작은 나무판과 나무칼이 들어가 있었다. 어디든 시간과 앉을 곳만 있으면 서각을 즐기는 모습이 경이롭다. 글자를 새길 때마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칼로 글자모양을 새기는 집중력이 놀랍기도 했다. 

여전히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은 볍씨학교 친구들이다. 대행진에 활기차고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피 끓는 젊음을 발산하는 이들이다. 더 어려보이는 보물섬 친구들과 제주평화나비청소년들, 나이어린 친구들의 참여가 대단히 많아 보였다. 2018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서 함께 부르고 함께 춤출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소성리엄니들의 노래패인 ‘민들레합창단’이 있다면 강정에는 젊은 주민들이 노래하는 ‘강정합창단’이 있었다. 강정합창단이 들려준 영화 < 라이온 킹 >의 타이틀 곡인 ‘Circle of Life’는 절묘한 화음과 독창 같은 합창이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평화가 무엇이냐?’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조금 웃기는 에피소드는 제주 강정의례회관에 도착하자마자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준 사람은 조약골님이었다. 아주 오래전, 광우병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로 기억되는 광화문에서 밤새도록 노래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는 사람이다. 잘 알지 못하는 조약골님이 내게 먼저 인사해 준 것이 무척 고맙고 반가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조약골님의 ‘평화가 무엇이냐?’ 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무식하게도 ‘평화란 무엇이냐?’를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아서 이야기했고, 조약골님은 내게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의 제목을 똑바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화답해주었다. 

문정현신부님의 연설을 노래로 만들졌다고 한다. 문정현신부님이 아주 아주 큰 목소리로 “평화가 무엇이냐?”고 관중에게 던진 질문이었다고 한다.  

올해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가장 큰 성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제목을 똑바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정에서 성산까지 행진

2018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막이 열렸다. 제주해군기지 앞 아스팔트는 이글거렸다.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군사무기 박람회가 될 국제관함식은 강정주민들을 찬반으로 분열시켰고, 생채기의 흉터는 깊었지만 해군기지를 반대해왔던 주민들은 힘을 내었다. 앞장서서 강정해군기지 반대 깃발을 펄럭이면서 걷기 시작했다.  

강정에서 성산까지 68킬로미터의 거리를 3일 동안 걷고, 성산에서 이틀간 캠프를 하는 일정이었다. 

작년에는 펑펑 쏟아지는 비 때문에 운동화 대신 샌달만 신고 다니는 바람에 발바닥이 온통 물집투성이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짠하다. 올해는 운동화와 등산양말을 챙겨왔다. 두꺼운 등산양말을 신고 가벼운 트랙킹화로 걸으니 발걸음은 가벼웠다. 태풍 종다리가 올라온다는 소식에도 비는 한 줄기 쏟아지지 않았지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걷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서울이 42도를 찍고 폭염 속에 헤맬 때, 제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걷기 좋은 날이었다.

동진과 서진으로 나누어 걸었던 길은 하나로 합쳤고, 예년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거란 걱정을 깨고 350여명 이상의 사람들의 줄을 지어 제주 서귀포시의 도로를 ‘해군기지 반대’ ‘국제관함식 철회’ ‘제2공항 백지화’  노란깃발을 손에 손마다 들고 걸었다.     

우리가 걷는 사이 

우리가 걷는 사이 시간이 되면 간식이 제공되고, 배식이 이뤄졌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밥을 짓고, 국과 반찬을 만드는지 볼 수 없었지만, 매 끼니를 챙겨 먹이기 위해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후덥지근한 주방에서 땀을 흘렸을 것이다.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이 되면 공원이나 학교운동장, 관공서 등의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있는 장소를 사용했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걷느라고 녹초가 된 행진단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 제공되는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수박, 미숫가루 등 어마어마한 양이 제공되어야 했다. 커다란 ‘빨간고무다라이’에 얼음을 가득 담아서 내놓으면 사람들은 잠시라도 차가운 감촉을 느끼고 싶어서 손을 담그고 수건을 적셔서 몸의 열을 식혀보려고 한다. 아이들은 풍덩 빠지지만 않을 뿐 얼음물로 첨벙첨벙 장난치기 바쁘다.  

