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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Aug 16. 2021

국방부의 거짓말

<소성리를 쓰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경찰병력이 소성리로 들어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미군이 육로로 통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 국방부와 경찰이 자국민을 상대로 합동작전을 펼칩니다. 

국방부는 공사인부들에게 마을길로 다니지 말라고 하면 공사인부 소장이 난리를 친다고 하지만, 공사인부들은 미군숙소로 올라가는 오솔길로 출퇴근을 해왔고, 오히려 그 길이 편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소성리 마을길을 거쳐서 출퇴근하라고 해서 자기들도 어쩔 수 없이 간다고 이야기 합니다.  처음엔 이렇게 읍소했었는데요. 벌써 석달 동안 이지경이 되었으니 이젠 어쩔 수 없는게 아니라 자신들의 출근을 막는 우리를 적대시하게 되었겠지요.

물론 화요일과 목요일은 경찰병력이 1000여명이 소성리로 들어와서 무력진압해서 소성리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을 창살없는 감옥에 가둬놓고 길을 열어주니까 차를 타고 사드-미군기지로 들어갈 수 있지만, 경찰병력이 안 들어오는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은 아침일찍 부터 진밭교를 건너서 사드-미군기지로 올라가는 길목을 우리 소성리평화지킴이들이 막기 때문에 거기다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물론 국방부와 경찰이 꼼수를 써서 중간지점 어디선가 차를 태워가기도 하고 별의 별꼴을 다 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공사인부들 입장에서 진밭교를 건너서 출근하는 일이 평탄하지만 않습니다. 그러니 공사인부들 입장에선 사람들과 마주칠 일 없고, 욕먹을 일 없는 미군숙소로 연결된 오솔길로 걸어서 출근하는 게 몸은 조금 고될지 몰라도, 마음편한 일이죠. 그런데 그 오솔길이 푹신푹신하고 아늑해서 걷기 좋은 길입니다. 아침출근하기 딱 좋은 길

그런데 국방부는 건설업체 소장이 고집을 피워서 편하게 소성리마을길을 지나서 올라갈려고 한다고 합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텐데요. 

만약에 마을주민들과 마찰을 피할려고 한다면 애써 마을길로 공사인부들을 출근시키지 않을텐데 말이죠. 소장이 고집을 피우더라도 국방부에서 어떻게든 설득하던 물리력을 쓰든 마을길을 피해서 출근시키는 방법이 없었을까요? 

그럼 지금까지 미군숙소로 난 오솔길로 출근한 건 뭐가 되나요?

국방부의 거짓말, 소령이나 대령이나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합니다. 인상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을 합니다. 군인이 거짓말을 해대는 모습이 사기꾼은 직업을 막론하고 있군요. 

그래서 국방부는 숨쉬는 것조차도 거짓말이라고 수근거립니다. 

내 아버지는 저런 분 아니었는데. 정말 현장일선에서 묵묵히 군복무에 충실한 군인이셨는데. 약속을 철칙으로 여기면서 거짓말하면 안된다고 엄격하게 나를 키우셨는데 말입니다. 

군인이라고 다 같은 군인이 아닌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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