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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l 12. 2020

경비과장 가슴아픈 사연

지난 7월 8일 나의 항소심재판이 되었다. 대구지방법원에서 집으로 돌아와보니 등기우편이 도착했다는 우체부 아저씨의 메모가 문짝에 붙어 있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내게 보낼 게 없는데,,, 뭘까 싶었더니,,,     

김광섭은 지금은 경북기동대 경비과장이고, 전 성주경찰서 경비과장으로 새가슴이다. 진밭교에서 내게 두들겨 맞아 갈비뼈가 여러 대 부러져서 병원치료를 받았다며 나를 공무집행방해와 폭행으로 고소한 이다. 지금 항소심재판의 4번째 사건이다.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치료비 구상권 독촉장이 날라온 거다.     

내 팔꿈치로 가슴을 맞아서 호흡이 힘들고 가슴의 통증이 심각해서 병원치료를 받았다길래 병원비가 480만원은 나올 줄 알았는데, 김광섭이 알뜰하게 아껴써서 겨우 48010원 밖에 안 나왔네... 새가슴 김광섭 경비과장만 생각하면 짠하다.      

등기우편물을 보고 웃음만 난다. 

그 날의 일을 생각하면 하품만 나고, 공권력은 참 편리하기만 하다. 

지난 7월 2일 사드기지에서 미군의 똥오줌과 쓰레기를 수거하러 온 차량을 막고 싸웠다. 미군을 위한 모든 차량을 소성리마을을 지나갈 수 없다고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이 진밭교를 막아서자 남자경찰들은 치마 입은 내 다리를 한 짝 씩 들어올려서 끌어냈고, 나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수치심에 다리를 오므렸는데, 여자경찰이 담요를 덮었다고 안심시키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남자경찰들이 내 다리를 잡았다는 것도 그 때는 몰랐고, 나중에 부녀회장님으로부터 들었다. 듣고 나니까 수치심이 끓었다. 어느 놈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경찰이 그런 것만 아는거지, 아무 물증이 없다. 절대적인 경찰병력집단에 의해서 철저하게 가려져 있어서 내게 유리한 물증을 확보할 수 가 없다.     

2018년 5월 7일 진밭교는 사드기지를 건설하는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서 날마다 공사인부의 출근과 공사차량의 출입을 막는 평화행동을 했다. 몇몇 안되는 평화지킴이들은 피켓팅을 했고, 수백명의 경찰들에 의해 둘러싸여서 공사차량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사드기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날 나는 남자경찰들 사이에 둘러싸여 얌전히 피켓을 들고 서 있는데, 한 남자 경찰이 팔꿈치로 내 가슴을 가격하면서 안쪽으로 나를 밀어넣었고,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서 놀란 내가 그의 팔뚝을 붙잡고 경찰들 속에서 내가 폭행당했다며 소리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 속에 나만 홀로 갇혀 아무도 내 말은 듣지 않았다. 내 동지들은 또 다른 경찰들 사이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나를 도우러 올 수 없었다. 경찰들은 모두 눈을 돌리고 나를 고착시키고 감금시켰다.

나는 나를 폭행한 경찰의 팔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는데, 다른 경찰이 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서 그 놈의 팔을 풀게 만들었다. 그 놈은 뒤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한 장소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 

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잡은 경찰도 어느 새 뒤로 사라져 버렸고, 다시 나는 경찰들 사이에 잠시 갇혔다가 병력이 철수하면서 진밭교 한 가운데로 나올 수 있었다. 내 눈에 김광섭경비과장이 띄어서 미친 듯이 경비과장을 불렀다. 내가 당한 일을 알리고, 나를 폭행한 경찰을 찾아달라고 했다. 사과는 받아야 한다고 병력이 철수하기 전에 빨리 찾아내라고 난리를 쳤다.  경비과장 김광섭의 몸은 나를 향했지만, 눈은 다른 곳을 향해서 부하직원들에게 뭔자를 지시하고 있었다. 

내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경비과장을 내 말에 집중시키기 위해서 나는 몸으로 말해야 했다. 가슴팍을 내 팔꿈치로 치는 시늉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당했다고 했더니 경비과장은 나를 폭행범으로 고소했다.     

나는 진밭교에서 국가공권력 경찰집단에 의해 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는데 어느새 가해자로 둔갑해버렸고, 지금은 고소당해서 재판을 받고 있다. 나를 둘러싼 경찰체증카메라는 내 팔꿈치가 경비과장의 가슴을 가격하는 걸 찍어댔고, 경비과장은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서 진단서를 끊어서 나를 고소했는데, 물증이 고스란히 있으니 정황이 어떠하든 나는 공무집행방해와 상해로 걸려있는 셈이다.     

그런데 죄명에 비해 치료비는 48,010원이라니 우습다.

이렇게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건 경찰이다. 이런 경찰을 상대로 내가 아무리 악을 쓴다고 해서 내가 힘이 더 세지는 건 아니다.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물증을 확보할 수 있는 힘은 경찰에게 있지, 내게 있는 게 아니니까, 이 재판이 내게 유리할 리가 없는데,     

경비과장이 일개 시골아낙에게 팔꿈치로 가슴 맞아서 멍들어 고소했다고 하니 실컷 웃어주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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