식사시간이 되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볍씨학교 친구들이 배식을 담당했다. 제일 앞에 선 친구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나눠주고, 밥을 퍼주고, 국과 반찬을 하나씩 담당해서 배식을 전개한다. 걷느라고 지칠 만도 하고, 배가 고플 만도 한데 볍씨학교 친구들은 배식담당의 소임을 다한 후에야 자신의 밥그릇을 챙긴다. 

이동식 재활용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은 조립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었다. 가는 곳마다 진행팀이 먼저 쓰레기통을 설치한다. 플라스틱과 캔, 비닐과 일반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려도 진행팀이 다시 깔끔하게 분리수거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수 백명이 이동하면서 쓰는 물량이 쓰레기통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양이 쏟아져나오는 지 눈으로 금새 확인할 수 있었다. 

식사에 사용하는 식기는 일회용품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다 사람의 손으로 씻고 닦고 옮기고 날랐다.

예년에는 안전한 행진을 위해서 쌍용차해고노동자를 비롯해서 노동자들이 안전요원 역할을 해주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보인다. 매년 참가해왔던 금속노조쌍용차지부에서 정리해고로 서른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고 노조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와중에도 김득중지부장이 전야제를 참석했다. 행진 첫날까지 참석후에 서울로 돌아갔다. 전년도에 맨 마지막 줄에 금속노조쌍용차지부의 방송차가 뒤를 따라오던 모습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도저히 걸을 수 없을 때는 도움을 받을 곳이 있다는 든든한 기억이다. 

안전요원들은 행진단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로를 통제하는 역할도 있었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불평하지 않도록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설명하였다. 안전요원은 원활한 통행을 위해서 남들보다 두 세배는 더 걸었을 거 같다. 

행진단이 강정에서 성산까지 걷는 동안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노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진행팀의 노고가 없었더라면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가능할 수도 없었을 일이다.       

   

제2공항 백지화

2018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의미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시작한 투쟁이 성산 제2공항으로 군사주의의 팽창을 막기 위한 행진이다. 

나는 결국 3일째 걷는 날 발가락에 생긴 물집이 점점 불어나서 거의 걷지 못하고 차량에 실려 다녀야 했다. 성산국민체육공원에 도착해서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았다.  작년에도 내 발가락의 물집을 터뜨려주고 소독해 주었던 응급처치사님과 조우했다.  

“어찌된 게 물집생기는 사람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물집이 생기는구만” 

강정에서 성산까지 행진은 마쳤다. 

성주가 사드반대투쟁으로 뜨거웠던 날들은 제주는 성산지역의 150만 평의 공항예정부지가 거론되면서 제2공항을 반대하는 뜨거운 날들이기도 했다. 우리는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었다. 

성산지역의 신산리, 온평리, 난산리, 수산1리 4개 마을 주민들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싸움의 과정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주민들과 마주하면서 제2공항을 반대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캠프 기획팀에서 성산지역에 들어설 제2공항을 막기 위해서 마을의 유래와 전설, 제2공항을 왜 지으면 안되는지에 대해서 마을 주민들게 안내가이드를 맡아달라고 했었나보다. 

남자주민이 우리를 대수산봉에 데리고 올랐다. 성산일출봉이 바다건너에 보인다. 그 너머로 우도가 보인다. 제주는 화산의 분화로 만들어진 오름과 굴들이 유난히 많고, 땅속의 굴들은 어머니 대지이고 젖이 되어 모든 생명들에게 필요한 물줄기가 되어준다고 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제주는 사람이나 동식물이 살아가기에 아주 훌륭한 자연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들의 탐욕은 자연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마저도 파괴하고 나선다. 

주민들에게 성산의 당이야기를 살짝 살짝 들을 수 있었다. 제주에는 여신을 모신다고 한다. 여신을 모시니까 무당은 주로 남성들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재미난 신화가 유래되어 왔지만 다 기억하지 못해서 글로 옮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수산1리 마을에 도착하자 수산리 청년회의 사무국장이라고 인사하는 창현씨가 마을안내를 해주었다. 

수산초등학교는 성터였다. 성으로 둘러싸인 담벼락을 그대로 살려서 학교를 지었다. 문화재청에 등록된 문화재라는 긍지가 크지만 문화재청에서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 불만도 크다. 

