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굴뚝 속에는

by 시야

“어쩔수 없이 먹고살려고 일을 하는거니까, 이 밥을 먹어야 하나?가 아니라 그냥 먹어야했다. ”

그냥 먹어야만 했던 밥은, 그 밥을 먹지 않으면 뜨거운 열기의 작업현장에서 유리가루를 하루종일 마시면서 일해야 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냐 말이다. 그러니 밥만 나오면 먹어야했다. 밥을 안 먹고는 일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정규직이 이용하는 식당은 공장 2층으로 올라가서 한 10분정도를 걸어서 가면 넓은 식당이 있었다. js는 입사첫날 밥이 부족하다면서 관리자를 따라서 그 식당으로 걸어가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날은 당연히 매일 그 식당에서 밥을 먹을 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단다. 여러공장을 옮겨다녀봤지만 공장마다 식당이 있었고, 점심시간이 있었기때문에 아사히글라스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공장에서 쫓겨나오는 날까지 다시 그 식당을 갈일은 없었다. 그 식당은 정규직들이 이용하는 식당이었다고 한다. 비정규직이 이용하는 부서가 있기도 하지만 아주 소수만 이용할 뿐이라고 한다. 그 중에 차헌호지회장은 주간 상근근무만 해서 정규직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규직 식당이라고 하지만 기대할 건 없다고 한다. 밥이나 반찬이나 형편없는건 마찬가지라는거다.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보다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비교적 괜찮을지 몰라도 개밥인것은 마찬가지란 뜻이다. 지난 해 겨울에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파업하던때에 차헌호지회장이 교육차 창원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국지엠은 양식과 한식 두가지가 준비되어 노동자들이 입맛에 따라, 기호에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고 한다. 종류만 많은 것이 아니라 맛도 좋아서 두 접시씩 먹었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아사히글라스공장의 정규직들에게 제공되는 밥은 그냥 일하기 위해서 먹어야 할 밥일뿐인거다.

공장의 일층은 아사히글라스공장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js로부터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되어있어서 세정라인과 오프라인이 주로 이야기되는데 아마도 js가 일하는 동안 작업공정에 대해서 세심하게 관찰하고 돌아가는 형세를 파악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공장 1층에는 점심시간이랄것이 따로 없이 한시간 작업하면 20분을 쉬는 것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생산라인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다. 기계는 쉼없이 돌아가고 사람만 쉬는 방식으로 쉬는 동안 일하는 사람이 투입되어야 하는 세밀한 계획과 실행이 요구된다.

쉬는 시간 20분을 이용해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출근 다음날부터 알게된 js는 그날부터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식당이랄 것도 없어서 공장내 휴게실을 식당으로 이용한다. 급식업체에서 수백개의 도시락을 삼교대 돌아가는 공장에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야간 11시에 한번 그렇게 도시락은 세번 공급된다

야간11시에 먹는 도시락 밥은 늘 식은밥덩어리라서 라면을 끓여서 말아먹거나, 맹물에 말아먹어야 겨우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야간근무를 하는데 밤11시에 도시락 하나 나오고는 야식이 나오지 않아서 새벽녘에는 늘 배가 고팠다고 한다.

도시락의 단가는 겨우 2500원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밥과 국, 반찬 한두가지가 전부인데 반찬은 늘 멸치와 김이 기본이었고, 삼복더위에 삼계탕이 나올때도 간혹 있긴했다. 도시락의 밥은 하루는 질고, 하루는 되다. 같은 사람이 요리를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국은 짜거나 싱겁거나 맛이 널뛰기를 한다. 반찬은 너무 형편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김치와 단무지로만 먹을때도 있는데 오히려 그게 나을때가 있는건 라면을 끓여서 같이 먹기 좋아서 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지면 도대체 아사히글라스는 노동자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사히글라스가 연평균 매출 1조원에 사내유보금이 7200억원의 흑자 기록의 비밀에는 구미시의 일본외투기업에 특혜비리와 더불어서 공장안에서 노동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마른 수건도 짜면 물이 나온다는 경영철학을 철저히 적용시킨 결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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