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야간시위_ 세번째 평화모임

by 시야

<소성리 야간시위>

2017년9월22일(금)

엄니들 마이크 잡고 이야기 좀 시켜볼라하면 고개를 속이고, 절레절레 흔든다. 금연엄니 여행다녀온 이야기 좀 해보시라고 하면 “연산댁이 잘한다. 연산댁이 시키라” 마이크를 광순엄니 입에 붙여버릴라고 한다. 결국은 임회장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마이크를 잡아든 임회장은 “말 잘하는 사람만 마이크 잡으란 법이 어딨노? 우리끼리 모인 자린데 누구라도 이야기 하면되지” 하시면 이야기를 풀어가신다. 흑백영화를 보는 듯이 찰지게 이야기를 하셔서 엄니들이 어떻게 놀았을지 상상이 간다. 그러고 나니까 광순엄니가 마이크를 달라하시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한가지 말씀해주신다.
오늘은 소성리에서 세 번째 평화모임 이야기마당으로 야간시위를 했다.
성주투쟁위와 결별하고 소성리로 올라온 이들이 소성리평화모임을 시작하면서, 매주 금요일은 주민들과 연대자들과 야간 도로 길목에서 평화모임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먼길 달려오신 전교조초등선생님들도 있었고, 꽤 많은 연대자들이 모여있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소성리 엄니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름과 택호로 한명 한명 인사를 나눴다. 두 번째는 스무시간의 사드저지 사투를 벌이고 난 후에 음식을 나누고 소회를 나눴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초전투쟁위가 조직을 확대 재편하여 성주읍과 타 면의 주민들을 모을 그릇을 키우기 위해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로 출범식을 가졌다.
그리고 나서 오늘 세 번째 평화모임을 하는거다.
시간이 되기 전에 소성리엄니들은 좀 일찍 나오셔서 자리를 잡고 앉아계신다. 남정네들은 내일 있을 고 조영삼님의 노제를 치루기 위해서 나무판으로 분향소를 새로 단장한다고 자르고 못질하고 공사중이다. 공사일은 몇몇이 할텐데 소성리로 올라온 남정네들은 이상하게 거기에 모여서 있다. 평화모임한다고 엄니들 곁으로 나오라고 여러번 방송을 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 평화모임은 자연스럽게 주로 여성들이 모인 자리가 되었는데 그 중에 청일점같은 남성들 몇몇 분들이 자리를 지켜주신다.
여상돌엄니 말씀대로 뭐든지 시작할 때는 구호를 힘차게 불러야지 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박힌사드 뽑아내자”를 외치니 소성리 산천이 쩌렁쩌렁 울린다. 엄니들의 목청이 점점 커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오늘은 소성리를 가꾸기 위해 단톡방에 올라온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소성리엄니들께 알려드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으니 오늘 모임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 해보고, 우리가 할 수 없더라면 향후 사드반대운동이 지속되기 위해 소성리를 어떻게 가꿔나갈건지는 아이디어를 모아야할테다. 소성리엄니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여쭤보면 엄니들은 무조건 젊은사람들 시키는대로 따르면 되지 하신다. 그 젊은 사람이 부녀회장님이고, 규란엄니나 상순언니다. 아니 칠순 안된 젊은부녀회원들이다. 빵 터져웃었다. 부녀회장님께 할매들이 부녀회장님 말 잘 듣겠다고 하니까 좋겠다면서 놀렸다.
장경순엄니는 다른거 바랄 거 없다. 젊은 사람들 소성리로 올라와서 같이 있어주는 게 제일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씀하신다. 소성리에 함께 있어주는데 젊은사람들 말 잘 따라줘야지 하는 마음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소성리엄니들의 오며가며 얼굴은 익혔는데, 이름을 다 알지 못한다. 엄니들도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은 잘 모를거다. 나도 엄니들의 이름을 다 익힐려고 노력하지만, 몇몇 분은 아직 모른 채 지내고 있다. 다음모임부터는 명찰을 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명 이름표다. 그리고 참여자의 이름을 불러주기로 했다. 이름을 익힐라면 많이 불러주는 게 최고이지 않을까? 엄니나 할매 이런 호칭 말고, 금연씨, 광순님, 순분님으로 불러주자고 했다. 엄니들의 표정은 매우 밝아보였다. 다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신다. 그런데 나이어린 사람들이 오히려 고령의 엄니들께 00씨나 00님이란 호칭이 어색하고 어렵기만 하다.
나는 잘 부를 수 있을거 같은데 말이다.
옛날 옛적에 임회장님이 이곳 소성리로 시집와서 젊은 부녀들이 뭔가 일을 도모해볼 때 이름부르기 운동을 했다던데, 이제 또다시 이름부르기 운동이 부활하게 될 것인가? 다음주 금요일 소성리에선 이름부르면서 야간시위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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