창현씨는 이곳 수산리에서 태어나서 수산초등학교를 다녔다고한다. 68회 졸업생으로서 수산초등학교는 제주에서 두 번째로 급식을 실시했던 학교라고 자랑한다. 

“제가 이렇게 튼튼하게 큰 것도 초등학교 때부터 급식을 했기 때문이에요” 

마을주민들이 교육열도 높았고, 자식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무엇보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로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높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급식은 정부에서 지원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마을의 자치활동으로 이뤄졌다. 마을 주민들은 학교를 위해서 공동경작을 하기 위한 땅을 학교주변으로 마련하고, 귤나무를 심어서 함께 경작을 했다. 그 수익금은 오롯이 학교를 위해 사용했는데, 바로 급식을 하게 된 계기였다. 

지난 이명박대통령 시절 작은규모학교들은 통폐합을 추진할 때에도 수산리주민들은 수산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정부를 상대로 싸웠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마을주민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젊은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오게 해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고심했다. 마을은 중요한 결정을 했다. 마을사람들이 출자하여 임대아파트를 지었다. 그리고 젊은부부들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세를 놓았다. 이주해 들어온 젊은부부를 마을에서는 가족같이 살갑게 맞았다고 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예쁜 학교로 수산초등학교가 알려져 있다는 자부심이 마을사람들 마음에 매우 크게 새겨져있다. 

창현씨의 입을 빌려서 들어본 수산초등학교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애정이 어떨지 느껴본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이다. 지키고 싶으면 잘 싸워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나보다. 

처음 기획팀으로부터 마을안내를 부탁받았을 때만 해도 창현씨는 그렇게 협조적이지 않았나보다. 부탁을 수락하고 마을의 이것저것을 살펴보면서 자신도 몰랐던 마을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눈이 조금 더 커졌고 우리에게 잘 설명하기 위한 목소리도 커졌다. 노트에 적힌 깨알 같은 글씨들을 훔쳐보면서 떠듬거리는 목소리였지만, 창현씨는 자신의 삶터인 마을을 정말 잘 설명해주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 용기를 얻은 모습이 역력했다. 

수산초등학교는 내게 잊지 못 할 이야기가 되었다.     


소성리엄니들의 제주출정

강정 해군기지건설도, 성산의 제2공항 건설도, 성주 소성리 사드배치도, 무엇하나 민중들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군사무기를 경쟁적으로 구축하면서 전쟁위협과 군사화로 동아시아에는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이익은 미국과 세계자본이 획득하게 될 거다.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민중들은 쫓겨나지 않기 위해 버텨내고 또 버텨낸다. 총소리가 나지 않는 전쟁을 매일같이 치루고 있다. 

제주 강정의 불행을 닮은 성산과 소성리가 모여 연대전선은 조금 더 길어지고 굵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소성리에서 제주로 오는 날이 가까워 오자 외로움은 점점 더 커져갔다. 엄니들이 지금이라도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설 거 같았다. 일찍 온다고 했지만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우린 반드시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만날 거란 걸 알기 때문인데, 그래도 혹시나 

“우리엄니들이 안오면 어떡하지?” 조바심이 났다. 

조금 일찍 도착한 성산일출봉공원에 엄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더 조바심이 났다. 성산일출봉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구경하고 마지막 문화제가 있을 공원으로 돌아서 왔을 때도 소성리엄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문화제 준비로 한창 바빴고, 국제팀 친구들도 장기자랑을 한 가지씩 하자면서 연습을 했다. 

홍콩의 숙희, 이시가키섬의 사라, 미국인 남성과 타이완의 남성이 끝까지 함께 걸어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 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말에 따라 퍼프먼스를 진행하기로 했었다. 

본 행사를 앞두고 저 멀리 느릿느릿 걸어오는 여러 사람들, 윗도리는 빨간색 뚜벅이티셔츠를 입고 행사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상돌엄니와 경임엄니, 옥자엄니와 옥남엄니, 규란엄니와 조자엄니, 광순엄니와 금연엄니, 수덕엄니와 태환언니 그리고 우리 부녀회장님과 영재씨, 수규선배님 부부가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 식구들을 맞이하는 순간 내 어깨가 갑자기 으쓱해졌다. 나를 보는 사람들 마다 내게 소성리에서 왔냐고 물을 때면 나는 “소성리 엄니들은 3일 문화제 때 노래공연하러 오실 예정이에요”하면서 답해왔다. 내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나보다. 사람들은 내 대답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랬다. 

