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경순엄니

by 시야

<소성리 야간시위>

2017년9월20일(수)

그 날 소성리엄니들이 여행길에 오른 일요일 날 오후에 몇 분의 할매들이 마을회관으로 오셨다. 장경순엄니가 오후쯤에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평화지킴이가 눈치도 없이 “엄니는 왜 여행 안 가셨어요?”하고 물었다. 장경순엄니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을텐데 낌새는 이상했겠지. 나중에 마을부녀회가 관광버스 타고 순천으로 떠난 것을 알고는 섭섭해 하셨다. 당신은 따라갈 수 있는데 말하지 않았다고 오해를 하신 모양이다.

상할매들은 주로 할매방 앉아계시고, 조금 젊은 층은 마루에 모여서 의논을 한다. 여행을 앞두고 몇날 며칠을 의논했었다는데, 그날도 어떻게 갈건지 마루에서 의논을 하다가 연세 많은 할매들은 먼거리 버스타고 다니시는 것이 어려우니, 금연할매 밑으로 자른다고 의논을 지었다. 방 안에 장경순엄니가 있었지만 이런 주고받은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한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장경순엄니가 금연엄니보다 몇 살 나이가 많다.

젊은 엄니들만 여행다녀온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선물을 따로 사기보단 상할매들과 상황실식구들, 평화지킴이들 모두 모여서 고기집에 가서 식사한 번 하자고 했다. 예상보다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다음날 점심때 마을회관은 밥을 짓지 말라는 부녀회장님의 ‘어명’이 떨어졌다. 평화지킴이들 모두 다 델고 오리고기집으로 가기로 했다. 여행 다녀온 금연엄니, 규란엄니 등의 몇몇 분이 길목을 지켜준다며 마을에 있는 모든 지킴이들을 다 보냈다.

상할매들이 걸어오신다. 오리고기를 굽기 위해서 할매들 상앞에 한명씩 붙었다. 오리고기가 상마다 올라오고 연기를 풀풀 내면서 열심히 구웠다. 길남엄니가 고기를 얼마나 잘 드시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만도 흐믓하다. 유선늠엄니는 조용하게 고기를 꼭꼭 씹어드시면서 싹싹 접시를 비운다. 내 앞에 엄니한분은 고기 먹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서 부드러운 음식만 찾으시기도 했지만, 엄니들이 고기를 무척이나 잘 잡수시는 듯 보였다. 한참 먹다보니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육감적으로 그랬다. 아하... 바로 그거다. 장경순엄니다. 안 보인다. 안 오신거다. 어찌 이런일이 싶었다.

부녀회장님이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집을 찾아가 봐도 아무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오셨다는 거다. “이를 어째야 쓰까?” 전날 일도 있는데, 먹는 걸로 심장 상하면 오래 갈텐데 말이다. 그래도 부녀회장님은 괜찮을 거라고 크게 걱정은 안하신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장경순엄니를 삼일은 못 본 거 같아서 더 신경 쓰인다.

오늘 소성리 수요집회에 장경순엄니가 말쑥한 모습으로 뒤늦게 오셔서는 맨 뒷자리, 사람들 틈에 앉으신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왜 이렇게 재미나는가 모르겠다 남들은 그냥 듣고 넘길 일이지만, 그 순간 순간 장경순엄니의 심정이 되어보는 것, 삐지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할 거 같다. 아니면 그것과는 상관없이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러나 지금은 사드를 뽑아내야 할 때 인지라 대부분 참아주고 있는걸까? 여러사람이 함께 움직이면서 마음상하지 않기가 결코 쉽지 않다. 마음상하지 않기 위해서 애쓰는 부녀회장님을 볼 때마다 마음은 측은하다. 다른 사람들 스트레스 풀고 올 때, 부녀회장님은 더 쌓여서 올 거 같다.

고기를 제일 야무지게 꼭꼭 씹어드신 길남엄니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그런데 오리고기는 처음 먹어보았다고 하신다. 하루종일 고기맛있더라며 칭찬을 아끼지않는다. 맛있다는게 포인터가 아니라 대접을 후하게 받았다는 것이 포인터이다.

소성리 수요집회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비보소식에 가슴이 철렁거렸다. 전날 ‘문재인정권이 성공해야 한다면서 사드배치는 절대로 안된다’며 조영삼씨가 오마이뉴스 본사 건물에서 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원으로 긴급히 후송되었을 그가 화마와 사투를 벌이게 될거 같았다. 소성리엄니들도 뉴스를 통해서 들으셨겠지만 너무 충격이 클까 싶어서 자세한 말씀을 차마 드리지 못했다. 소성리엄니들은 “우리위해서 분신한거 아니가?”하며 가슴아파하실 거 같았다. 수요일 아침 그가 ‘소천하셨다’는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수요일 두시 집회에 ‘평화장터’물품을 챙겨 소성리로 향했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이것저것 놔두고 약초소금를 선물세트를 내놓으려고 했다.

소성리마을회관에 도착하니, <고 조영삼님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여상돌엄니가 내게 다가오셔서 “소희씨 그 사람 돌아가셨나? 우리위해서 사드반대했나? 가슴이 아파죽겠다” 하신다. “엄니 우리위해서 인기도 한데,, 그 분은 소성리의 사드가 아니라 사드가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무기이니까 문재인정권을 지지하는데 왜 그런 못쓸 물건을 한반도에 넣냐고, 문재인 정권이 성공할려면 미제국주의가 시키는 대로 해선 안된다고 따끔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엄니 그분의 소신껏 하신 거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마세요”

한 사람이 죽음을 선택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문재인정부에 항거하는 시각에 문재인대통령은 세계시민상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자신은 촛불혁명이 세운 대통령이라고 연설했다고 한다. 그는 <고 조영삼님>의 사드배치를 철회하라는 분신항거에 뭐라고 화답할까?

소성리 수요집회는 <고 조영삼님 추모집회>로 이뤄졌고, 모두가 숙연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참,, 약초소금을 다섯 개나 팔았다. 시작하기 전부터 슬픔의 전운이 감돌자, 평화장터부스를 구경하는 사람에겐 “추석선물로 쓰세요. 몇 개나 필요하셔요?” 하고 물으면 “하나만 할께요” 하면서 팔았다. 음.. 전쟁통에도 공장은 가동되고, 아이는 태어났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영삼님의 명복을 빌며 슬프하지만 우리는 슬픔에 머물지 않고 제국주의 배불리는 무기장사하는 전쟁위협에 맞서서 평화를 지키는 싸움을 계속해나가야 할테니 말이다.

아프지만 딛고 일어서야지, 우리 소성리엄니들도 분명 더욱 굳건해지실 거다.

평사단과 함께 아사히비정규직지회 투쟁문화제에 연대하기 위해 저녁시간에는 대구검찰청으로 달려갔다. 소성리에선 영화를 보면서 야간시위를 했다고 한다. 박00감독이 찍은 영화 시사회를 한거다. 꼭 보고싶었는데 못본 아쉬움이 크지만,, 다음 기회를 애타게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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