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투척사건

구미시청 현관문에 짜장면 던졌다고 1년6월형?

by 시야

2016년 11월3일 초희씀

경찰조사를 받으러 간 날 조사관은 계속 해서 반복적으로 질문한다.

“물병을 던지는 걸 보았나?” “계란을 던지는 것을 보았나?” 사실 난 물병과 계란을 보지 못했다. 그 날 밤 하루일과가 다 끝나갈 무렵 호프집에서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 봤다. 당일 물병이 날라갔는지 계란이 터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질문을 한번도 아니고 두세번 반복적으로 듣자 짜증이 확 밀려들었다.

“사드배치가 성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은 내 인생이 다 무너지는 줄 알았다. 도대체 그 어마어마한 군사무기가 들어오는데, 무기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미군부대가 내 삶의 터전에 들어오는데, 그 어마무시한 일을 당해야 하는 성주사람들의 심정을 단 한번이라도 헤아려봤냐? 그깟 물병으로 맞아서 대가리 좀 찢어져서 피좀 난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 물병 맞아 죽었다는 사람도 없다. 물병 던지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다 막아대는데 물병 던지는 게 뭐에 그리 큰 일이라도 이렇게 추궁을 하나? 계란 하나 맞는다고 살이 썩나? 대가리가 터지나 꼴랑 냄새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계란이 뭐라고 우리 삶의 문제와 무게를 같이 하려고 하나?”

재판시간에 맞춰 법원에 도착했는데 사건은 하나로 병합되어서 한시간이나 비었다. 커피숍에 모여든 사람들은 따뜻한 차로 몸을 데피고 변호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변호사라고 이 사건에 대해 별 뾰족한 수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비굴하게 다 인정할 수는 없지만 부당성도 주장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모습은 역력하다. 사건은 단순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것들이 농축되어 액기스가 되어있는 듯 했다.

재판장엔 우리가 전부였다. 재판장의 경비아저씨는 부산스럽다. 피고인 허상원 박세정,차헌호 그리고 법률대리인 변호사는 앞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검사는 증인으로 구미시청 관계자를 불러서 선서를 하게 한다. 선서는 “ 거짓말 하지 않겠다” 고 하는데, 선서에서 손을 떼는 순간 거짓증언을 한다. 그는 구미시청의 말단공무원으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처리하는 위치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의 증언이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차헌호지회장이 자장면을 구미시청본관 유리창에 던져서 출입문이 더러워지고 민원인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이야기 한다.

구미시청은 노동자나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들어서기가 무섭게 문을 잠궈 통제하기 급급한데 자장면을 던지기 이전부터 시청문은 꼭꼭 잠겨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장면이 묻힌 위치는 오른쪽 유리창 한면이기에 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여러번 구미시청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일거다.

더 기가막힌 것은 유리창과 바닥의 카페트에 묻힌 자장면을 청소하기 위해서 구미시가 청소비용 견적을 뽑아서 차헌호지회장 측에 청구한 것인데 그 내용이 너무나 얼토당토하지 않는다. 청구비용 견적서를 보면 청소반장의 일당을 11만원, 청소노동자 일당을 89,000원에 장비사용료와 청소약품 구입을 10만원을 잡았다. 거기다 카페트는 세탁비용으로 2만원을 예산에 넣었다. 자장면을 구미시청 현관 유리창에 던져 더럽힌 이유로 부가세포함 청소비용 468,600원이 청구된거다.

