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야간시위 _들꽃북콘서트

by 시야

<소성리 야간시위>

2017년9월21일(목)
알약 두알을 먹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는 종이언니는 대구검찰청 건널목에서 높이뛰기를 하려고 했다. 나이 오십을 맞으면서 갱년기 우울증에 몸도 마음도 축축 처진다고 했다. 세상이 내 것인 양, 혀 짜른 애교섞인 목소리 내면서 맘껏 즐거워 하는 종이언니를 보니 알약의 효력이 입증된 듯 하다.
나도 알약 두알씩 먹을까? 아직 갱년기도 아닌데, 알약 먹으면 쪽팔리잖아.
한 번씩 누가 포도주 같은 거 선물로 줄 때 있었는데, 술 안 마신다고 남을 줘버렸다. 가만히 생각하니 후회스럽네, 기분이 우울할 때면 포도주 한잔 마셔서 내 몸속의 피가 조금 끓게 만들어볼걸, 혈액순환을 잘 시키면 ‘감정게이지’가 위로 올라갈 수도 있을텐데,
술자리 가면 안주만 축낼 것이 아니라 카프리 한병 정도 가볍게 마셔볼까? 음료수 마시듯 가볍게 마시고 나면 알콜이 내 혈관을 타고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내 몸의 에너지를 뜨겁게 달궈줄지 누가 알아?

평사단은 드뎌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대구검찰청 앞 투쟁문화제에서 “격문”과 “들어라 양키야”를 공연했다. 평사단이 공연하는 동안 나는 가장 사랑스런 눈빛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한 가득 모인 대구검찰청 도로가에서 내 어깨는 으슥거렸다. 다행스러운건, 생각했던 것보다 ‘아사히 투쟁문화제’에는 노동자대오의 수가 애법 많이 되어보였다. 백오십명정도는 된다고 한다. 조촐할 거란 예상을 벗어난거다. 문화제를 마치고나서 길 건너편의 천막농성장으로 이동해 뒷풀이도 했다. 지난주에 나왔던 구미족발이 이번에도 나왔다. 뒷풀이 음식메뉴를 사전에 공지해 줄 것을 차지회장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뒷풀이메뉴를 보고 갈지 말지를 생각해봐야 겠다.


어제도, 오늘도, 야간시위 하러 소성리로 가지 못했다. 소성리에선 고 조영삼님의 해탈 천도 기원제를 원불교 종교의식으로 진행한다고 통신원의 사진이 올라왔다. 소성리엄니들과 주민들은 여느때처럼 모여서 두런두런 이바구를 나누는 모습이 찍혀있다.


오늘은 아사히비정규직지회에서 낸 책 <들꽃, 공단에 피다> 북콘서트를 한다. 책이 나온지는 석달이 넘었지만, 늦게나마 북콘서트를 챙겨주는 곳이 있으니 참 기쁠 일이다. 대구의 시민사화단체들이 작당하여 북콘서트를 준비하셨다. 나도 이야기손님으로 초대 받았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떨린다.
그러고보면 책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작년 이맘때였던 거 같다. 성주군청에서 촛불을 밝힐 때, 뉴스민의 천기자와 성밖숲 벤치에 앉아서 아사히비정규직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 생계비마련이 절실할 때, 잡지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잘 추진되지 못했지만 썩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앞으로 만약 기회가 있다면 다시 재고해보면 어떨까?

“책을 팔아서라도 생계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한 기도는 이뤄졌을까? 우리가 이야기 했던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투쟁을 알려내는 책으로서 의미를 충분히 살렸을까?
나의 기억은 책이 출간되자마자 미리 선약된 서평을 받아내기 바빴다.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 글쓰기모임 다정의 김수상시인은 제자들이 책을 낸다고 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글쟁이로서 할 수 있는 일로 서평을 쓰기로 했다. 그 서평을 어디에 낼지는 정해지지 않은 채, 때마침 사회변혁노동자당이 기관지에 서평을 실어주겠다고 하지만, 당원들 중에 서평을 써줄 사람은 없으니 서평을 보내달라고 한다. 마감시한이 며칠 남지 않아 촉박했다. 김수상시인께 서평을 실어도 되겠냐고 여쭈니, 아마도 그 당시에 김수상시인은 그게 뭔지도 잘 몰랐을 법 했지만 무조건 ok 해주신거다.
사회변혁노동자당 기관지인 ‘변혁정치’에 김수상시인의 이름으로 서평이 실렸다. 그걸 본 지인중 한분은 김수상시인과 변혁당은 잘 어울린다고까지 말했던 기억이 난다. 당원가입하라고 했을 때 김수상시인이 멋쩍게 웃었던 기억이, 나도 참, 너무 급한 나머지 너무 들이댄 듯 해서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북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들꽃블로그를 쭈우욱 훑어보았더니, 참 많은 이들이 <들꽃, 공단에 피다>를 읽고 서평, 후기, 소감을 작성한 수많은 글들을 보내주셨다.
페이스북으로 올린 서평이 떠돌다 어느날 내 그물에 걸려든 경우도 있었다. 메일로 보내오신 분들도 있었다. 글쓰기 모임 다정은 열줄 소감으로 후기를 쓰자고 했더니 성경과 카라 두 사람만 건졌다.
무엇보다 책이 나오기 전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강의를 맡아 수업자료로 들꽃을 쓰셨던 변홍철 샘, 학생들의 후기는 책을 출간하는 데 매우 큰 용기를 주었다. 가장 든든한 응원부대가 되어주었다.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 한티재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주간워커스에 실린 배성인씨의 서평에 “투쟁과 삶의 기록을 읽는 것도 연대”라는 문장은 들꽃 서평의 슬러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투쟁과 삶의 기록을 써내는 것은 투쟁이기도 하지 않을까? 내가 서평에 애착을 가진 것은 그들의 서평이 책판매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지는 증명할 길도 없고, 알 수 없다. 그러나, 들꽃 책이 출간되고 한 분 한 분께 연락드려 서평을 부탁드렸을 때 거절당해본 적이 없다.
서평을 작성하기로 한 분들은 모두가 충실히 서평을 작성해주셨다. 그 안에는 주옥같은 문장과 내용이, 그리고 자신의 솔직한 소감이 책에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어주신거다. 들꽃책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그/녀들의 연대에 큰 감동을 받았던 까닭이다. 서평은 연대의 행위였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내게 서평을 부탁할 사람이 없을거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제 북콘서트는 끝났다. 어떤 흥행에 성공했다는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우리가 해낸 것이 크든 작든 그 결실로 우리의 투쟁을 조금이라도 지속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 아닐까? 이제 남은 것은 또 앞으로 어떻게 싸워갈 것인지? 그 싸움에 우리는 어떤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인지?
그리고 그들보다 우리가 먼저 지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오늘의 야간시위는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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