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안을 들여다보고 싶다.

by 시야

공장앞 농성장, 설명절을 맞아 손님맞이 청소가 한창이다. 천막농성장 안을 이불을 정돈하고, 쓸고 닦고, 정리한다. 늘상 하는 일이라서 손놀림은 익숙하다. 도로가로 길게 이어진 현수막 가로수를 따라 걸어가다보면 금속노조 뿐 아니더라도 민주노총 산하의 다양한 노동조합에서 보내온 현수막이 달려있다. 현수막 문구는 하나같이 투쟁,,, 쟁취,, 아사히자본 박살,,, 너무 당연한 주장이고 요구인데 읽는이로 하여금 눈길을 끄는 문구가 없어서 왜 그럴까를 한참 생각케한다. 연대자들과 모디서 아사히글라스 자본이 엄청 열받을만한 문구를 공모해봤으면 좋겠다. 아사히글라스자본 뿐 아니라 이 공단을 지나다닐 수많은 자본가들이 인상을 찌그릴 만한 재치있으면서도 상대의 허를 찔러 당황시킬만한 그런 문장을 만들어보는거다. 이런 투쟁을 하면서 시대의 탁월한 문장가가 나올지도 한번 지켜볼 일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길다란 굴뚝위로 뭉게뭉게 구름이 아닌 연기가 하늘위로 치솟아 올라간다. 엄청나게 뿜어대는 저 연기는 뭘까? 일년 365일 공장을 한번도 세워본적이 없다던 아사히글라스가 노조를 만들고 처음으로 공장을 멈춰서 공장의 노동자들 전원에게 휴가를 주었다고했다. 그날 아침 문자로 해고통보를 날렸다고 했다. 그날에 굴뚝위로 연기는 피워올랐을까?

용광로에는 모래를 녹이는 엄청난 열이 가열되고 있을테지, 공장안은 너무 더워서 숨을 쉴수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유리가루가 펄펄 날라다녀도 사람들이 쓰는 마스크는 그냥 흔히 겨울이면 쓰는 마스크와 별반 다를것이 없어서 사람들은 그 유리가루를 다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뿜어내고, 유리가루가 콧구멍으로 들어가든, 입으로 들어가든 그냥 숨만 쉴수 있으면 되었다.

굴뚝위의 연기를 보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상을 한다.

저 공장안에는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공장을 쫓겨난 노동자는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서 비밀스럽게 사람을 모으고, 모임을 하고 노조를 독려하면서 한명두명을 가입시키면서 동을 띄워 노조깃발을 올리던 그 벅찬 순간에서 부터 노동자의 역사는 시작된다.

그러나 노동자의 역사는 노동현장에서 멀어지면 안된다. 그 안에서 , 생산의 현장에서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노동을 하며 어떻게 착취당해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현장을 들여다보자.

굴뚝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 하늘높이 올라가지 말고 굴뚝 안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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