조금만 상식적이면 구미시청에 청소노동자가 직고용되어있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 상시근로를 하고 있을거다. 세탁비를 2만원들인 거 말고는 쓰던 약품에 사용하는 장비를 이용할테고, 청소노동자 일당을 89,000원은 정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청소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최저임금 시간당 6030원을 8시간근무했을때 48,240원 수준의 임금을 넘어서는 경우보다는 최저임금조차도 지켜지지 않아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구미시가 최저임금보다 훨씬 넘어선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시중노임단가 일당을 용역단가로 책정하고 지급했다면 용역업체의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미시에서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기도 한데, 어쨌든 이야기의 요지는 구미시가 청소비용청구로 노동자 목조르기를 하려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검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구미시청 말단직원의 말몇마디를 듣고 구미시청 유리창에 자장면을 던졌다는 차헌호지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아사히공장 캐비넷에 보관중인 개인소지품을 가지러 공장에 들어서려다가 용역깡패에게 가로막혀 욕설과 비난을 들어야 했던 아사히비정규지회 조합원 허상원씨는 상해라는 죄목으로 일년유월의 검사구형을 받았다. 박세정씨는 용역깡패를 넘어뜨린 적도 밟은적도 없었는데도 저들의 일방고소로 10월의 검사구형을 받았다.

판사는 어수선하기 짝이없는 재판장에서 별로 불쾌한 티 내지 않고 양측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늬앙스와 태도를 취하면서 변호인 변호와 피의자신분인 허상원, 박세정, 차헌호 세사람의 각각 진술을 다 권한다.

허상원씨는 “갑작스럽게 문자 한통으로 해고한 건 아사히이고, 아사히로부터 고통받은 사람은 우리인데, 그날도 쫓겨날 때 공장안에 내 개인물품을 하나도 챙겨오지도 못했다. 그래서 내 물품 가지러 공장에 들어가려는데 공장을 지키는 용역깡패들이 우리를 보고 깐죽거리고 못들어가게 막아서고 너무 화가 나서, 아사히기업이 하는 행태에 화가나서, 내가 그 분노를 참지 못해 폭력사태가 일어났는데, 폭력은 나쁘지만 폭력을 유발한 건 아사히였다. 그래도 나 때문에 누군가가 다쳤다고 하니 그건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을수 없을거 같다. 말주변이 없다. 속은 타들어가는데 , 속에서는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아무튼 폭력을 저지른건 잘못했다.” 며 속에서 분출되는 분노가 쌓여있지만 분화구를 열지 못해서 속앓이처럼 시원하게 말로 뱉어내지 못한다.

박세정씨는 “살면서 나쁜 짓 한번도 한적없다. 정말 한번도 한적 없다. 용역깡패는 자기를 쓰러뜨리고 밟았다고 하는데 그들의 말일뿐이다. 나는 그런적 없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그렇게 할수도 없다. 그들이 나에게 다 뒤집어씌운다. ”

처음이었을 그들에게 이 재판은 두려움의 대상이라기 보다 공권력을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되지 않을까?

아사히비정규지회 차헌호지회장의 마지막 진술이 이어진다.

:“ 아사히 하청업체에서 9년을 다니나 1년을 다니나 임금이 십원도 차이가 나지 않고 똑같다. 유리가루 마시면서 험한 일을 삼교대해가면서 일했는데 최저임금 만 받으면서 일했다. 좀 낫게 살아보려고 노조를 만들었는데 아사히가 공장 전기공사를 해야 한다면서 하루 휴가를 실시해서 쉬다가 문자한통으로 하루아침에 공장에서 쫓겨났다. 문자받고 공장으로 달려갔더니 하청업체 직원 170여명 쫓아내놓고는 용역깡패 100여명이 공장문을 지키고는 9년을 일한 우리를 단 한발자국도 공장안으로 들여놓지 않으려고 막았다. 아직도 쫓겨난 노동자들의 사물함에 개인소지품이 그대로 있다. 그날도 개인소지품을 챙기려고 공장에 들어갈라고 했는데, 용역깡패가 막고는 비아냥 거리고 욕설 하면서 우리를 자극했다. 흥분하지 말고 개인소지품만 들고 나올테니가 문열라고 타이르고 어르고 달래고 했지만 저들은 덩치가 우리 두배세배 되는 사람들이 몸으로 막아서고는 한사람씩 들어가라며 조롱했다. 정말 그 자리에 있어보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데,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디오영상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최대한 부딪히지 말자고 계속 타이르고, 설득했다. 그러나 저들이 폭력을 유발하고 그 책임을 우리한테 다 뒤집어 씌우고 있다. 노조하면서 유성이나 갑을이나 ,싸우고 있는 현장에 많이 돌아다니는데 어제 아사히에 있었던 용역깡패들이 다음엔 유성에 가있고, 갑을에 가있다. 우리는 매일 현장으로 복직하기 위해서 남아있지만, 그들은 폭력을 발생시키고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고는 저렇게 다 떠난다. 지금 남아있는 용역깡패는 없다. 우리도 공장앞에서 천막농성하고 있지만 공장에 막 들어가고 소란피우고, 폭력을 행사하고 그런 일없다. 옹역깡패가 없다고 그러지 않는다. 문자한통으로 쫓겨난것도 억울한데 저들이 저지른 죄까지 우리가 다 뒤집어 써야 하나?

