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의 청소년노동인권운동의 새로운 정기를 맞이할 것 같은 기대가 부푼 새해를 맞으면서 대구지역 특성화고등학교를 전체 한번 조사해보자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국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라며 개 풀뜯어 먹는 소리를 해대며 전교조 괴롭히기를 착수했다. 상황은 전교조에 유리하지 않은 듯 했지만 27년의 역사를 지닌 전교조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고, 전교조가 아직은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쉽게 무너져서도 안된다고 우리는 연대했다.
특히나 아직도 염원한 노동교과서를 만들고 공교육의 정규수업화하는 과제를 전교조는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지금은 비록 노동인권교육이 외주위탁화된 방식의 강사단에 의존하여 악어의 눈물처럼 진행하지만 노동인권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생겨날 것이고, 교실안 수업을 위해서 교안과 교재를 준비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구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 전체를 조사하고 싶다는 열망은 바로 청소년들이 처해진 위치와 조건을 알아야했다. 그것을 기초로 청소년들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아야한다는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대구청노넷은 설문문항을 설계하면서 몇차례 의논과 검토를 하고, 청소년 당사자가 직접 조사에 응하게 한 후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쳐서 완성하였다. 실전에서 막상 해보니 허점이 눈에 보이더라. 신기할 노릇이다.
그래도 다행히 전교조 선생님들이 계시는건 정말 큰 자신이었다.
지부장님을 따라 현장간담회를 가서 대구특성화고 실태조사의 목적과 취지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드리자 학교교사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다른 곳에서 하는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시고 협조를 해주시겠다는 특별한 결정을 해주시기도 했다.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는 것을 어느 교사 한분이 온란인설문을 만들어서 활용하자는 의견이었다. 전교조 소속 교사가 없는 학교에도 소통하고 참여를 유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제안하신 분께서 적극 온라인설문을 성사시켜주시겠다는 약속까지 해주셨다.
서면조사지는 완성되어있어서 온라인설문을 똑같은 질문지로 만들게 되었다.
간절한 만큼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특성화고등학교 설문조사를 한다는 것을 안팎으로 소문내니까 아들이 특성화고 재학중이라는 부모님이 아들을 꼬셔서 온라인 설문을 해주시는 효과도 있었다.
아는 분이 특성화고 교사로 있다며 소개해주는 이도 있어서 몇 개의 학교는 손안대고 코 풀 수 있게 되었다.
희년공부방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학생이 스스로 조사원이 되어 학교친구를 조사하고 설문지를 받아준 것이 있는데 가장 훌륭하고 좋은 사례이다.
그러고도 손이 닿지 않거나 방법을 찾지 못한 학교들은 대구청노넷 구성원들이 직접 학교로 방문해서 조사를 하기도 했는데, 넓고 큰 탁자와 프라스틱 의자, 설문지와 볼펜 그리고 설문조사에 응하는 학생들에게 줄 선물로 사탕과 물티슈를 준비했다.
보따리 보따리 짐보따리를 풀고 자리를 잡고 있으면 오후의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쬔다.
여학교앞에서 전을 피고 학교마치기만 기다리고 있을 때 한 남학생이 다가와 의자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흔쾌히 의자에 앉아서 학생들이 나오길 함께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 남학생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대학을 다닌다는 그 남학생도 알바를 해왔고, 지금도 알바를 하고 있다고 하며 최저임금도 안되는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며, 오토바이배달은 수수료방식이라서 장시간을 하지 않으면 돈이 안된다는 얘기며, 그래도 자신은 경력이 있어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에 괜찮고 편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이 하고 있는 알바에 자긍심을 슬쩍 비춘다.
여자친구에게 꼭 설문조사에 응하라고 권하겠다고 한다.
그는 마칠 시간이 되자 반대쪽 문으로 간다면 바퀴가 엄청 굵고 “부릉부르릉” 우렁찬 소리를 내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의 우울한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저런 오빠 한명없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버린 세월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까이 오지 않았지만 여학교 앞이라 그런지 길건너편에도 , 계단 위쪽으로도 간간이 남자가 눈에 띄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한데 여자친구가 학교마치고 나오길 눈빠지게 기다리는 듯 하다.
하루는 대구청노넷의 훈남께서 참여한 어느 여학교앞에서 나는 늘 그렇듯이 선전물을 돌리며 “저희는 대구지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나왔고요. 특성화고 청소년 인권조사를 하고 있어요. 5분만 시간내서 설문조사 하나 해주세요”라고 목청을 올리면 학생들은 “시간이 없어요” 라고 하거나 “다음에 할께요”라고 하면서 거절할 때가 많은데, 분명 내게는 거절했던 그 여학생들이 어느새 설문조사 좌판에 서있는 훈남곁에 우르르르 모여있는 것이었다. 가다가 무엇인가 끌려 마음이 바뀐 듯 했다.
학교 앞 방문조사를 계획할 때만 해도 한 학교에 삼일씩은 나가야 설문지수량을 채울거라고 예상했었다.
날이 더운데다 학생들의 무관심에 더해 학교마치면 한시라도 빨리 학교앞을 떠나고 싶어할 학생들이 설문조사에 쉽게 응해줄리 없다고 수량을 채우기가 쉽을거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막상 학교 앞에 모든준비를 마치고 실전에 들어가보니 걔중에는 “이런 거 우리가 해줘야 한다”는 학생이 있다면 그 그룹은 대체로 설문에 응해준다.
설문조사 하면 물티슈준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도 설문에 응해준다.
사탕을 먹으려고 손을 뻗을 때, 설문조사 하시는분들게 드린다고 하면 응해준다.
꼬시는 방법이 다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이것이 자신들에게 득일지 실일지는 알수 없으나, 분명 걔중에는 알바를 경험했을 학생들이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었을 이야기가 있을거고, 개인마다 사연있을거라 보인다.
때로는 이런거 해봐야 아무소용없다고 찬바람 쌩 불며 지나가는 학생을 만날 때도 있다.
바쁘다는 이유를 대지만 귀찮은 영업사원 정도로 생각하는 학생들 분명히 있을거다.
우리가 청소년 인권을 이야기하고, 노동인권을 떠들어대도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고 믿고 있을 학생들도 있을거다.
학교마치기 바쁘게 알바하러 가야 할 학생들은 관심조차 가질 여유가 없을거다.
괜찮은 기업, 좋은직장에 취업하기 위해서 시험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저녁밥먹고 학교로 돌아가 보충수업에 자율학습까지 밤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한단다.
지금 알바하는 학생중 미심쩍은 점 있어 물어보고싶어 다가온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노동상담소장님이 계실때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노동상담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었다.
시작하니까 질도 보이고 방법도 찾게 되었다. 특성화고 청소년 조사는 대구지역 20개 학교 중 19개학교가 조사되었다. 굉장히 기분좋은 성과다.
대구청노넷이 가장 수고많았고, 전교조 실업위원회 교사들과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가능하다고만 생각지 못해서 목표수량을 소심하게 잡았던 것이 뒤늦게 후회되었다. 수거한 설문지수량은 790부 정도이니 애초의 목표수량에 비하면 150%달성했다.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인데 나는 기분이 좋아서 자화자찬하며 엄청 높은 산 정상에 오른거같이 기뻐하며 “야---호”하며 메이리를 기다렸다.
조사한 것 통계내고 분석하고 그간의 연구했던 문헌들 훑어보고 또 연구하는 과정이 앞으로 더 많은 일을 요구하고 있건만 말이다.
그렇게 기뻐하던 순간은 잠시였다.
며칠 후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는 한 청년이 달려오는 지하철에 치여 죽었다는 소식이 언론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