‘나는 비록 소성리에서 와 혼자 걷고 있었지만, 결코 나는 혼자가 아니다. 곧 우리 엄마들이 나를 만나러 올거고, 나와 함께 제주 해군기지 반대와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해 연대하러 올거다. 우리는 곧 만나게 될거다 ’ 

지난 일주일동안 홀로 온 제주가 외롭지 않았던 이유였다. 

소성리엄니들은 약속을 지켜 내게로 다가왔고, 나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았던 거다. 그리고 나는 자랑스런 우리엄니들을 사람들에게 구경시켜주면서 뿌듯했었는지도 모른다. 

제주 평화행진 문화제에서 만난 가수 조성일씨와 오버플로우 등의 아주 탄탄한 실력을 갖춘 가수들을 만나서 기뻤다. 정력적인 노래와 연주로 혼을 쏙 빼놓은 그룹 티피카는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틈 사이에 소성리엄니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주었고, 칠십에서 팔십대의 우리 노장의 엄니들이 마음껏 춤추고 기뻐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었다. 

무엇보다 민들레합창단공연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공연만 치면 프로를 따라갈 수 없지만, 공연을 하기 위해서 일주일동안 수 차례 리허설 다운 노래연습을 하면서 준비했을 음악감독과 반주자와 노래선생님 그리고 민들레합창단,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을 주민들, 

우리가 한번 움직이면 군단이 이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우리는 정말 대단한 연대를 하게 된거다. 

2018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대단원이 막을 내렸다. 

세상은 참 넓고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제주에서 보고 듣고 느낀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다. 그리고 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마지막이 아니길 기도한다. 그리고 내년 또 만나기 위해서 나도 훌륭한 모습을 갖추려고 일년 동안 노력할거다.  다짐해본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갈 생명들의 공존과 평화를 위해서 또 만나고 더욱 연대를 확장해 나갈 의무가 있다.         

사진출처는 송동효작가.

2018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 평화선언문        

우리는 강정에서 이 곳, 성산까지 걸어왔습니다. 제주에서, 육지에서, 미국에서, 타이완에서, 오키나와에서, 홍콩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2012년 강정에서 시작된 생명평화대행진은 이제 세대와 지역을 넘어 우리 모두의 대행진이 되었습니다. ‘평화가 길’이라는 우리의 외침은 이제 강정을 넘어 성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주민들의 마음을 찢고 관함식을 강행하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하는 강정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주민 동의 없이 추진되는 제2공항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뺏길 위험에 처한 성산 주민들도 만났습니다. 우리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두 눈과 두 발에 담았습니다. 우리는 마음속에 구럼비를 담고 강정천, 대수산봉, 성산의 너른 초원, 용암동굴과 그 밑을 흐르는 맑은 물, 함께 지켜야 할 제주의 뭇 생명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함께 지켜갈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평화를 한 목소리로 외치며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은 우리들은 같고도 다른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와 함께하며 서로 배제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평화롭고 평등하게 함께 살아야 함을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우리의 인간다움과 뭇 생명을 파괴하는 무차별 개발, 전쟁 준비가 제주와 온 지구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고 전 세계의 전투함을 불러들이는 국제관함식 개최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생명의 섬을 탐욕과 파괴의 섬으로 만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합니다.     

우리 모두가 구럼비, 대수산봉, 강정천, 성산의 너른 초원입니다. 우리 모두가 제주고 오키나와입니다. 타이완이고 홍콩이고 하와이입니다. 우리는 돌고래, 붉은발 말똥게, 노랑부리저어새, 듀공입니다. 우리는 예멘 난민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과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것이 바로 평화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우리가 평화입니다. 우리가 평화의 바다입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손에 손을 맞잡은 우리의 발걸음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함께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가꿔갈 것입니다. 강정에서 성산까지, 제주에서 한반도를 넘어 태평양을 건너 온 지구까지 평화를 향한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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