너무 억울해서 노동부도 찾아다니고 구미시청에도 찾아다녔다. 남유진시장에게 수개월을 면담을 하자고 요청했다. 왜냐면 아사히글라스가 일본외투기업으로 구미시에 투자유치할 때 무상임대에 엄청난 세금혜택을 받았다. 그러면 구미시가 외투기업을 유치한것만 실적이라고 할 게 아니라 지역민이 일하고 있다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쫓겨났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서 남유진시장을 만나려고 8개월을 쫓아다녔는데 단 한번도 우리와 만나주지 않았다. 그날도 남유진시장을 만나기 위해서 구미시청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운사이 남유진시장을 못볼까봐 그 자리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었던 거다. 물론 화난다고 자장면을 던진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아루아침에 해고된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보다 자장면던져서 더러워진 현관문을 청소하는게 더 심각한 문제인가? 우리 조합원들 의 억울한 심정 이루 말로 다 못한다. 말을 조리있게 논리정연하게 잘 못하지만 속에 하고싶은 말은 정말 너무많다. 이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회장이니까 내가 시켜서 한 것밖에 없다. 내가 다 책임지고 싶다. 우리조합원들 그만 건드리면 좋겠다.“

녹취를 한 것은 아니어서 아사히비정규 노동자 세사람의 전달하고 싶은 의미를 충분히 기록하지 못했다. 기억나는 대로 또 그 의미를 최대한 살려보고싶어서 남겨두려고 한다.

피의자로 지목된 세사람의 진술을 다 듣고 있던 검사의 머릿속에는 어떤 단어가 맴돌고 있었을까? 판사는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어떤 판단의기준을 세우고 있었을까? 사법권력앞에 놓인 노동자들은 자신이 죄를 뉘우쳐야 한다는 강요 앞에서 무릎 꿇이지 않으려고 버둥거린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냉혹하다. 폭력을 저지른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만 때론 폭력은 정당하다. 폭력은 자신보다 힘이 센 권력자 앞에서 정당하다. 아사히라는 거대한 자본이 가진 돈으로 마구 휘둘러진 노동자에 대한 폭력은 누가 처단할 것인가?

평화란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다. 생존권은 단순히 먹고 자는 문제를 넘어서 일하는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아야 하고, 성폭력을 당하지 않는 사회여야 가능하다. 사드배치로 미군부대 상주, 전쟁공포 유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위기를 겪어야 하는 성주사람들에게 평화란 나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이의 생존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큰 교훈을 얻는다.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전쟁무기, 군수기지화에 맞서서 우리가 싸워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 고작 물병과 계란세례로 우리의 고귀한 가치를 깍아낮추려하지 말라고 말이다.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이자 일터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공장앞에서 노동부앞에서 시청앞에서 자신의 문제를 알려내기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목소리에 화답해 준 국가권력은 없었고, 돌아온 건 그들을 쫓아낸 아사히자본이나 국민을 대신해 행정질서를 유지한 국가권력의 폭력뿐이다. 결국 공장에서만 쫓겨난 것이 아니라 이 사회로부터도 격리되게 만드는 노릇을 행정권력이 사법권력이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를 위협하는 이 국가권력에 노동자는 분노하고 자장면을 던졌다는 이유로 검사구형 일년 유월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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